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KJPA 회장 "한국시장, 독특한 메리트 있어"

발전을 위해 토양다지기에 나서야할 국내제약산업에 먼가 '한 수'를 전해줄 이는 없을까. 이런 순수한 질문에서 시작된 김대중 한국일계제약기업협의회(KJPA) 회장과의 인터뷰는 명쾌하고 냉철한 답볍으로 이어졌다. 

지난 2009년 공정경쟁규약이 공표되면서 '산업의 존재가치'를 몰이해로 풀어가는 규제기관에 항의하고 그 시기에 맞물려 한국제약협회와 KRPIA와도 협력관계를 맺기 시작한 조직답게 인터뷰 수락 또한 장고를 거듭했다.

국내 몇 안 되는 제약MBA 출신에 일본계제약사에서 일을 시작, 일본계다국적제약사 본사에서 근무하다 한국다이이찌산쿄 사장을 맡으면서 동시에 한국일계제약기업협의회(KJPA) 회장을 맡고 있는 김대중 사장과의 인터뷰는 많은 질문들을 안고 시작됐다.

한국의 제약산업은 어떻게 가야 하는지, 제약협회는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향후 한국제약산업은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지.

지난 7일 한국다이이찌산쿄 본사에서 만난 김대중 KJPA 회장은 한국제약산업과 일본제약산업의 차이점, 글로벌시장의 격차, 일본기업들의 성공사례 등을 과감없이 들려줬다. 

-인터뷰하기 참 힘들었다. 무려 반년을 기다려 인터뷰를 한다.

(웃음)미안하다. 한국일계제약기업협의회(KJPA) 회원사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결정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KJPA가 설립되고 1년이 지났다. 설립 배경과 역할이 궁금하다.

원래는 한국에 있는 일본인 주재원들끼리의 사적인 모임으로 시작됐다. 그것이 이어지다 2009년 공정경쟁규약이 만들어지면서 규약 세부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제약협회와 다국적제약협회에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친목모임이 아닌 단체적 성격을 가지고 움직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2010년 4월 정식으로 발족하게 됐다.

한국다이이찌산쿄는 그때 조인하게 됐다. 그 전에는 일본인 사장들이 회장을 맡아오다 하나 둘 현지인들로 사장들이 바뀌면서 2010년에 본격적인 협회 설립이 가능했다.

역할은 정확하게 정립돼 있진 않지만 친목에서 시작해 뭔가 해보자는 뜻이 있었기에 지금은 회칙을 만들고 내부 정비에 우선적으로 집중하고 있다.

설립 목적 자체는 한국과 일본의 의약발전에 공헌한다는 것을 가지고 있고 거기에 더한다면 내부적으로 회원들 간의 정보 교류 정도가 되겠다.

-한국에도 한국제약협회, KRPIA 등 협회가 있다. KJPA도 그들과 동등한 입장에 설 계획인가?

법인화에 대해 업계에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그런 이야기를 논의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서두르려 하지 않는다.

KJPA는 시장 메이커 성격으로는 KRPIA와 가깝고 한국과  역사성, 정서로는 한국제약협회와 가깝다. 그러나 '이렇게 지역적으로 나눠진 것이 바람직한 구조인가'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일본에서는 협회 구조가 각기 정책에 따라 나눠져 있다. 정부가 정책에 대해 협의를 하려고 할 때는 정책 분류에 따라 협회 컨택을 다르게 한다.

제네릭산업에 대한 정책 교류는 일본제네릭제약협회의와 하고 오리지널 정책에 대해서는 일약협회와 한다. 모든 것을 총괄하는 큰 협회가 일본약업연구회인데, 회사에 따라 양쪽에 가입된 회사도 있겠지만 모두 정책에 따라 협회 가입을 나눈다. 지금의 한국은 혼재돼 있는 상태다.

-그럼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나?

일본계제약 입장으로 볼 때는 일본과 같은 구조가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하지만 그런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이 있지 않겠나 싶다.

만약 제약협회가 신약과 관련된 것을 서포트 할 수 있는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간다면 아마 자연스럽게 (제네릭협회 등이)구성되지 않을까 한다.

-신약으로 가기엔 한국기업들이 역부족이지 않나?

