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빅, 시부트라민 퇴출 이후 새로운 대응 옵션"

건강을 위협하는 수많은 질환 중 가장 넓은 영역에 합병증을 유발하는 질환은 무엇일까? 

강재헌 교수(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대게의 경우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고혈압이나 당뇨를 답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비만'이다.

비만은 그만큼 대중에게 질환이라는 인식을 심지 못했고, 이런 배경으로 다른 질환에 비해 상대적으로 '치료 대상'에서 외면 받아왔다.

'게을러서' 혹은 '너무 많이 먹어서'라는 편견으로 질환이 아닌 개인의 문제로 치부됐고, 치료 영역에서 조차 급여 제한이라는 장벽에 둘러싸여 있다.

때문에 비만을 다루는 대부분의 의사들은 '사회적으로 비만을 바라보는 인식 개선'과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시점에서 때마침 새로운 비만치료제가 등장했고, 국민 인식 개선을 위해 대국민 캠페인을 준비하는 대한비만학회의 움직임도 분주해 지고 있다.

메디팜스투데이는 의료 일선에서 가장 많은 환자들을 접하는 강재헌 교수(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대한비만학회 홍보위원장)를 만나 비만을 둘러싼 최근 이슈들을 짚어 봤다.

먼저 시부트라민제제 퇴출 이후 근 5년 만에 등장한 식욕억제제 벨빅(성분 로카세린)에 대한 기대감을 들어봤다.

강재헌 교수는 "시부트라민 퇴출 이후 장기 처방이 가능한 식욕억제제 약물이 없어 비만 치료에 문제가 심해지고 있었다"면서 "벨빅 출시로 장기 처방이 가능해져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큐시미아나 콘트라브 같은 약물이 국내에 출시된다면 선택의 폭은 더욱 넓어지게 될 것"이라면서 "그런다면 비만도 당뇨나 고지혈증처럼 환자 개개인의 효과나 부작용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양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 펜터민과 토피라메이트를 복합한 큐시미아와 날트렉손과 부프로피온을 복합한 콘트라브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벨빅, 장기 처방의 기대감 높여 

벨빅의 장기 처방 가능성에 대해서도 강재헌 교수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벨빅이 미국에서 2년 이상의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어 최소 2년까지는 처방을 해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FDA 임상 자료에 따르면 벨빅은 식이요법 및 운동과 병행 시 1년 후 체중의 5% 이상을 감량하는데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감소한 체중을 최대 2년까지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식사와 운동만으로는 체중 조절이 되지 않는 비만 환자들에게 그동안 식욕억제제를 쓰더라도 3개월이 지나면 환자는 계속 요구하지만 의사는 처방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됐다"면서 "벨빅이 그런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뇨병과 고혈압은 치료제 숫자가 많아 환자에 맞는 약물 처방이 가능했는데 비만도 (벨빅 출시 이후 약물들의 출시로)그런 치료가 가능한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환자가 약을 달라고 하는데 의사가 못주는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비만을 질환으로 바라봐야 하는 인식 부족

강재헌 교수는 무엇보다 비만이 질환이라는 인식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치료를 안하면 심혈관 또는 뇌질환 등 2차 질환이 유발되기 때문인데 비만도 마찬가지"라면서 "비만이 유발하는 질병의 스펙트럼은 더 넓다"고 말했다.

이어 "단일 질환으로 오히려 비만이 유발하는 질병은 심혈관질환과 뇌혈관질환은 물론, 유방암이나 대장암 등의 치명적인 질환에서 나아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에 이르기까지 제일 넓은 범위의 합병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강재헌 교수는 비만이 질환으로 인식되지 않는 사회적 시선에 대해서는 단어의 의미가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학적으로 전혀 비만하지 않은,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서부터 병적 비만까지 모두 '비만'이라는 단어 범주에 포함된다"면서 "일반인이 생각하는 비만이 아니라 질병으로 치료해야 하는 것만을 비만으로 불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합병증을 동반하고 있거나 합병증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의학적인 치료가 필요하지만, 미용의 목적으로 치료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비만하면서 고혈압이 있거나, 당뇨, 지방간 등이 있는 환자들은 치료하지 않으면 더 악화되는 만큼 특히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비만을 의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컨센서스가 아직 없는 것 같다"면서 "학회에서 대국민 홍보나 캠페인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인식을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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