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 말리기1

경북대학교 윤재수 명예교수
고치의 색은 백색, 황색, 연두색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고치를 의복 재료로 사용할 때는 백색고치를 사용하고, 어린이에게 누에 생체 교육을 위해서는 다양한 색상의 고치를 만들어 사용합니다. 의복 제료인 고치실을 얻기 위해서는 실켜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누에가 고치 짓기를 끝내고 일정한 기간이 지나게 되면 나방이가 되어 나오고, 때에 따라서는 누에 때에 쉬파리가 슬어 놓은 쉬파리 알에서 구더기가 나오게 됩니다. 누에나방이나 쉬파리 구더기가 나온 고치는 구멍이 뚫리게 됩니다.

구멍 뚫린 고치는 실을 켤 수 없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치 속에 있는 번데기를 죽여야 합니다. 물론 쉬파리 구더기도 죽여야 합니다. 고치 속의 번데기를 죽이는 일을 살용(殺蛹) 즉 번데기 죽이기입니다. 번데기를 죽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햇볕에서 죽이는 일광살용법, 증기살용법, 건조살용법, 증조살용법, 냉동살용법, 전파살용법, 약물 살용법 등 그 종류가 많지만 일반제사 공장에서는 건조살용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건조 살용법은 90~100℃로 가열한 공기에 번데기를 넣어 열 에느지를 주는 방법으로 조살법(燥殺法) 이라고도 합니다. 건견기에 의한 살용은 살용과 동시에 건조도 됩니다. 살용시간은 대체로 30~50분이 소요됩니다. 기계에 의하면 연속적으로 작업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살용 중에 고치층과 번데기는 열의 작용을 받아 물리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게 됩니다. 건조 방법이 고치실 켜기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살용 시기는 봄 누에고치는 누에 올린 다음 7일 이후, 여름 가을누에 고치는 누에 올린 다음 6일 이후에 되도록 빠른 시일에 건조 처리 하는 것이 좋습니다.

6, 7일 간의 일정한 경과를 두는 이유는 누에가 생리적 변화를 하여 누에고치 다루기 쉬운 때를 선택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누에는 익은누에가 되어 섶에 올리게 되면, 실내온도가 25℃가 된다면 누에 올린 다음 60시간 내외로 고치 짓기를 끝내고 번데기가 됩니다.

번데기는 초기에는 겉껍질이 매우 연하여 외부의 조거만 충격에도 상처를 받아 번데기 혈액이 누출되어 고치에 오염시키기 때문에 나쁜 고치가 됩니다. 번데기가 된 다음 90시간이 경과되어야 번데기 피부가 굳어져 취급하기 좋게 됩니다.

봄누에 때 9일, 여름, 가을누에 때 8일 이상이 되면 기생한 쉬파리 구더기가 나오기 때문에 적당한 시기를 선택하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번데기 된 다음 10일 이상이 되면 번데기가 고치를 뚫고 나올 수도 있습니다.

살용 적정 시기는 누에가 완전하게 번데기가 되고 피부가 충분하게 굳어져 생고치 취급이 쉬우며 쉬파리 구더기의 피해가 있기 전, 누에나방이 탈출하기 전에 실시하여야 합니다. 누에는 생물이므로 이러한 시기는 누에의 품종, 기후, 온도, 습도 등의 변화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상황을 파악하여 주의를  기우려야 합니다.

번데기를 죽인 고치는 번데기가 가지고 있는 수분이 남아 있어 계속 수분을 발상하게 됩니다. 수분 발산으로 고치층이 촉촉하게 됩니다. 이러한 습기는 고치층과 번데기에 곰팡이 침입을 쉽게 하여 부패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분의 정당한 발산 상태에서 번데기와 고치층의 변질을 막아야 합니다. 수분을 발산 시켜 빨리 건조 처리를 하여야 합니다. 살용견의 건조 처리는 길어도 48시간 내에 마쳐야 합니다.

만일 건조 처리가 늦어지면 번데기의 빛깔이 점차 검정색으로 변하여 부패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고치층의 변화에도 큰 영향을 주어 실켜기 작업을 잘 할 수 없게 됩니다. 살용한 고치는 180~200ℓ 정도 넣을 수 있는 무명, 삼배 등 천연섬유 자루에 넣어 두거나 채반에 담아 선반에 올려놓고 보관합니다.

대량을 취급하는 곳에서는 적정 보관창고를 만들어 보관합니다. 천연섬유 자루에 넣어 보관하는 방법을 자루잼법(袋藏法)이라 합니다. 채반에 담아 선반에 올려놓고 보관하는 방법은 선반잼법(架置法)이라 합니다.

누에고치 말리기는 생물인 농산물을 공업원료로 바꾸는 한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고치 속에서는 번데기와 간혹 기생하여 있는 쉬파리의 구더기가 죽어 있습니다. 이들은 생물적 특성을 가진 유기체 이고 고치 자체도 단백질로 되어 있는 생명체의 일부이기 때문에 곰팡이나 습기의 피해를 받아 부패하기 쉽습니다.

부패를 방지하고 실켜기 좋은 고치를 만드는 과정이 곧 고치 말리기 과정입니다. 곰팡이의 발생은 고치층이나 고치층을 구성하고 있는 고치실을 오손(汚損)하여 실켜기에 많은 장해를 초래하게 됩니다.

번데기의 부패와 곰팡이의 발생을 억제하기 위하여 번데기의 증발 성분 및 고치층의 수분을 발산 시켜 건조 상태에 도달하게 하여야 합니다. 고치말리기의 본질은 수분의 발산을 유도하여 고치를 완전하게 보존하는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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