맞다. 그러나 한국은 반드시 신약으로 가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글로벌시장에 갈 수 없다. 한국시장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의 어려움도 신약이 없어서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 리베이트라든가 제약계를 보는 시선이 해외에선 이렇지 않다. 미국과 일본은 제약산업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태도를 보인다. 고용창출과 수익이라든가 선순환 구조로 가는데 한국은 그런 게 아니다 보니 이런 상황에 온 것이다.

-한국제약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보나?

한국기업들이 보는 글로벌시장과 글로벌시장에서 보는 시장의 축은 다르다.  일본은 신약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했는데 한국은 제네릭과 개량신약으로 간다. 나가는 진출 방향도 일본은 미국을 우선시 했지만 한국은 이머징 쪽으로 가고 있다.

산쿄도 미국 진출 시 신약을 라이센스 아웃해서 들어갔다. 시장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해 자체 개발해서 자체 판매로 하는데 까지 시간과 정성을 들였다. 에자이도 그런 부분을 빨리 했다. 조인트벤처라든지 그런 걸 빠른 속도로 앞서나갔다. 이런 추진력이 필요하다.

일본은 퍼스트 인 클래스와 베스트 인 클래스가 있었지만 한국의 경우는 글쎄...

일본시장이나 해외 시장 모두 비슷하다. 제네릭 가지고 진출하려고 하지만 이미 테바라든지 사노피, 화이자 등이  들어가 있다. 그러나 이들도 사업을 하는데 굉장히 힘들어 하고 있다.

제네릭 시장 자체가 성숙돼 있지 않은 시장에 제네릭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일본제약기업 역시 한국과 같이 오너십 경영으로 M&A라는 것이 힘들었지만 2004~2005년에는 글로벌 경제 위기로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약가 인하가 2년마다 되고 디플레와 국내경기침체는 M&A를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 당시 화두 자체가 M&A와 글로벌화였다. 내수시장에서 버틸 수 없으니 큰 힘으로 뭉쳐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규모도 커지고 파이프라인이 강화되면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제약산업은, 그런 상황까지의 위기의식을 느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약가인하 경험이라든지 상황은 한국보다 앞서지 않나?

환경 자체가 다르고 기본이 다르다. 일본은 2년에 한 번씩 한국의 실거래가 제도처럼 유통에 대한 마진이 얼마나 발생하는지를 보고 약가 인하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지난해 4월 약가인하가 부분적으로 변경돼 신약의 경우 존속 가능하다는 전제하에서 약가인하를 배제하는 식으로 가고 있다. 신약에 대한 개발 여력은 주자는 것이다.

일본은 제약기업들이 글로벌화 할 여력이 있을 때 M&A를 했고, 신약도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약들을 몇몇 보유하고 있었다. 그래서 약가인하 감수가 됐지만 한국의 사정은 다르다.

-그럼 한국시장에 진입하는 글로벌기업들이 많은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한국의 존재감은 마켓 자체보다는 생산기지로 활용하거나 임상 퀼리티에 방점을 찍는 것이 아닐까 한다. 

-주제를 바꿔보자. 회장 임기 1년의 성과가 있다면?

지금은 조직자체의 변화 시기라고 보고 있다. 일본 사장에서 현지 사장으로, 친목적 성경에서 협회의 모습을 바꿔나가는 과정이다. 그러면서 기초다지기를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회비를 인상해야 할 것 같다. 사무국도 전임사무국을 설치해야 하고 홈페이지도 곧 오픈할 것이다. 

-임기가 1년이다.

연임이 된다더라(웃음). 앞으로는 이런 저런 생각과 구상만으로 됐던 사업을 해볼 생각이다. 일본 기업들이 단순히 비지니스로 수익창출하는 것에 의의를 둘 것이 아니라 한국제약기업이 일본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일본 제네릭 사업에 참여한다던가, 시장에 대한 세미나를 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우리가 공헌할 부분을 하나씩 할 생각이다.

협회 소모임도 RA, CP, 약가, 메디컬 어페어런스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전문화시켜 제약협회 등과 교류를 확대할 생각이다. 

인터뷰 내내 김대중 회장은 '신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해외시장에서 글로벌마켓리더와 경쟁하려면 퍼스트 인 클래스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제약기업들이 아직 '운영할 만한 여력'이 된다고도 했다.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업계 분위기를 지적한 말일 테다.

시장 자체의 위축을 그다지 두려워 하지 않는 국내제약산업이 '무기'없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전쟁을 잘 치뤄낼 수 있을까. 그가 던지는 질문에 우리 토종기업들이 던져야 할 답은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