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노무현 전 대통령의 6주기 추모식장에서 노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겨냥 돌 직구를 날렸다. 아주 작심을 하고 한 말이 일파만파 퍼져나가면서 야당에서까지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그는 김 대표를 대놓고 조롱했다. 설령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도 때와 장소를 가렸어야 했다. 40대 중반이라고 하지만 그의 경솔하고 부적절한 언사는 부친이기도 한 고인을 또 한 번 욕되게 했다.

조문 온 문상객을 많은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욕보인 건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 고인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물론 건호 씨는 자신의 입장에서 부친을 비난했던 김무성 대표가 어떻게 이런 자리에 감히 올 수 있느냐고 따져 묻고 싶었을 것이다.

그는 죽은 전직 대통령을 부관참시(剖棺斬屍) 하고 선거에서 이길 목적으로 국가 기밀까지 공개했던 사람이 이제 와서 화합과 통합에 앞장서는 ‘대인배 코스프레’를 하는 것은 너무 뻔뻔하고 몰염치한 처사가 아니냐는 마음에서 성토했을 것 같다.

세상을 알 만한 나이임에도 불구, 건호 씨는 안타깝게도 멀쩡한 사람도 정치판에 뛰어들면 거짓말쟁이에 철면피가 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얼굴에 철판을 깔지 않고는 선거에서 이길 수도 없고 정치인으로도 출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통 사람들과는 삶의 방식이 틀리다. 특히 정치인들 대다수가 그렇게 상식 이하의 사람들이다. 건호 씨는 그런 것을 모른 것 같다. 아니면 누군가에 사주를 받아 그런 정치적 발언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의 발언 중 ‘소수파 말살’은 일부 반 사회단체가 주장하는 통진당 해체를 말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기 때문이다. 또 건호 씨가 자기 부친의 죽음에 대해서도 착각을 하고 있어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 몬 주범은 여당도, 김무성 대표도 아니다. 바로 건호씨 어머니인 권양숙 여사와 친노 세력이다.

이는 노 대통령이 법원 진술 과정에서 “자신은 전혀 몰랐고 부인인 권 여사가 자식들을 위해 수십억 원대의 자금을 받은 것 같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입증된다. 따라서 건호 씨를 배신 한 사람들은 김무성이 아니라 측근에 있는 친노 세력이다. 그런 세력들에 의해 건호 씨마저 막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이를 정치보복이라고 생각했다면 참으로 위험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 정권 때도 억울하게 자살 한 기업인들이 한 둘이 아니라는 것 알고나 있는지? 그 가족들이 얼마나 억울해하고 상처를 입었는지 생각이나 해보았겠는가? 그건 정치 보복이 아닌가?

이미 죽은 지 40년이나 넘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지금도 비난과 욕설을 퍼붓는 세력들이 노무현을 비판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말인가? 노 대통령의 투신으로 대한민국이 자살 1위 국가로 입증이 되기도 했지만 그 당시 노 대통령이 투신을 안 했다면 권 여사는 물론 가족과 친노 세력들 상당수가 철장 신세를 질 수가 있었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노 대통령이 자신을 죽임으로써 모두를 살린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 세력이 노 대통령을 향해 사정없이 총부리를 들이대며 배신을 하지 않았던가. 그런 친노 세력들이 이제 와서 노 대통령을 이용, 또다시 권력을 추구하기 위해 ‘노무현’을 내세우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듣도 보도 못하는 것 같다.

맹자가 말했듯 부끄러움을 아는 데서 의(義)는 시작되는 것인데 모범이 되어야 할 사람들부터 얼굴에 철판을 깔았으니 한국 사회 전체에 사람 사는 도리가 제대로 설리기 만무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남이야 어찌 되든 나만 잘 되면 그만이고 나만 잘 살면 그만이란 식이다.

한 번 잡은 권력은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한 번 오른 자리는 최대한 버티고 싶고 힘 있는 자리에 있을 때, 최대한 잇속을 챙기려 한다. 누구보다 체면과 명예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목숨까지도 버려가며 지킨다는 그런 마음은 사라진지 오래다.

노 대통령이 죽은 지도 6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친노 세력은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까지 정치화 시키려고 하면서 계속해서 집권 야욕의 군침을 흘리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생전에 자기 이후의 정치는 상생과 화합의 정치를 원했다.

