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KRPIA 회장, "정책+약가 같이 가야"

지속되는 약가인하 정책에 제약산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정부는 목적(약가인하)대로 행보를 거듭하고 있고 산업계는 아우성이다. 실제를 보자면 이런 상황은 정부와 산업계의 '불통'에서 발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험재정을 이유로 정부는 상대 단체들과는 달리 '카운트 파트너'로 입지가 약해지고 있던 제약업계를 선택, 강행군을 이어갔고 현재 국내제약산업은 거의 백기를 들기 일보직전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그동안 정부와 국내제약업계의 '조용한 파트너'였던 다국적의약산업협회(이하 KRPIA)가 행보를 달리하고 있다.

'신약' 콘텐츠로 한국내 제약산업 기반에 기여하며 조용한 행보를 보였던 이 조직은 지난해 약가인하 정책 발표를 전후로 정부 정책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공정위와 표준계약서 문제로 한차례 '거사'를 치렀던 KRPIA의 다음 향후 행보는 무엇일까.

메디팜스투데이는 새롭게 KRPIA 수장을 맡은 김진호 GSK 사장을 만나 정부의 카운트 파트너로서 역할에 대해 물어봤다.

태어나 처음으로 제약산업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장면을 목도했다는 그는 제약산업의 본질, '의료진에 약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해야'만 하는 시스템을 왜곡되게 보지 말아야 한다고 직언했다.

의약품 개발에 필요한 정책 지원에 대해 '나팔수'만 불지 말고 산업 기반이 흔들리지 않는 선에서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 달라고도 했다.

김진호 다국적의약사업협회 회장
다음은 김진호 KRPIA 회장과의 일문일답-약가인하로 국내 제약산업이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 지금의 상황에서 어떤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나.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 'Pharma Korea 2020 정책'을 펴고 있지만 제약산업에 필요한 보장이 되는 정책도 같이 가야 한다고 본다. 

제약산업의 목적은 정확한 의약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환자에게 이익을 줘야하는 구조에서 현실적으로 걸림돌이 많다. 정보 전달 체계가 왜곡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의 정책은 쌍벌제 등으로 인해 오해만 쌓여가게 하고 있다. 이런 부분은 빨리 개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신약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을 높여야 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신약에 대한 가치를 얼마나 제대로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다.

앞서 말했듯 'Pharma Korea 2020 정책'을 큰 비전으로 봐야하는데 그것은 따로 가고 약가만 따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 큰 그림으로 볼 때 유기적으로 정책과 약가 부분이 함께 가야 한다.

결국 제약사업의 목적은 환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신약에 대한 정보가 빨리 전달되고, 그 과정이 순조롭게 이뤄지기 위한 연구와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

-쌍벌제에 대해선 어떤 시각으로 보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쌍벌제에 대해서는 KRPIA 회장으로서, 일반인으로서도 적극 지원한다. 환자들이 중심이 되고 이것이 중간에서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사이 과거에 비해 많이 (리베이트가)개선됐고 앞으로도 빠르게 개선 될 것이라고 본다. 

다만 의협이 영업사원을 막는데, 우리의 역할은 약물의 정보 전달이다. 이 부분은 막혀선 안 된다. 의협과는 대화를 통해 정보 전달은 막혀선 안 된다는 부분을 언급했고 의협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 일시적인 선에서 (영업사원의 의료기관 출입금지가)마무리 될 것으로 본다.

내 생각에, 대화 기술이나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지금에서 가장 충실하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영업사원을 통한 것도 있지만 인터넷이나 다른 부분도 강화시켜서 할 수 있다고도 본다.

