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이란 참으로 요상하다. 평탄한 길에 조그만 구덩이가 있어도 무조건 원망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험난하고 어두운 길에서 아주 작은 불빛만 보아도 감사해하는 사람도 있다.

웅장한 저택에서 살면서도 불평을 하며 불행 한 삶을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단칸방에 옹기종기 모여 살면서도 웃음 지으며 감사하며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도 있다.

똑같은 조건과 환경 속에서도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감사는 보이는 환경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이다.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행복한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감사라는 말에 너무 인색할 만큼 살벌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감사할 때, 감사를 모르며 바쁘게 살고 있는 것이다.

비가 온 후 부는 바람이 제법 차갑게 느껴진다. 겨울이 오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붉게 물든 나뭇잎들이 바람에 시달리며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더러는 땅에 떨어져 바람에 끌려 굴러다닌다.

그리고 한 잎, 두 잎 빗자루에 쓸려 버려진다. 우리의 삶을 보는 것 같아 서글퍼지기까지 하다. 이렇게 바람이 계속 불고 낙엽이 떨어져도 새가 노래하며 꽃 피는 봄이 온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봄에 피는 꽃은 지난해 핀 꽃이 아니다. 생명이 있는 것은 영원하지 않다.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는 목련도 잠시뿐, 질 때의 꽃잎은 추하기만 하다. 자연은 우리 인간에게 아주 훌륭한 교사이기도 하다.

인생의 답을 찾을 수 없어 여기저기 기웃거리지만 쉽게 답을 찾기가 어렵다. 배움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많은 것을 배운다 해도 나를 찾지 못하면 남이 만든 삶을 느끼다 짧은 삶을 마감할 수밖에 없다.

배운다는 게 무엇인가. 결국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가. 그런데 배우기만 하고, 배우는 데만 집중하다 보면 그 속에 깊이 빠져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묻혀버린다. 평생 남의 생각으로 산다. 자신의 생각은 없는 것이다.

그 보다 중요한 것은 계절을 몰고 오는 바람이 아니라 그 바람에 흔들리는 내 마음이다. 내 안의 수많은 기대와 바람, 욕심과 집착, 시기와 질투, 오만과 편견 등이 사소한 바람에도 흔들린다는 것이다. 살다 보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거센 바람이 우리를 흔든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배운 대로 행하면 모든 바람이 깨달음의 기연이 되어줄 것이다. 만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진다. 사랑을 주는 사람도, 미움을 주는 사람, 괴로움을 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스쳐간 인연들은 모두 스승이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나고 나면 깨달음이 있다. 사랑을 받은 사람에게서는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는 법을, 또 고통을 주는 사람으로부터는 나를 돌아보고 인내하며 남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러니 불어오는 바람을 탓할 것이 아니라 흔들리는 내 마음을 먼저 다스려야 한다. 하루하루의 일상에서 나의 마음을 흔드는 바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직장 생활, 뜻대로 되지 않는 사업, 직장이나 사회에서 부대끼는 인간관계, 배신, 모함, 이간질, 크고 작은 가정사 등으로 하루도 편할 날이 없고 속상하고 힘들다.

때로는 쓰나미가 몰아치기도 한다. 갑자기 찾아오는 질병을 비롯해 여러 가지 사건과 사고들이 우리를 서글프게 하고 당혹하게 만든다.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며 위협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바람을 탓하며 “왜 나만” 을 외치며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

우리는 늘 크고 작은 바람에 흔들린다. 이를 두고 일명 '파란고해'(波瀾苦海)라고도 한다. 고통이 끊임없는 인간 삶을 '파도가 멈추지 않는 바다'에 비유한 말이다. 바람이 연일 불어오니 파도가 친다는 것이다.

이 말대로 우리는 일평생을 바람을 맞으며 산다. 정말 사는 게 죽을 만큼 힘들게 느껴질 때가 많다. 오늘도 여의도의 거센 바람이 우리를 흔들며 힘들게 하고 있다. 한 나라의 수반인 대통령, 국민 절대다수가 뽑은 대통령에게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하는 무리들.

국회의사당을 방문한 대통령에게 무례하기 짝이 없는 야당 의원(조경태 의원 제외)들, 그러면서도 피켓시위를 지적하는 여당 의원은 징계를 요구하는 철면피 같은 부류들, 그러나 일상을 흔드는 바람을 탓할 수만은 없다.

자신들이 얼마나 행복하고 자유를 누리는지를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북한을 갔다 와서 느낀 것이 있다. 공산주의를 부르짖는 북한, 한결같이 가난하게 산다는 것. 빈부 차가 심하다는 것이다.

언어에서도 비교가 된다. 남한에는 있는데 북한에는 없는 언어가 두 개 있다. 하나는 '사랑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감사합니다' 란 언어다. 저들은 투쟁으로 얻은 체제인 만큼, 모를 심고, 벼를 베더라도 '모심기 투쟁' '벼 배기 작전' 등의 구호를 외친다. 얼마나 힘들고 살벌한가.

감사는 숨은 보석과 같아 찾아서야 발견할 수 있다. 일상의 삶이 감사하는 삶으로 바뀔 때 놀라운 역사가 이루어진다. 감사는 다른 사람을 새롭게 보는 눈이 되고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

감사는 나 말고도 다른 사람을 중요한 존재로 거듭나게 해 주는 열쇠가 된다. 정치 지도자들도 그런 마음이 되면 서로의 손을 모아 민생에 눈을 돌릴 수 있을 텐데......
“범사에 감사드립니다”

[시인. 칼럼니스트. 前 국민대학교평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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