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종 환자연합대표, "국민감시 시대 만들어야"

안기종 한국환자연합 대표가 의약품 리베이트 첫 손해배상 청구 소송 약물인 조프란 처방 내역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리베이트에 걸리면 환자가 그 회사 약에 대한 처방을 거부하고, 대체 품목을 선택할 권리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생각 중이다. 환자들이 리베이트 제약사의 의약품 수용을 거부하면 결국 이런 회사들이 약을 못파는 구조가 될 것이다."

지난해 말, 신선한 뉴스가 들려왔다.

국내에서 '환자에 관한 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회장 안기종씨가 소비자시민모임과 함께 지난해 의약품리베이트감시운동본부를 설립한 것.

이달 들어서는 리베이트 적발 제약사 명단과 해당 품목 공개, 해당 제약사 의약품을 복용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리베이트 환수 소송'을 계획하고 있다.

이달 28일 서울대병원 앞에서 32개 리베이트 제약사 명단 공개와 함께 기자회견을 여는 안기종 대표는 "국내 리베이트 감시 운동에 해외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처음 시작하는 환자주도의 리베이트 반대 운동이 뿌리를 내려 글로벌 시민운동으로 확대되면, 결국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회사들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리베이트 근간' 자체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조프란 소송과 함께 의약품 리베이트 제약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기 위해 고심 중이라는 안기종 대표는 "소송의 첫 시작은 역지불합의로 판명난 조프란과 푸루나졸을 대상으로 한다"면서 "향후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중 하나의 약물을 선택해 지속적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자 권리 살린 의약품 불매운동 확대

안기종 대표는 국내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제공행위는 근절돼가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의사들과 제공하려는 일부 영업사원,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정부가 있는 한 해결되지 않을 문제라고 단언했다.

그는 "가장 해결이 쉬운 방법은 리베이트를 요청하거나 주는 행위 자체가 회사 운영에 타격을 줄 정도의 강력한 규제로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약가가 높다고 할 것이 아니라, 약가에 포함된 리베이트 비용을 뺄 수 있도록 보다 강력한 정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때문에 우리의 리베이트 운동을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 리베이트 환수 소송에서 이긴 경험이 있는 국가들과 함께 하려 한다"면서 "서로의 정보 공유와 교류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킹을 형성해, (제약사가)리베이트를 제공하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도록 환자가 해당 제약사의 의약품을 거부하는 '불매운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리베이트 손해배상 소송이 무르익고, 글로벌 네트워킹 가입 국가가 10여개국 이상이 되면 환자와 소비자단체가 공동으로 리베이트에 대한 국민감시 선언을 할 것"이라며 "불매운동으로 리베이트 근원 자체가 사라지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불매운동의 기초다지기 일환으로 환자단체연합과 소시모는 리베이트 제공 제약사 명단 발표 이후 해당 제약사의 일반약 및 리베이트 다빈도 적발 품목에 대해 불매 운동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안기종 대표는 "불매운동 첫 대상 품목은 우루사를 생각하고 있다"면서 "환자들이 해당 의약품의 처방약을 바꿔달라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국민감시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며 리베이트 대상 의약품을 거부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결국 리베이트 제공 제약사들이 약을 못 파는 구조를 만드는데 (의약품 리베이트 감시운동본부 설립의)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환자단체가 벌이는 일종의 퍼포먼스로 생각하는 시각이 적잖다. 소비자운동이 결실을 맺으려면 정부와 지자체가 움직여야 하는데 국내 여건에서는 이런 결과를 얻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소비자 불매운동의 여파가 크지 않아 일시적 반향만 불러온다는 경험의 축적이 이를 반증하기 때문이다.

안기종 대표는 이에 대해 "단기적으로 캠페인을 벌이면 불매운동의 여파는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목표는 '국내 제약사의 리베이트 제공이 사라질 때'를 기점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일시적 운동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면서 "공정위나 지자체, 국회의원들이 관심을 갖고 같이 움직여 줄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운동을 장기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환자단체연합과 소시모는 월 1회 서울주요병원 캠페인 진행, 리베이트 제공 제약사 명단 리플릿 배포, 리베이트 대상 품목 처방 반대 및 불매운동 등을 올 상반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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