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의 umbilicus는 라틴어로 작은 umbo라는 뜻이고 umbo는 방패의 중앙부에 달려있는 장식용 융기 혹은 돌출부인데 배꼽이 튀어 나왔다는 뜻에서 쓰인 말이 아니고 umbo가 방패의 중앙에 있기 때문에 가운데 있다는 뜻으로 쓰인 것이다.

남성 중앙이나 여성 중앙을 흔히 성기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모양인데 옛 사람들의 생각은 남성이나 여성의 중앙은 배꼽이었던 것 같다.

그리스의 제우스 신은 지구의 중심을 알아내기 위해 이 세상의 동쪽 끝과 서쪽 끝에서 동시에 독수리를 반대 방향으로 날려보내서 서로 만나는 점을 찾아내어 지구의 중심이라고 선언하고 그 자리에 돌을 하나 갖다 놓았는데 이 돌이 omphalos이고 그리스어로 배꼽도 omphalos이다.

배꼽이 인체의 중심이라고 생각한 것은 그리스 사람도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제우스가 신이라고 해도 그가 이해하고 있는 세상은 독수리가 날아 갈 수 있는 범위 정도였다고 하니 그다지 막강한 신은 아니었던 것 같다.

Umbilicus는 umbilical cord(탯줄)나 umbilical hernia(배꼽탈장) 등 형용사로는 많이 쓰이지만 조어요소로서는 잘 안 쓰이고 omphalos는 omphalocele(배꼽탈출)이나 omphalomesentery(제장간막), 혹은 omphalophlebitis(제정맥염),omphalodidymos(제결합쌍둥이)처럼 조어요소로서 많이 쓰이고 있어 용법에서 차이가 나고 있다.

배꼽은 영어로 belly button이라고 하기도 하고 navel이라고 하기도 한다. 전자는 속어로 어원을 따질 것도 없고 후자는 Anglo-Saxon어의 작은 nafe라는 뜻의 nafela라는 말에서 유래된 것으로 nafe는 중심이라는 뜻과 수레바퀴의 축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유럽에 여행을 가면 대개 오랜 된 교회를 방문하게 되는데 안내서를 읽어보면 로마네스크 양식이나 고틱 양식을 가리지 않고 실내가 nave와 aisle로 구분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nave는 교회의 가운데 공간인 주라을, aisle은 주랑의 양 옆에 있는 측랑을 말하는 것으로 건물의 하중을 분산하기 위해 여러 개의 기둥을 세울 수 밖에 없고 이 열주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공간인 것이다.

로마네스크 양식은 로마식을 본뜬 것이라는 뜻인데 하중 분산 기술이 미숙하여 벽이 두껍고 창문이 몇 개 없는 것이 특징이어서 아름답기는 하나 방어용 요새 같은 느낌을 주는 건축이고, 고틱 양식은 하중 분산 기술이 제법 발전하여 벽이 얇고 건축물이 높으며 창문이 많아지고 창문마다 화려한 스테인드 글래스로 장식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고틱이라는 것은 ‘고트족의’라는 뜻인데 르네상스 시절의 사람들이 전 시대의 문화를 격하시키고자하여 붙인 이름이어서 야만적이다 하는 느낌을 내포하고 있다.

영어로 야만이라는 단어로 barbarian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옛 로마 사람들은 면도를 하였지만 주변 민족들은 수염을 기르고 있었기 때문에 수염을 기르는 사람이라는 뜻의 단어가 야만이라는 단어로 바뀐 것이다.

털과 관계된 단어로는 이발소 barber shop이 있다. 교회의 nave는 중앙에 있어 배꼽을 연상하게도 하지만 어원을 따져보면 라틴어의 navis 즉 선박에서 나온 말이다. nave가 배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navis는 navicular bone(주상골)에서도 의학 용어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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