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형 교수, "환자 접근성 높이려면 위험분담제 도입 필요"

"폐암 치료의 가장 큰 문제는 내성이다. 자이카디아는  ALK 변이에 대한 선택성이 잴코리 대비 20배 더 높다."

 강진형 교수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과거 드물었던 폐암치료제 출연이 최근 활발히 전개되면서 국내 폐암환자들에게 높은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다.

그러나 턱없이 높은 치료제 접근성(약제비)과 '급여'라는 장애물로 환자들에게 돌아갈 이익은 아직까지 전무한 상태다.

이 가운데 화이자 잴코리(성분 크리조티닙)가 어렵사리 급여등재 절차(위험분담계약제)를 진행하고 있고, 이어 노바티스가 잴코리 내성환자에 사용하는 2차 약제로 자이카디아(성분 세리티닙)를 선보였다.

자이카디아 도입으로 잴코리 내성이 생긴 환자에게도 치료이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이런 배경 속에 메디팜스투데이는 지난 13일 강진형 교수(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를 만나 폐암치료제 자이카디아의 도입 의의와 국내 폐암 치료제 한계로 남아있는 급여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강진형 교수는 먼저 자이카디아에 대해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드라마틱한 생존율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호평했다.

2세대 ALK 표적치료제인 자이카디아는 잴코리 투여 후 질병진행을 보이거나 반응하지 않는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에 대한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강 교수는 "자이카디아는 1세대 ALK 차단제인 크리조티닙에 비해 ALK 선택성을 20배 이상 높였다"고 평가하면서 "자이카디아는 잴코리에 비해 ALK 변이의 주변 부위와 더 강력하게 바인딩해 잘 떨어져 나가지 않고, 따라서 더 적은 농도로 잴코리 내성 돌연변이를 극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자이카디아는 전세계 20개 의료 기관에서 25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임상연구 ASCEND-1를 진행해 국내 승인을 얻게 됐다.

강 교수는 "이 임상으로 자이카디아는 과거 ALK 억제제 치료경력 여부에 관계없이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종양 크기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들 중 과거 ALK 차단제의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 83명의 경우 세리티닙 치료 시 무진행 생존기간의 중앙값은 18.4개월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체 비소세포폐암의 3~5%를 차지하는 ALK 유전자 재배열 환자들 중에서도 크리조티닙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고, 반응했던 환자라도 통상 10개월이 지나면 2차 돌연변이에 의해 획득 내성이 나타나게 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내성극복 면에서 탁월한 치료옵션을 확보하게 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이어 "자이카디아는 과거 ALK 차단제를 경험한 환자는 51%, 경험하지 않았던 환자에는 73%의 반응률을 보였다"면서 "뇌전이에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20~40%에서 동반되는 뇌전이 환자에서도 초기 단계 투여 시 전체 종양반응률이 55.6%, 두개내 반응률(IDCR)은 58.%였다"고 덧붙였다.

강진형 교수는 잴코리와 같은 1차 치료제로 투여 적합성을 묻는 질문에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는 "잴코리 사용 후 효과가 있는 만큼 자이카디아를 우선 사용하면 이후에 잴코리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잴코리를 통해 1차 치료를 진행하고 내성이 생기면 자이카디아를 활용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환자의 눈물, 위험분담제로 닦게 해야"

이날 강진형 교수는 번번이 급여 등재 절차에서 고배를 마시는 폐암 표적치료제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급여 결정을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본인부담률 5%에 발목이 잡혀 약가 다툼만 하는 사이 속절없이 아까운 시간을 보내야 하는 환자들은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어 "약을 써보지도 못하고 사망하는 환자들도 있지만, 어렵게 약을 쓰다가 결국 (높은 약제비로)포기하고 사망한 환자들도 많다"면서 "잴코리나 자이카디아 같은 고가의 항암제는 약물경제성평가에 의해 약값을 결정할 게 아니라 위험분담계약제와 같은 제도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험분담제 '부담 비율'을 두고 정부와 시민단체, 제약회사가 '힘겨루기'를 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전제도 붙였다.

그는 "결국 보험료 부담은 국민이 하는데 정작 국민들이 그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7:3, 8:2로 부담 비율을 정하는 것으로 다툼을 이어갈 것이 아니라 약물 투여를 바라보며 죽음을 눈 앞에 둔 환자들의 눈물을 먼저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진형 교수는 마지막으로 "잴코리 역시 4년 전 허가를 받았지만 급여 등재에 연이어 실패하면서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중도 포기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번에도 그러한 전철을 밟아서는 안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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