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보령제약 사장, "인력 전문화로 위기 돌파"

"보령제약은 카나브를 통해 새로 태어나야 한다." "인재 중심 시스템을 잘 운영하는 회사가 성장한다." "앞으로 가야할 방향에 확신이 있으면 그길로 가면 된다"

김광호 보령제약 사장. 확고한 신념으로 똘똘 뭉친 실력파 전문CEO답게 그는 1시간 30분이 넘는 인터뷰 내내 기자의 질문 하나 하나의 의미를 곱씹어 답을 내놨다.

정부의 제약 관련 정책에서부터 내부 인사문제까지 극과 극을 오가는 폭넓은 주제에 대해서 시원시원한 답변을 들려줬다.

보령제약 김광호 사장. 그는 카나브의 매출 2000억원을 자신했다. 해외 수출에도 청신호가 켜져 카나브를 기반으로 한 제2의 도약이 가능하다고 장담했다.

그는 결국 제약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실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정책의 지원, 제약기업의 자발적 투자 및 개발력 향상, 의약계 전반의 동반 성장에 대한 협력이 기반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IT산업이 정부의 육성 의지와 함께 기업들의 경쟁에서 성장됐듯이 제약산업 역시 그와 같은 토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약업계가 어려워지자 정계진출을 고민했을 정도로 업계에 대한 애정이 깊은 그는 몸담고 있는 보령제약의 최우선 과제를 묻자 '카나브'를 중심으로 한 제2의 성장이라고 답했다. '카나브'를 2000억원대 대형 블록버스터로 키우는 동시에 CCB, 이뇨제 복합제를 만들어 시장 파이를 넓히겠다는 계산이다.

해외 시장 개척과 내수시장 확대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카나브(성분 피마살탄)의 효능과 안전성이 인정돼 매출 확대는 시간에 달렸다는 것. 남은 것은 다른 오리지널에 버금가는 임상자료 확보에 달려 있어 대규모 임상 3~4개를 현재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는 카나브를 통해 '흑자'를 보려면 발매 2년차가 넘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당분간은 임상에 주력해 품질을 인정받는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해외 시장 진출에 청신호를 켠 카나브의 미국시장 진출도 먼 일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기술 수출 형식으로 미국 현지 제약사 몇 곳과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제약계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리베이트'에 대해서는 "'옴'과 같다"는 단어를 사용하며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꼽았다.

덧붙여 보령제약은 이미 리베이트 척결 의지를 4~5년 전부터 시행, 업계 이슈에서 빗겨나 있다면서 '변화'를 필요로 하는 시대 요구에는 앞서 나가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카나브 이후 성장 동력으로 항암제와 천식치료제 등 차기 성장 품목으로 육성할 파이프라인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한 그는 연구소와 영업, 마케팅을 연계하는 커뮤니티를 이용, 차세대 필요 약물의 개발 속도를 앞당기겠다는 포부까지 밝혔다

두 달 가까운 인터뷰 요청 끝에 지난 13일 만난 김광호 사장과 최근 자신의 근황에서 부터 보령제약의 성장과제, 정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 봤다. 

다음은 김광호 사장과의 일문일답

다음은 김광호 사장과의 일문일답

올해 154명에 이르는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이유가 뭔가?

지금 상황이 무척 어렵다. 이럴 때 네거티브로 가면 내부도 위축된다. 우리는 제품 준비(카나브)로 2~3년 전부터 인력을 많이 뽑았었고 지금은 또 화이팅할 수 있는 정신이 필요하다. 회사가 이렇게 한번(대규모 인사를)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지만 이럴 때일수록 강해져야 한다.

위기때 직원들을 제대로 대우해주면 어려움을 이겨나가는데 적극적으로 임한다. 이런 게 기업의 문화로 남으면 회사에 결국 이익이 된다.

-직원 생일 파티 등 내부 결속력을 다지는 행사를 주로 하는데.

직원들이 결속, 성장하는 계기를 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로 힘내서 이겨나가자는 취지도 있고 서로 성장하자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직원에게 사장이 전화나 문자를 보내는 것이 별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서로 유대감도 쌓고 결속력을 높인다. 직원들에게 격려가 되고 기를 살려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라도 하려고 한다. 이럴수록 진정한 베이스에서 소통을 해야 한다. 회사가 어렵다고 힘들다고 직원들에게 그런 표시를 하면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만 날 뿐이다. 진정성 있게 다가서고 또 소통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직원들도 '회사가 무엇인가를 주려고 노력하는 구나'를 느끼게 된다. 서로 쌓여있는 신뢰 위에서 소통해야 격려가 격려로 전달된다. 그런 대화의 창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보령제약은 매출 성장이 정체기에 있다. 위기라면 위기일 수 있는데.

(그는 위기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뭐가 위기인가? 이런 상황을 예측한 것은 아니지만 상황이 변화될 것을 알고 바꿔왔었다. 그 중 하나가 직원의 전문화를 살리는 것이었고, 카디올로지, 카나브, 항암제 이렇게 조직을 크게 나눠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항생제와 항궤양제 등 조직별로 담당 파이를 소화해내고 있다. 투석 시장에도 진출했고, 의원 관리도 팀제로 바꿔 3명이 동시 관리하는 것으로 바꿨다. 한 사람이 아닌 유닛이 관리하는 시스템을 적용해 조직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보령제약의 변화에 리베이트 근절도 포함돼나.

