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우울학회, 주부 1천명 설문조사

우리나라 주부들의 45%가 경증 이상의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12.3%는 자살 충동을 느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세계적인 평균 여성 우울증 유병률 25%보다 무려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이 같은 사실은 대한우울·조울병학회(이사장 김광수)가 지난 10월6일부터 11일까지 서울시내 거주하는 20세 이상 60세 미만 주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우울증 증상에 대한 전화 설문 조사 결과 나타났다.

우울 증상을 단계별로 보면, 가벼운 우울 증상을 보이는 주부가 26.5%, 중등도에서 고도의 우울 증상을 보이는 주부가 13.2%, 극도로 심각한 우울 증상을 보이는 주부가 4.9%였다.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는 중등 이상 우울증 주부가 18.1%에 달하는 셈이다. 이는 지금까지 알려진 국내 성인 여성의 중등이상 우울증 평균 유병률 7.5%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여서 우리나라 주부들의 우울증이 심각한 수위에 이른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번 조사 대상 중 93%가 지금까지 우울증 등 정신장애를 경험한 적이 없는 평범한 주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사결과는 매우 심각한 문제를 나타내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조사대상 주부의 12.3%가 한번 이상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이번 조사를 진행한 대한우울·조울병학회 우울증 선별의 날 준비위원회는 “심각한 우울증 환자의 15% 정도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통계에 비춰보면, 일반 주부들 중 12.3%가 자살충동을 느낀다는 것은 한국 사회가 고도의 자살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또 “남성에 비해 여성의 우울증 유병률이 높고, 성인 여성 중에서도 주부의 유병률이 높다고는 하지만, 중증 이상 우울증상이 18.1%라는 것도 매우 심각한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연령별로는 30대 주부의 중증 이상의 우울증(6.4%)이 가장 심했으며 50대(5.6%), 40대(3.2%) 순이었다. 이는 중년층으로 갈수록 우울증 유병률이 높아진다는 기존의 알려진 사실과는 약간 다른 것이었다.

대한우울·조울병학회는 이에 대해 “중년으로 갈수록 노화에 따른 신체 변화와 인생에 대한 회의 등을 호소하면서 우울증이 많아진다고 하였으나, 우리나라의 현대 사회에서는 치열해진 경쟁사회로 인한 가장의 직장 불안, 가정 경제의 압박, 자녀교육 문제 등으로 30대가 심한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라고 했다.

학력 별로는 중졸 이하의 저학력 주부 중 5.8%가 극도로 심각한 중증 우울증세를 보이는데 비해 대졸 이상의 주부는 4.7%로 나타나, 학력이 낮을수록 심각한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자신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저학력 주부 64%, 고학력 주부 49%여서 고학력 주부일수록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등 현재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우울증은 흔히 ‘마음의 감기’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자신이 우울증인 줄 모르고 방치하다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은 단순히 기분이 저조한 상태와는 다르며 제대로 적시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자살 시도를 포함한 여러 가지 중한 문제점을 가져오는 심각한 장애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생산성이 가장 높은 15-44세의 연령층에서 장애도 (병 때문에 생활에 장애를 받는 정도) 1위인 질환이 우울증이었으며, 특히 여성의 경우에는 전 연령 층에서 1위였다. 또한 우울증은 신체 장애를 악화시키고, 다양한 신체 증상을 나타내므로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국가적 인식 제고가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따라 대한우울·조울병학회는 우울증을 널리 알리고,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인식시켜 적절한 정신과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우울증을 무료로 검진하는 “2003년 우울증 선별 주간”을 진행한다.

대한우울·조울병학회가 주최하고 다국적 제약회사 글락소 스미스클라인(대표 김진호)이 후원하는 우울증 선별주간은 오는 11월3일부터 7일까지 전국의 28개 종합병원과 정신보건센타 주최로 각 장소별로 정해진 날짜에 실시된다.

이 기간 동안 주변의 지정 병원을 찾아가면 우울증 선별검사인 우울증 자가 측정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청소년이나 어린이의 경우 보호자가 같이 참가할 수도 있으며 일부 장소에서는 소아,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도 시행된다.

행사 기간 동안 각 행사장소에서는 우울증에 대한 강연과 교육 비디오 테이프를 방영하며, 참석자들은 직접 작성한 우울증 검사용지를 가지고 우울증 증상을 측정하여 우울증 여부를 판단 받을 수 있다. 우울증 전문의들이 참석자에게 향후 정밀평가를 권유하거나 제대로 치료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전체 행사가 무료로 진행된다.

이 행사를 주최하는 대한우울·조울병학회의 김광수 이사장은 “주부들을 비롯, 많은 일반인이 우울증을 앓고 있지만, 자신이 우울증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울증은 전문의의 적절한 치료와 처방으로 완치될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에 우울증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지식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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