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증후군이 대한민국을 강타하면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전염병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병원에서는 메르스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으며, 개개인의 감염 예방 대책도 늘어나 시중에서는 마스크와 손소독 제품의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의학이 획기적으로 발달한 19세기 이전만 하더라도 페스트나 흑사병과 같은 전염병은 천재지변과 같이 인력으로는 막을 수 없는 일이었다.

조선시대에도 역병이 돌면 역병 귀신이 찾아왔다고 해서 환자와 마을을 격리하고 병이 지나가도록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리의 선조들은 전염병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하지만은 않았다. 역병 귀신이 찾아 오지 않도록 날을 정해 행사를 치르면서 역병에 대해 예방하는 날을 만들었다. 그날이 바로 음력 5월 5일인 단오다.

올해 단오 날은 오는 6월 20일이다. 단오 날인 5월 5일에는 오시(午時 : 오전 열한 시부터 오후 한 시까지)에 들판에 나가 쑥을 뜯고, 이 쑥 다발을 태워 집 문 앞에 세워두는 것으로 나쁜 기운을 내몰고 역병귀신을 쫒아 냈다고 한다. 홀수는 양의 성질을 띠고 있다고 믿었으며 5라는 숫자가 둘 겹치는 날의 정오를 근방으로 하여 양기가 가장 세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이때 양기의 도움을 받아 귀신의 접근을 막는다는 의미다. 현대인들의 눈으로 보면 미개해 보이는 이러한 행위는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까? 사실 단오 날에는 모내기가 끝나고 한가한 시간을 이용해 여름철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챙기겠다는 선조들의 지혜가 들어 있다. 이러한 단오행사는 현대의학에서도 전염병의 예방을 위해 권장하는 일이기도 하다. 

자생한방병원 박병모 병원장의 도움말에 따라 단오에 담겨 있는 의미와 전염병 예방에 대한 선조들의 지혜를 알아 보자

음력 5월 5일, 무더위와 장마를 대비하는 날짜 선택
역병귀신과 액막이를 하는 단오 날 행사를 찬찬히 살펴보면 단순히 민간신앙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단오 날인 음력 5월 5일은 양력으로는 6월 말경 이다. 이쯤이면 여름과 장마가 다가오는 시기다. 한여름의 더위는 체력을 소모시켜 면역력을 낮출 뿐 아니라 더위를 피하기 위해 찬 것을 찾다가 탈이 나기 쉬워진다. 또한 무더위가 시작되면 질병을 옮기는 해충이 늘어나고 음식과 물을 상하게 하는 세균의 번식도 증가해 다양한 질병이 늘어난다. 이 뿐 아니라 장마철에는 고온다습한 날씨 때문에 수인성 질병과 피부병 등이 생길 수 있다. 선조들은 모내기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하는 이 시기에 여름을 대비 하는 실용적 지혜를 발휘 한 것이다.

세신을 통해 개인위생을 청결히 하는 단오 풍습
단오 날, 여성들은 창포의 뿌리를 잘라 비녀처럼 머리에 꽂았고, 남자들은 창포 뿌리에 붉은칠을 해 허리춤에 차기도 했다. 하지만 창포를 부적의 용도로만 쓰지는 않았다. 단오 날에는 창포를 끓인 물에 머리를 감고 세수를 했는데 이것은 몸을 깨끗하게 하고 개인의 위생을 청결히 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창포에는 여러 가지 정유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세정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혈액순환과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다. 또한 창포의 향기가 뛰어나 미용에도 효과가 있다. 실제로 적당한 농도의 창포물은 모발의 탈색을 막는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한때 두피발진과 비듬치료를 위한 기능성 삼푸의 원료로 창포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음식을 통해 항균력을 높이고, 여름철 더위를 물리치는 지혜
단오 날에는 쑥과 앵두, 매실 등 약초를 이용한 음식을 많이 먹었다 이는 음식과 약초를 통해 여름철 질병을 예방하고 항균력을 높여 질병에 대항하기 위한 수단으로 볼 수 있다. 단오 날에는 맵쌀가루에 쑥잎을 넣은 쑥떡과 수리절편을 나누어 먹는 풍습이 있었다.