-CSO(외주영업)을 시도하는 다국적제약사들이 많은데 이런 영업을 어떻게 보고 있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또 이런 경향을 보고 가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약물의 개발 목적이 변화하는 것과 같다. 과거에는 블럭버스터에 R&D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최근에는 틈새시장에 더 집중하는 부분이 많다. 일테면 위장약도 더 세밀하게 증상별로 효능을 발현하는 약물 개발로 가고 있기 때문에 시장은 블럭버스터에 비해 작아질 수 있겠지만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정부가 새롭게 약가연동제를 추진한다는 말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약가인하만 보고 결정하는 것보다 전반적인 의료계의 시스템을 보고 그 안에서 약가를 봐야 된다고 보는데, 지금 나오는 제도들이 전반적인 것이 아니라 재정안정화만 보고 진행되는 것 같다.

충분한 대화와 제약계, 학회, 의료계, 특히 환자들의 충분한 대화와 이해작업을 거친 약가제도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KRPIA가 적극적으로 정부 정책에 대응하고 있다.

KRPIA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정부가 가는 방향에 최선을 다해 협력을 할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R&D다. Pharma 2020 비전에 서포트를 하려면 R&D에 충분한 경험이 있는 회사와의 협력을 통해 실패했던 부분을 반복하지 않고, 시간이나 투자규모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R&D는 이노베이션이니까 여기에 대한 글로벌 소싱이 제대로 되어있는지, 정부가 투자를 했을 때 과연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

우리나라 제약회사는 인프라가 아직 안되어 있다. 많은 외국 제약 회사들은 수십 년에 걸쳐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이 시스템을 통해 투자한 금액을 빨리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간 내에 투자해서 그 다음 단계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

-향후 의약품 개발은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나.

지금 근 4~5년 사이에 전세계 지각변동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제약에서는 세계 경제위기, 아시아국가들의 성장에 맞게 요구를 반영해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

R&D를 생각하면 First-In-Class를 생각하는데 내 생각에는 better-in-class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글로벌시장에서 R&D의 조직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고,  많은 부분을 외부에 맡겨서 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에 있는 인력도 충분히 파트너로 갈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의 오픈이노베이션이 되어 줘야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면서 빠른 시일 내에 글로벌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국적기업들 중 화이자, MSD, 사노피 등에서 1년 이내에 better-in-class 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

국가 간 정부 인정 의약품은 현지 임상을 하지 않아도 허가될 수 있도록 할 필요성도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중국이나 일본의 식약청과 협력을 통해 서로에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

-모범계약서 문제는 어떻게 해결되고 있나?

만약에 개인이 하는 장사라면 모범계약이 필요한가?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서로 상대성이고 환경이 다르고,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하나의 모범계약으로 하는 것은 갑과 을 모두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이는 WTO협정에 위반되는 사항이기도 하다. 국제 협력  계약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공정위와도 지금 계속 대화를 하고 있다. 수위도 낮아져서 처음 표준계약서가 모범계약서로 이름이 바꼈다.

다만 법적인 구속력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논의 중이다. 이 부분은 공정위와 계속 대화하면서 해결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그 동안은 각 회원사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한국 시장 진출이 활발하다.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나?

IMS 데이터를 보면 전 세계에서 한국시장이 13위 정도다.

경제도 유럽처럼 마이너스 성장도 아니고, 작게나마 성장하고 있다는 것과 아시아 파트너십도 더욱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 신약의 수요가 높을 것으로 판단한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현 집행부의 회무 운영 방향에 대해서도 말해 달라.

규모가 커지는 것보다 능력 있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고. 회원사들의 key talents들을 뽑아서 어떻게 활용할 것 인가에 대한 KRPIA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년이고, 2년이고 협회에 파견근무를 시켜 전반적인 그림을 배우고, 거기에서 자신의 능력을 KRPIA에 지원을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듯하다.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협회 이름도 개명을 생각 중이다. 우리의 정체성을 알릴 수 있는 좋은 이름을 놓고 고민해 볼 생각이다.

회원사들과는 쌍방향 대화를 통해 정답을 찾아나가도록 할 생각이다. 새로운 사업계획은 아니지만, 서로 win-win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협회의 역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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