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새정치민주연합이 26일 ‘중도강화’를 표방하며 안철수ㆍ김한길 투톱체제로 출범했다. 동시에 6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던 민주호가 좌초된 상태에서 침몰하고 말았다. 독불장군인 안철수가 대군단인 거대 야당을 코도 풀지 않은 채 삼켜버렸다.

임기 1년의 공동대표로 선출된 안철수 의원은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새정치는 블루오션(Blue Ocean)"이라며 ”레드오션, 블랙오션인 여의도 정치에서 벗어나 국민 속으로 들어가 진정한 국민의 집을 짓자“고 말했다. 이어 ”독선과 이집, 부정부패,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반민주적 해위에 대해서는 독하게 싸울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기초의원, 단체장에 대한 무공천 방침과 관련해서는 “내려놓을 것이 있다면 내려놓고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리자”고 무공천 의지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특히 안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대선 때 주요 공약들이 잉크도 마르기 전에 줄줄이 폐기되고 있다. 정파의 이익보다 국민과의 약속이 더 중요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거짓말 정치에 대해 국민들이 표로 심판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신당 지지율은 28%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안철수를 보면 실루엣만 아른거린다. 꼭 ‘히든싱어’를 보는 느낌이 든다.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이전 안철수는 장하선(서울), 정장선(경기), 오거돈(부산), 김부겸(대구)가 신당에 참여할 것이라는 말을 흘렸지만 막상 장막이 걷히자 모두가 나는 적격자가 아니라면서 손을 내둘렀다.

그러자 안철수 의원은 모 일간지 인터뷰에서 2~3월엔 진짜 리스트를 공개한다고 했다. 장관급 이상도 있다는데 이름은 말하지 않았다. 2월이면 2월이고 3월이면 3월이지 웬 2~3월. 그가 쳐놓은 장막 뒤에는 도대체 누가 있을까.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더해 주었지만 막상 까보면 양파 같다. 여전히 장막에 가려져 있고 까면 깔수록 아무것도 없다. 단지 매운 맛에 눈물이 날 뿐이다.

그가 말하는 새정치가 뭔지 공감이 가지 않는다. 안철수가 민주당과 흡수 창당을 하면서 그의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창당 이전 안철수 신당에 합류한 이계안(서울), 박호군(인천)의 지지율도 일부 여론조사에 따르면 별로다. 이 정도라면 별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본다. 감히 안철수 신당을 지적하자면 세 가지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첫째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식으로 요란스럽게 떠들기만 했지 사람이 없다는 것. 둘째는 그가 새정치 운운하지만 감동이 없다. 셋째 그렇다보니 기존 정당정책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동즉사(同卽死) 이즉생(異卽生)이다. 안철수는 카이스트 석좌교수에서 정치인 안철수가 되면서 질문 등도 가려서 받고 많은 사람들에게 안 의원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아쉽게 만들면서 그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국민의 절반을 적으로 돌리면서 통합을 외치는 것은 위선”이라며 ‘탈(脫) 구태정치’를 외치던 안 의원이 기존 정당인 민주당과 합당을 했을까. 이제는 ‘새정치’라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안철수야말로 국민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거짓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어떻게 되든 정권 쟁취를 위해 자신의 입맛에 맞는 단시적 선심성 정책을 마구 쏱아내고 있다. 진정성이 있었느냐는 그러나 별개의 문제다.

돌아보면 대체로 아니올시다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안 의원은 과거 경제사범에 대해 “한번 잡히면 반을 죽여 놓아야 한다”고 국민들에게 큰 소리를 쳤지만 정작 최태원 회장에 대한 인정을 보면 그간 교류(交流)한 재벌 2, 3세는 예외로 여기는 건지 안철수의 속마음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안철수가 중심에 서 있지만 좌우 양옆으로 ‘아바타’들이 V자형으로 ‘학익진(鶴翼陣)’을 펼치며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안철수는 그저 검증을 피하되 여론몰이하며 무임승차의 기회조성을 보고 있을 뿐이다. 지금 안철수가 신당 공동대표로 되었지만 안철수 측근들이 몇 사람을 남겨두고는 모두 떠나고 있다. 어렵사리 재영입한 윤여준, 박호군, 홍근명도 안철수와 결별을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는 자기 희생적 결단과 과감한 지도력을 요구하는 정치인이기 보다는 손익계산에 밝은 IT보안업자로서 적격인 것 같다. 안철수식 새정치 공학은 여름 사막에 뜬 신기루에 지나지 않을 성 싶다. 안철수는 우선 기초선거 무공천 논란부터 진화하는 게 당면과제다. 130명 제1야당을 지휘하는 안철수 대표가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이자 그의 능력을 검증받는 기회이기도 하다.

무공천시 5만명 정도의 후보가 난립할 수도 있다. 유권자들 역시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 동안 약점으로 꼽혀온 안보와 성장을 당의 정신으로 내세워 무당파와 중도층을 공략하려고 한다. 그러면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참배는 난색을 표하며 입을 다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성인군자와 세속인간의 두 얼굴을 가진 안철수를 보지 못하고 있다.

그를 너무 과대평가한 탓이다. 좋은 말만하는 그를 성인군자로만 착각한 듯 싶다. 안철수 착시현상에는 기존 정당 정치인들 뿐만 아니라 그의 이미지 마케팅에 흔들린 우리 모두에게도 책임이 크다 할 수 있다. 날로 드러나는 안철수의 두 얼굴을 보며 씁쓸한 마음이 되는 것이 못내 안타깝다.

[시인.칼럼니스트.국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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