쑥은 한약재로 많이 쓰이는데 베타카로틴이 풍부하다. 무기질과 항산화활성이 높은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A로 바뀌어 야맹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 또한 쑥에는 세균을 막고 염증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 해충을 퇴치하는 데도 쓰이는데 쑥을 말려 태우면 쑥의 냄새와 연기에 모기와 해충이 달아난다. 모기는 말라리아와 뇌염을 전파하는 매개체라는걸 생각해 보면 여름철 전염병을 위한 대비책으로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궁중에서는 제호탕과 옥추단, 앵두화채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제호탕이란 오매육(매실껍질을 이용한 약초), 사인, 백단향, 초과 등을 곱게 가루 내어 꿀에 재워 끓였다가 냉수에 타서 마시는 청량음료를 말한다. 옥추단은 여름철 식중독을 일으키거나 구토나 설사를 일으킬 때 쓰는 구급약이며, 앵두화채는 갈증을 해소하고 더위를 물리치는데 효과가 있다.

여름철 지친 몸의 건강을 찾고 자생력을 높이는 놀이와 생활체육
단오가 있는 시기는 봄철 농번기가 끝나는 기간이라 체력이 소진되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여름을 건강하게 나고 질병에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기르기 위해 다양한 놀이와 생활체육을 즐겼다.

돌싸움과 격구, 마당놀이 등은 다수의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였으며, 씨름, 활쏘기, 그네 등은 경쟁과 화합을 통해 마을끼리 친목을 도모했던 행사였다. 씨름의 우승자에게 황소가 주어졌으며 마을의 자랑거리가 되기도 했다. 또한 행사가 끝날 무렵엔 농악놀이를 통해 마을 전체가 하나가 되고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축제의 자리가 되었다. 즐거운 축제는 엔도르핀을 생성하고 스스로의 면역체계를 강화 한다. 단오 날 벌어지는 행사는 이러한 자생력의 강화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이렇듯 단오는 단순히 미신적인 의미만을 가진 것이 아니라 여름철에 발생하는 질병을 이기고 전염병의 감염을 막고, 건강과 안녕을 비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종합적인 위생관련 행사였다. 현대사회가 되면서 단오의 진정한 의미는 퇴색되고 단순한 지방의 먹거리 축제가 되고 있지만 세월이 흘러도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단오의 뜻은 잊지 않아야 하겠다. 올해는 메르스 증후군의 여파로 유난히 긴 여름을 보낼 것으로 보여진다. 덥고 긴 여름을 전염병의 위협에서 벗어나려면 이번 주말에는 단오의 의미를 되새기며 자신과 가정의 위생을 다시 한번 챙겨보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여름철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한 전염병 예방법
여름철은 각종 전염병 원인균의 활동이 가장 왕성한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고온 다습한 기후로 인해 자칫 건강관리를 소홀히 할 수 있다. 단순한 손씻기 만으로도 각종 전염병의 70% 이상을 예방할 수 있으므로 외부에 다녀왔다면 꼭 손을 씻는 것이 좋다. 또한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고 음식이나 음료를 마시고 복통, 혹은 설사 증상을 보인다면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전염병 예방을 위한 개인 위생 수칙
조리하기 전, 식사 전, 외출 후에는 흐르는 물에서 비누를 이용해 3분 이상 손을 씻는다.
물은 끓이거나 소독된 물, 생수 등 멸균이 된 안전한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음식은 충분히 익혀서 섭취하고 생선회 등 날 것은 피한다.
음식조리 후 반 나절 이상 상온에 있었다면 상 했는지 여부를 꼭 확인 하고 섭취 한다.
손에 상처가 났거나 설사증상이 있을 경우 음식을 조리 하지 않는다.
화장실이나 싱크대 등 물이 고인 곳에서 해충이 발생하지 않도록 소독을 철저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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