집권당시 “일신상의 이익을 얻고자 하면 정치를 하라, 그러나 국가를 위한 다면 정치를 하지 마라. 결국 실패한다.”라고 측근들에게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 측근이 나와서 설쳐대면 이상한 정치 풍토를 또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감에서다.

DJ. YS 가신들이 나와서 정치판에 뛰어든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노 대통령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집권 초기와 말기에 두 번 눈물을 흘려가면서 만류를 했었지만 일부 측근들은 지금 정치판에서 놀고 있다.

추도식 때 상주가 뜻하지 않은 부적절한 발언을 하면서 가득이나 궁지에 몰려있던 새정치민주연합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 중진의원은 “노건호 씨가 혼자 그런 메시지를 냈겠느냐”며 “배후가 없다고 단정 짓기는 어려울 것 같다.”라고 말해 친노 그룹이 총선을 앞두고 지지자들이 결집해 다시 한 번 세력화를 꾀하고 있음을 은근히 드러냈다.

이에 대해 친노 측 인사는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을 연상케 하는 코미디”라며 강하게 일축했다. 아쉬운 것은 이런 시점에서 문재인 당 대표가 지난번 정창래 막말 발언 때처럼 확실한 의사 표명이 없이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는 태도다.

더구나 이틀 후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요식장에서도 양 당 대표가 한자리에서 있었고 또 오찬까지 합쳐 무려 3시간이나 함께 있었지만 달라진 게 없다. 참으로 다행 한 것은 ‘노건호의 추도식 작심 발언’ 직후 청와대와 새누리당과 김무성 대표가 침묵으로 일관하며 저들과 충돌하는 모습을 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김무성 대표는 26일 경북 구미를 방문 한자리에서 노 대통령의 공(功)을 치켜세웠다. “과(過)는 그만 따지고 공(功)을 높이 평가하자”고 말했다. 과거에 노 대통령을 비난하던 자세가 바뀐 것이다.

이날 포럼에서 전 대통령의 평가 발언을 통해 ‘화해’ 의 손짓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추도식 참석도 그 같은 의미에서 이루어진 것 같았는데 노무현 일부 지지자들은 그런 김무성을 ‘적’으로 취급해 물세례를 퍼부었고, 어리석은 노무현의 아들은 ‘아버지의 원수’로 공인하면서 망자의 명예를 더럽히고 말았다.

의도가 어디에 있든 결과적으로는 김무성의 주가를 상승하는 데 일등 공신이 되고 말았다. 스스로를 낮추고 2인자임을 자처하는 김무성의 정치는 요즘 들어 재평가를 받으며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당 대표와는 달리 김무성 대표는 문재인 대표를 비판 한 적이 없다. 대권을 꿈꾸고 있는 김무성으로는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듯’ 아니꼬워도 노건호와 야당을 끌어 앉을 수밖에 없다. 그게 바로 지혜로움이다.

삼국지에 조조와 유비가 등장한다. 유비는 홀대를 받으면서도 널리 인재를 포용하는 모나지 않음이 강점이다. 김무성 대표는 지금 조조보다 유비의 길을 가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노 전 대통령은 생전에 이런 상황을 걱정했다.”라며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는 유언이 무슨 의미인지 친노 스스로가 되새겨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노 대통령의 말은 ‘노무현이란 이름을 앞세운 정치에 대해 일신상의 이익과 권력을 좇는 사람으로 이해하겠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평지풍파를 일으킨 노건호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며 다시 유학 중인 중국 베이징으로 훌쩍 떠나가 버렸다.

어찌 보면 무책임 한 그지만 당분간 외부 전화도 받지 않겠다고 했단다. 분이 아직 풀리지 않은 모양이다. 그를 측은하게 생각하면서 부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부처님과 제자가 거리를 지나가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부처에게 심 한 욕지거리를 하는데도 부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제자가 부처에게 물었다. “부처님 왜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렇게 욕을 먹으면서도 한 마디 대꾸도 하지 않나요? ”

“한 사람이 내게 금(金)을 가져다주는 데 받지 않으면 그 금은 누가 갖고 있느냐? ” 제자가 답하네 “당연히 주려고 한 사람이 갖고 있겠지요.” “비방과 욕도 그러하니라”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부처의 말이다.

[시인. 칼럼니스트. 前 국민대학교평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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