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계속해서 하락하는 새정치연합의 안철수 공동대표가 ‘기초 무공천’ 방침으로 참패 가능성이 다분함에도 불구, 국민과의 약속이 더 중요하다며 새누리당을 압박하는 등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은 ‘기초공천 폐지’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에게 공식사과 한 바 있다.

또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정당은 선거 때 후보를 내고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정당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라며 “수많은 후보가 난립해 선거를 혼탁하게 하고 지역사회를 혼란에 빠트리는 것은 책임 방기”라는 입장을 보였다. 맞는 말이다. 애초에 정당공천 폐지를 약속했던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가 눈앞의 선거 때 ‘표’만을 의식했기 때문에 벌어진 잘못이다.

잘못했다면 잘못을 시인하고 국민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 잘못을 했음에도 국민과의 약속 때문에 고집을 한다는 것은 또 한번 국민(유권자)을 혼란에 빠트리고 우롱하는 처사다. 정당정치를 하는 국가에서 정당공천이 없다면 정당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앞은 보이지 않고 내부갈등으로 위기를 느끼는 새정치연합은 여전히 안철수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약속을 지키는 신뢰세력으로, 새누리당은 약속을 안지키는 거짓세력으로 호도하며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모 예비후보의 경우 어느 정당소속인가를 알 수 있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안철수와 함께 찍은 대형 현수막을 건물에 내걸은 것을 보았다. 은연 중 어느 정당인가를 암시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눈 가리고 아웅’식이라 볼 수 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지난 12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이 승리하자 ‘상식이 비(非)상식을 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거를 상식과 비상식의 대결로 볼 만큼 안철수는 상식을 무척 좋아한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늘 상식에서 벗어난 돌출발언, 행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고 어이없게 한다. 이번 국회의사당에서 대표 발언도 그렇다. 정당, 정치에 경험이 없는 안철수의 행태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안철수는 밖에도 적이 많지만 내부적으로도 적이 많다. 그러다보니 안철수 지지율이 열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안철수 마음속엔 어떤 심리적 작동장치가 있길래 저렇게 비상식적인 말을 내뱉으며 상식으로 착각하는 것일까. 학자시절 강의하듯 말을 쉽게 하는 스타일은 아닌지. 지금도 ‘무공천’에 집착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차라리 새로운 정당이 창당되었으니 당원들의 의견을 모아 공천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자신의 잘못된 주장을 신당으로 떠넘겼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안타까운 것은 안 대표는 복지, 일자리, 국민연금, 건강보험, 노사 등에 대해서도 공허한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으면서 국민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안 대표는 아무런 지식과 고민을 보이지 않았다. 무성한 말들만 던지며 무조건 정부를 몰아세운다. 어찌보면 전형적인 선동가라 할 수도 있다. 오죽하면 많은 정치 전문가들도 그의 허구(虛構)에 대해 실소를 자아내겠는가.

특히 안 대표는 그의 저서에 대한민국이 낭떠러지에 있다고 했다는데 사실 대한민국이 낭떠러지에 있는 게 아니라 안철수 자신의 자질론이 낭떠러지에 와 있는 건 아닌지. 안철수를 지지했던 측근들이 신당이 창설하기도 전 대부분 안철수를 떠난 것이 그 한 예라 할 수 있다. 이제 또 하나의 ‘새정치원정대’가 발진했다. 너무 많은 ‘새 정치’라는 이름이 출몰해 신선함을 느낄 수 없다.

제정구를 대표로 한 한겨레민주당, 유한킴벌리당(당수 문국현), 칭(稱)박당(친박연대)까지 기억은 가물하지만 창당 명분은 비슷했을 것이다. DJ조차 당명에 새 정치(새정치국민회의)란 단어를 붙여 한 때 재미를 본 적이 있다. 신당의 누군가 ‘백년정당론’을 말했다. 이 역시 기시(旣視)감이 있다.

그 예로 열린우리당이 백년정당 운운했다가 5년도 채 못되어 문을 닫았다. ‘천년정당’을 표방한 새천년민주당도 있었다. 그런 민주당도 60여년을 넘기지 못하고 이 땅에서 사라졌고 한나라당 역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새 정치를 강조하며 생기는 신당의 특징을 보면 민주적 시장경제, 자본과 노동의 상생, 정의로운 복지국가, 평화통일, 삶의 정치, 상식과 합리 등등 좋은 말들을 다 내놓는다.

이제 ‘새 정치’라는 말은 국민들에게는 식상된 말이 되어 버렸다. 설마 살기에도 바쁜 국민에게 그런 것을 다 기억하라고? 다른 기존 정당에서도 다 나온 것을 좌판에 쭉 늘어놓는 것보다는 이번 ‘새 정치’는 이렇게 다르다는 임팩트 있는 한마디가 더 아쉽다. 합당을 해놓고도 친노세력, 안ㆍ김세력이 갈라져 험난한 항해를 하면서 흔들거리는 ‘새정치연합’의 예비후보들이 ‘무공천’으로 내심 안절부절하며 안 대표를 비난하고 있다. 안철수는 당연히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했어야 한다.

지금 ‘새 정치’를 내세우며 창당한 ‘새정치연합’ 당명만 바뀌었지 그 얼굴이 그 얼굴이고 전과자 비난을 받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새 정치? 그럼 뭐가 헌 정치인가? 과거 모 신당의 대변인을 지낸 원혜영이 안철수에게 권면한 말이 있다. “처음엔 기대를 모았지만 나중에는 유권자들이 ‘이게 무슨 새 정치야’하며 떠나더군.”

5등짜리들만 모여 63명이 총선에 출전해 한명(호남)만 생존하고 나머지는 처참하게 전사했다. 또 원혜영은 이렇게 몰락하는 이유에 대해 “이상과 현실의 괴리요, 양적 팽창을 도모하면 질적 저하가 필연적인 것”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런 안철수가 원혜영의 진심어린 충고를 외면했다. 사실은 충고가 아니라 후배에게 경고를 했는지도 모른다.

정치는 누구라도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새 정치를 외치며 무공천을 주장하는 안철수가 자신의 존재가치를 위해서는 반드시 피해야 할 길이 있는데 그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그 길을 스스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정치개혁을 하자면 불가피하다고 구구한 변명을 늘어놓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름대로의 독창적인 새 정치를 위한 정책이 있다면 국민에게 알리고 신당의 동지들을 모아 개혁을 시도했어야 마땅하다. 그래야 새 정치에 대한 진정성과 실천력을 검증받아 지도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국정운영은 컴퓨터 백신이나 청춘콘서트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안철수는 지난 대선 때 대권 과외수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역사, 정치, 경제, 사회부분은 속성과외를 받았는지 모르는 게 많다.

세상의 중요한 상식 중 하나는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선 쉽게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안철수 대표는 이런 상식을 잘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정치는 상식만으로는 할 수 없다. 안 대표의 두뇌가 아무리 뛰어나도 어렵다. 정치는 노력과 경험, 그리고 고뇌라는 상식의 3박자가 있어야 할 수 있다. 진정 국가를 위한다면 지금이라도 안철수는 정치인이 아닌 학자로 돌아가서 국가 백년대계를 짊어진 후학들을 양성하는 교육자가 되었으면 한다.

[시인.칼럼니스트.국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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