당연한 거 아닌가. 요즘 의사들에게 소문이 나면 그 직원을 안 만나려고 한다. 마치 옴과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의사와의 신뢰가 깨지고 영업에도 상당한 위축이 온다. 과거에는 필요해서 했다지만 우선적으로 리베이트를 하지 않으면서 운영해왔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변화하지 않는다면 상황에 대처할 수 없다.

-카나브 이야기를 해보자. 제품력에 상당한 자신이 있다지만 매출은 예상 밖이다.

카나브는 반드시 되는 제품이다. 우선 약효가 좋다. 의사들이 (국산 신약이라는 한계 아닌 한계 때문에) 의구심으로 보고 있지만 써본 사람들은 그 약효를 다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출시한지 1년 만에 종합병원에 다 들어간 것이 아닌가.

매출 100억원 넘은 것이 기대에 못 미치지만 이제 시장 진입을 하는 과정이라 크게 개의치 않는다. 병원에서 시동을 이제 걸어주기 시작했다. 지켜보면서 열심히 가야지. 가는 방향이 맞고, 앞으로 갈 방향에 대한 확신이 있으니까 그대로 가는 것이다.

문제는 앞서 나온 7~8개의 오리지널 제품인데, 그들과 경쟁하려면 데이터 축적이 필요하다. 그래서 현재 다국적 임상을 포함해 4~5개가량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남이 10년에 할 것을 우리는 3~4년에 해야 하니까 좀 바쁘게 가고 있다.

지역 세미나를 포함해서 제품 홍보에 주력하고 있고 세이프 스터디를 보강하기 위해 병원 임상을 많이 들어가고 있다. 적응증 추가 임상도 하고 전단계 비임상도 들어가 있는 상태다.

-카나브를 복합제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혔었는데.

연계해서 지금 제품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르면 CCB복합제는 2014년에, 이뇨제 복합제는 내년 말께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단일제 30mg을 만드는 개발에 착수해 있다. 선생님들이 저용량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견을 수렴한 것이다. 이렇게 제품 라인이 넓어지면 경쟁력은 강화되지 않겠나. 문제는 마케팅 툴을 만드는 것인데, 방법을 여러모로 고민 중이다.

-중남미를 중심으로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

멕시코와 터키, 브라질과 중국 등 13개국에 수출을 시작했다. 미국에 들어가기 위한 마일스톤은 아니었지만 중남미에서는 컨택이 빨리 돼서 진행이 순조로웠다.

현재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데, 기술을 수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현지에서 연구와 제품 개발, 마케팅까지 할 수 있는 회사를 물색하고 있다.

-트란시노를 영입했다. OTC 육성 계획의 일환인가?

트란시노(기미치료제) 영입은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던 거다. 원래 우리 회사는 OTC에 강했다. 용각산, 겔포스 등 좋은 제품들이 이미 구비돼 있다. 다국적 제약사의 유명한 OCT 품목을 영입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지만 가능하면 브랜드 인지도 있는 것을 우리가 활성화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연구소에서 최근에 연락이 왔는데 알틴제로 이후 탁월한 성능을 보이는 숙취해소제를 개발했다고 하더라. 이걸 알틴제로와 연계해서 어떻게 키워갈지 고민해봐야 한다.

"혁신형 제약기업, 정확한 지원 내용이 없어"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가 산업을 위한 대화 창구를 열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정부가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 지원을 약속했다.

정확한 지원 내용이 없어 이걸 가지고 뭐라고 이야기 할 수 없다. 제약기업을 육성하겠다면 어떻게 하겠다는 줄기가 나와야 하는데 그런 게 없지 않은가. 펀드 같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그런 것은 의지의 문제다. 제약업계 내부에서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지원을 하려면 산업이 제대로 설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줘야 한다. 성장의 싹을 자른 상태에서 물을 준다고 자라나. 정확하게 (지원하는 내용을)좀 더 지켜봐야지.

-정부가 어떻게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업계 전반을 먼저 알아야 한다. 수치로 산업을 보는 것은 속을 보지 않고 겉만 보는 것과 같다. 제약산업은 특히 정부 정책에 영향을 크게 받는데 이걸 업계와의 대화 없이 정부 입장에서만 추진하면 이렇게 탈이 난다.

산업에 잠재력이 있다면 육성시켜줘야 하는데 반대로 가고 있다. 이건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아서 생긴 일이라고 본다. 정부가 산업을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대화 창을 열어야 한다.

스위스 같이 작은 나라에서 노바티스가 나온 것을 봐라 그건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정부가 알아 봤고 지원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제약산업은 정부의 지원 없이는 클 수 없는 산업이다. 정부가 진정 제약산업을 육성하겠다면 무엇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업계와 논의를 해야 한다.

-제약정책을 이야기 하니 제약협회 대응 방법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고민하다가)지금은 위기니까 힘을 모아야지. 이런 모습은...제약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는지를 논의해야 하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좀 그렇다. 이런 시기에는 단결이 필요하다.

-제2의 협회 구성 논의가 있는데.

글쎄. 협회가 2~3개가 생기는 건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업계 발전을 위한다면 기능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가야 하지 않을까. 문제는 위기 극복 의지인데, 지금 상태는 그걸 논의할 상태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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