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긴 추처럼 생(生)의 줄에 매달려 좌우로 흔들리며 세상을 닦는다. 고층건물 유리창을 닦듯 때로는 바람이 흔들고 가도 중심을 잡고 평행을 이루며 밝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땀을 흘리며 오늘도 닦는다.”혼탁한 현실 속에서 자괴감에 깊이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게 안타깝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살아가는 강원도 한마을에 청년이 찾아왔다. 한 맨션에 찾아와 며칠 후 부모님을 모시고 오겠다며 방 하나를 예약하고 20만 원의 숙박료를 내고 갔다.

맨션 사장은 정육점으로 가서 고기 값 20만 원을 갚았다. 정육점 주인은 그 즉시로 세탁소에 가서 밀린 세탁 비 20만 원을 갚았다. 세탁소 젊은 주인은 호프집으로 가서 외상으로 마신 술값 20만 원을 갚았다. 호프 사장은 바로 맨션으로 달려가 숙박비 20만 원을 갚았다.

돈이 돌고 돌아 다시 맨션 사장에게 돌아온 것이다. 그런데 마침 방 예약을 했던 청년이 부모님의 건강이 안 좋아 예약을 취소한다며 환불을 요청해서 20만 원을 되돌려 받았다. 결국 돈을 번 사람도 없고 돈을 쓴 사람도 없다.

그러나 마을에는 아무도 빚진 사람이 없다. 어떻게 해 이런 일이?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해지지만 조금 더 차분한 마음으로 생각하면 답이 나올 것 같다. 정치도 이렇게 할 수 없을까? 인간은 세 종류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할 수 없는 일까지 기어코 해내는 기업인.’ 두 번째는 ‘자기 할 일만 묵묵히 해내는 일반 시민’ 세 번째는 ‘해서는 안 될 일만 골라서 하고 오리발 내미는 못된 정치인’이다.

어느 시골 읍내에 인정이 많고 베풀기를 좋아하는 착한 이발사가 있었다. 하루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이발을 하러 왔다. 이발비를 내려고 하자 이발사는 “아이들을 잘 되라고 가르치시는 선생님에게는 돈을 받을 수 없다”라며 이발비를 받지 않았다.

잠시 후 그 선생님은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조그만 검은 비닐봉지를 슬그머니 이발소에 놓고 갔다. 초콜릿 세 개가 담겨있었다. 다음 날은 환경미화원이 와서 머리를 깎았다. 마찬가지로 환경미화원에게 날마다 동내를 깨끗하게 청소를 하느라 수고가 많으니 돈을 받을 수 없다며 그냥 가시라고 했다.

그 환경미화원 역시 비닐봉지를 놓고 갔는데 봉지 안에는 하얀 찹쌀떡 세 개가 있었다. 그때 지역 국회의원이 들어와 머리를 깎았다. 요즘 하는 꼴을 보면 괘씸해서 한 대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착한 이발사는 앞으로는 훌륭한 정치인이 되어 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이발 비를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다음날 국회의원이 인근 동료 국회의원 셋을 데리고 와서 자기처럼 무료로 머리를 깎아 달라고 했다는 웃어버릴 수조차 없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물론 누군가 꾸며낸 말이기는 하지만 현재 철면피 같은 대다수 국회의원들의 품격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오죽하면 박 대통령께서 국무회의를 주관하는 자리에서 ‘국민 심판론’을 공개적으로 언급했을까.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국민 여러분이 국회가 진정 민생을 위하고, 국민과 직결된 문제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소신 있게 일 할 수 있도록 나서 달라” 라며 총선을 앞두고 국민 심판 론을 강조하면서 박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정치계가 눈치를 보며 각종 낭설이 떠돌고 있다.

박 대통령이 통탄하며 지적을 했듯 그동안 국회는 노동개혁과 관련한 5개 법안, 경제 활성화 법안, 한. 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을 처리하지 않고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는 법안들은 19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공산이 크다.

국회가 자신들의 이권을 얻기 위해 국민들의 삶과 대한민국의 경제를 불모로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19대 국회가 의원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면 국민들이 나서서 심판을 해야 한다.

국민의 속마음은 여. 야를 막론하고 모두 물갈이를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진실한 사람만 선택해 달라’는 대통령의 진심 어린 호소를 흘러 넘겨서는 안 된다. 또 일부 야당 측에선 대통령이 사전선거 운동을 한다며 반박을 하는데 잘못된 생각이라고 본다.

자신들의 행위를 되돌아보면 오히려 자숙을 하고 민생경제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는 게 국민으로서는 안타깝다. 박 대통령은 개인이 아닌 대통령으로서의 할 말을 하고 19대 국회가 마지막으로 민생을 위한 의원들의 모습을 보여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물론 자신의 임기 중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의원들이 필요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지역구에 내려가서 누구를 찍어달라고 하겠는가. 다만 국회가 개판 싸움만 일삼으며 무력하니까 이번 선거에서는 국민들이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고 당부를 하는 것뿐이다.

더 이상의 의미확대는 금물이다. 다만 대통령은 자신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본인이 생각하는 ‘정치 변화’란 소명의식을 표출하려고 한 것 같다. 사실 신(神)이 아닌 인간으로서 진실된 가치 기준을 규정할 수는 없지만 무능한 국회의원들에게는 경종을 울려주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박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지금 새누리당 비(非)박계는 비판을 조심하면서도 불편한 기색이 완연하다. 야당 또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 마치 자신을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을 총선에서 떨어트리려는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여전히 국가 원수에 대해 당을 대표하는 당직자들이 경망스러운 막말을 지껄인다. ‘제 발이 저리다’는 표현 밖에 다른 표현이 없다. 그러면서도 서둘러야 할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 안에 대해서는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음 달 15일까지 합의가 안 될 경우 정치적 대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13일을 넘기게 되면 국회는 선거법을 어긴 ‘위법 집단’이 될 처지에 있다. 결국 15일까지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예비후보들은 자기 선거구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 선거운동을 하게 되고, 결국은 선거구가 없어진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선거구 인구 비율을 2:1로 조정하라고 결정하면서 “오는 12월 31일이 지나면 기존 선거구는 무효”라고 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역 의원들은 손해 볼 게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 외부에 구성된 독립기구인 선거구 획정위원회 마저 손을 놓았다. 여야 대리전만 되풀이되다 결국 업무 포기를 하고 휴업 사태로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몇몇 출마 예정자들이 박심(朴心)을 팔며 마치 대통령에게 언질을 받은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혼탁,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다 보니 대통령의 ‘국민 심판론’ 발언이 쓸데없는 오해와 정치적 의심까지 받게 되었다. 특히나 국정화 문제도 그렇다. 왜곡되고 단편적인 잘못된 역사를 학생들이 배우면서 우리나라를 부끄럽게 생각하고, 나라에 대한 자부심까지 잃게 해서는 안 된다.

야당은 엉뚱하게 친일. 독재 운운하며 국정 혼선과 낭비를 자초하고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역사는 사견(私見)이 들어가지 않은 사실대로만 기록돼야 한다. 엉뚱할 수도 있는 말이지만 지금 정치권은 ‘다리를 놓을 것인가’ 아니면 ‘두꺼운 벽을 쌓을 것인가’를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시인. 칼럼니스트. 前 국민대학교평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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