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만약 당신이 3일 후 죽는다면 그 남은 3일을 어떻게 보낼 것이냐?”라고 묻는다면 “부모에게 못다 한 효도를 하겠다.” “가족들하고 함께 여행을 가서 맛있는 것 맘껏 먹고 재미있게 놀다 오겠다.” “남은 시간을 소중하게 살겠다.” “남을 미워하지 않고 사랑하겠다.” “자신의 모든 것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겠다.” “가난한 이웃에게 있는 것을 나눠주며 베풀겠다.” 등등의 좋은 말을 거침없이 한다.

안타까운 것은 평소에는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실천에 옮기며 여유롭게 인생을 즐기지 못했을까 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난한 자나, 부자나, 배운 자나 못 배운 자나 모두에게 주어지는 게 두 개가 있는데 바로 출생(生)과 죽음(死)이다.

일명 하나님의 선물로서 자기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내 맞길 뿐이다.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거역할 수 없다. 일초 일초가 그래서 우리에게는 늘 새롭고 소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매일(每日)을 마치 그것이 네 최초(最初)의 날인 동시에 네 최후(最後)의 날인 것처럼 살아라.” 굳이 하우프트만의 말이 아니라도, 우리는 그런 마음으로 소중한 하루의 삶을 살아야 한다.

물론 말하기는 쉽지만 정작 그렇게 살기란 사실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오늘 하루를 ‘최초의 날이자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오늘은 모든 것이 새롭고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특히 처음이자 마지막 오늘의 만남이 되다 보니 실수를 하지 않으려 하고, 예의를 지키려고 무척 애를 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마치 자신이 영원히 살 것처럼 명예와 부(富)와 더 많은 재물을 갖기 위해 욕심을 부리며 하루를 살아간다.

정당하게 이윤을 추구하기보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약자를 착취해 배를 불리려고 안간힘을 쓰며 남을 짓밟아서라도 소기의 목적을 이루려고 지나친 과욕을 부린다. 그러다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순간이 되면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된 삶이란 것을 깨닫게 되면서 모든 것이 허탈해진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게 되는 것이다.

말 그대로 ‘오늘’ 이란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날이다. 새롭게 맞이할 내일은 내일일 뿐이고, 지나간 어제는 어제일 뿐이다. 오늘인 하루하루가 흘러가면서 한 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인생은 누가 뭐라 해도 짧다.

그러나 그 짧은 삶 속의 온갖 괴로움이 때론 우리의 인생을 길게도 만든다. 대체로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랫동안 가슴에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큰 은혜는 쉽게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는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 생각하고, 은혜는 다시 되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빚으로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잔머리 굴리며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게 아니라, 매일매일 하루를 살아가면서 꾸준히 탐구하는 것이다.

세상에 살면서 가장 미련스러운 짓은 어떤 일과 현상에 대해 남의 기준을 따라다니면서 함께 하는 것이라고 한다. 세상에 살면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내 잘못을 먼저 반성하고, 남의 잘못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인간성이라고 한다.

또한 가장 나쁜 것은 이기주의자라고 한다. 가장 쉬운 말이면서도 가장 행동하기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이기주의다. 내 생각이 옳다고 마음먹는 것이 첫째고, 그 사람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는 마음이 작은 것이 둘째고, ‘당신이 먼저 하세요’ 하는 배려심이 부족한 것이 셋째라 할 수 있다.

현재인 ‘오늘’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멈추지도 않고, 흘러만 간다. 살다 보면 실수도 많고, 아픔 또한 많다. 어쩜 그것이 바로 인생인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한순간에 과거인 어제로 돌아갈 ‘오늘’ 이 하루를 살아가는 동안, 내게 중요한 일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 보자.

그래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내가 간직하고 품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한 종교 지도자는 우리의 일상이 비정한 정글을 넘어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로 치닫는 상황에서도 진정 서로 사랑하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인간의 본능이라고 하는 우리 마음속 크고 작은 사악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계산 없이 남을 사랑한다는 게 왜 그토록 어려운 것인지? 특히 남을 겨냥한 앙심과 권력욕에서 자유롭기가 어찌 그리 힘이 드는 것일까.

“세상에서 일부러 못살게 하는 사람은 없다”라고 소크라테스는 말한다. 그렇다면 ‘나’를 괴롭히고 상처를 주는 사람은 남이기에 앞서 스스로 병들어 괴로워하고, 분노하는 자신일 수도 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그 어떤 재물보다도 바로 자신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간직해야 하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나’ 인,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그래야만이 남을 사랑하고 존중할 수 있고 소중하게 여기게 되고 더 나아가 이 세상을 밝고 맑은 사회로 만들 수 있다.

부정을 뜻하는 NO를 거꾸로 뒤집어 놓으면 긍정을 뜻하는 ON으로 바뀐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오늘’ 하루만 긍정적으로 살면, 한 평생을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누군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물은 무향. 무취. 무색의 물이라고 한다.

이 깊어가는 가을에 나부터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무향. 무취. 무색의 빈 마음으로 수행의 길을 떠나고 싶다.

[시인. 칼럼니스트. 열린사이버대학 실용영어학과 특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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