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길 중소병원협회 회장

 

심각해도 너무 심각하다. 중소병원의 어려움은 한두해 문제가 아니지만 중소병원의 도산율이 연 10%에 육박하는 등 처참한 상황이다. 그 가운데 백성길 회장(사진)이 중소병원 살리기에 사활을 걸고 취임했다.

 메디팜스투데이가 만난 백성길 중소병원협회 회장은 거침이 없었다. 위기에 빠진 중소병원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 어떤 각오도 지겠다는 모습이었다.

중소병원협회는 최근 포괄수가제 강제시행에 반발해 수술거부를 선언한 의협과 달리 '조건부 찬성'을 내세우며 수술거부 운동에 동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백성길 회장은 "포괄수가제 조건부 찬성입장"이라고 전제한 뒤 "의협은 반대를 먼저 걸고 조건을 충족해달라는 입장이고 우리는 제도를 시행해가면서 조건을 충족해달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의협에서 반대입장을 내세운채 조건을 충족해달라고 주장하면 반대명분만 부각돼 여론이나 언론이 나빠진다"며 "그렇게 되면 의협이나 의료인이 무슨 주장을 한다 하더라도 누가 들어주겠냐"고 반문했다.

정부가 포괄수가제 시행을 두고 강경하게 나오는 상황에서 의료계가 퇴로를 만들어놔야 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하지만 의료계가 정부를 믿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라고 일축했다.

백성길 회장은 "지난 2000년부터 시행된 의약분업은 약제비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실패한 정책이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일언반구가 없다"며 "정부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으니까 의협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복지부가 잘못을 했기 때문에 의협이 반대명분을 거는 것이지만 공리적인 차원에서 포괄수가제는 도입이 돼야 한다"며 "의협과 정부의 대립이 계속 되다가는 둘 중 하나가 부서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포괄수가제 같이 건강보험 재정의 근간을 흔드는 일은 의료공급자만의 잘못이 아니"라며 "이해당사자 간 권리와 의무가 균형을 이뤄야 지속가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 회장은 정부의 '의료계 죽이기' 정책에 대해서도 가차없이 일침을 가했다.

그는 "병원은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3차 산업으로 억제해서는 안된다"며 "현재 20, 30, 40대에게 위기가 온 이유는 3차 산업인 의료에 각종 규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서비스산업은 블루오션 사업인데 하루가 멀다하고 규제조치만 쏟아지고 있어 숨을 못쉬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가 중소병원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중소병원이 무너지면 결국 서울 대형병원도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백 회장은 "지금 환자, 의사, 간호사 할 거없이 다 서울로 큰병원으로 쏠리고 있어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1차, 2차, 3차 병원이 흔들릴 때 가장 먼저 죽는건 2차병원으로 이미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서울 대형병원들이 지방에 병상을 더 짓고 있는데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다간 대학병원도 어려워지고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에서 지역적, 인구구성비율 등을 고려해 병상총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의 미래를 위해서는 중소병원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에 빠진 중소병원을 구하기 위해 백성길 회장은 여러가지 안을 구상중이다. 우선 집행부를 젊은 층으로 구성했다. 신임 집행부를 중심으로 정책위원회를 만들어 중소병원의 의료제도 개선 정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중소병원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방안도 구상중이다. 백성길 회장은 "중소병원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별도의 중소병원 법인체를 만드는 형식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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