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상비약으로 우뚝…한의학 정신 지키는 '최씨 고집'의 역사

메디팜스투데이의 <이슈브랜드> 코너가 새롭게 변신합니다. 각 제약사별 대표 OTC 제품을 '의인화'하여 제품 탄생부터 현재에 이르는 다양한 이야기를 편안하고도 자연스럽게 인터뷰 하는 형식으로 진행합니다. [편집자주]

우리가 너무 잘 알아서 어쩌면 귀한 줄 모르고 지나치는 약들이 있는데 그중 으뜸이 바로 우황청심원이다. 

혹자는 배가 아파서 먹고 혹자는 심장이 떨려 먹고, 혹자는 고혈압 때문에 먹는다는 우황청심원은 과거엔  ‘만병통치약’으로 통했고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상비약 중 하나다.

그런데 이런 귀한 청심원을 젊은 층이 잘 모른다. 그도 그럴것이 한의학에 근본을 두고 나온 청심원은 ‘어르신들의 약’으로 이미지가 온전히 굳혀진 데다, ‘최씨 고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원료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는 광고 홍수를 쏟아내는 일반약들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도 전통한방에서 기인한 우황청심원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아직도 수능시험 전 손녀에게 우황청심원을 쥐어주는 할머니와 가슴이 답답하다고 토로할 때면 묵묵히 청심원을 내어주는 동네 약방 어르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우황청심원은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 시즌에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한다. 회사측에서는 자세한 배경은 모르겠다고 했지만 필자는 이해했다. 심장 벌렁이고 가슴이 찌릿찌릿한 골이 터질 때면 기쁜 마음을 추스르는데 우황청심원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열아홉 수능시험을 보기 전 어머니의 소개로 처음 인사를 나눴던 우황청심원을 만나 그간의 활동과 현재의 고민, 앞으로의 활동 계획 등을 물어봤다.

소심한 성격의 우황청심원은 그의 매니저이자 PM인 박영진 과장을 대동하고 나와 인터뷰는 1:2 미팅 형식으로 진행됐다. 질문에 대한 답은 우황청심원과 박영진 과장이 함께 했다.


-아까 인터뷰하려고 들어오는데 월드컵 이야기는 꼭 넣자는 소릴 얼핏 들었다. 무슨 이야긴가?

내가 4년 마다 매출이 급증할 때가 있는데 그게 월드컵 시즌이랑 딱 떨어진다. 2002년 4강에 진출했을 때 나도 최고의 매출을 올렸다. 월드컵도 5~6월에 하는데 심장질환계 사고가 많이 나는 시기도 그때라 내가 가장 많이 팔리는 것 같다. 

그러니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월드컵과 우황청심원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나도 월드컵 덕에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요즘 광고로 못보는 것 같다. 광고를 안하는 이유가 있나?

회사에서는 원료로 승부를 보자고 한다. 그게 사실 나도 맞다고 생각한다. 광고하는 비용으로 원료에 더 충실하자는 것이 회장님 생각이시다. 모든 상품은 광고가 있어야 팔린다는 요즘 세상이지만 사실 나는 효능으로 승부를 보고 있다. 그래서 따로 특별한 마케팅도 하지 않는다.

청심원이 기사회생의 명약이라는 소릴 듣지만 나는 영묘향이 들어가 피로회복에 정말 좋다. 그런데 일반 소비자들이 이런 것을 놓치는 것 같다. 피로회복에 내가 명약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 드문데, 기사로 이런 걸 좀 많이 알려달라.

-인터뷰 일정을 잡기가 힘들었다. 인터뷰도 꽤 어렵게 승낙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배경이 있나?

우리 회장님이 제품에 자신이 있어 따로 광고나 기사화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신다. 나도 그런 부분은 수긍한다. 그러나 회사 대표 얼굴이니까 더 많이 나가서 사람들에게 나를 알리고 내 효능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기회를 제공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요즘 젊은 의약품은 하루가 멀다하고 포장도 바꾸고 성분도 바꾸고 하는데 나는 그런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변화를 시도하지 않은 게 아니라 본래 효능에 충실하기 위해 나를 지켰다고 보면 된다. 회장님은 한약제제 표기사항에 성분 90%만 나오면 합격인데 120%를 넣으시는 분이다. 청심원의 본래 효능을 지키려는 회장님의 고집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우황청심원을 담당하고 있는 박영진 과장
-성분은 이해가 가지만 포장이나 다른 것을 바꿀 필요도 있지 않았을까?

변신에 대한 부담은 나도 있다. 왜 없겠는가. 사실 주 소비자층이 고령자에 한정돼 있다보니 매년 매출이 소폭 줄고 있다. 한방의 세계화라는 말이 있는데 한방은 성분에 변화를 주면 약효가 달라진다. 이것을 지키고 보전하는 것이 더 힘들다.

그래서 나는 정해져 있는 효능 효과 외에 다른 효능이 있는지를 찾아보고 있다. 비슷한 성분의 경옥고가 일본에서 치매에 효과가 있다는 임상 발표가 있었다. 나도 꾸준히 개발을 거듭해 내 안에서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효능을 찾아보려고 한다.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고 했는데 정확히 연 매출이 얼마나 되나?

전체 시장이 지금은 성숙기를 지난 후기로 접어들었다고 보면 된다. 청심원 시장은 성장해가는 시장이 아니라 정체된 시장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지금 나는 연간 200억원 내외의 매출을 올리는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시장이 360억원대니까.

그 외 청심으로 잘 알려진 조선무약과 익수제약, 삼성제약, 보령제약 등이 나머지 시장을 갖고 있다.

-아까 한약의 세계화 이야기를 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수출은 안하나?

일본에 수출을 하고 있고 조만간 베트남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주로 아시아 시장을 주요 타킷으로 잡고 수출을 확대하려고 한다. 그러나 수출 규모는 크게 잡지는 않을 거다. 사향원료가 고가이고,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출로를 많이 만들려고 하진 않는다.

-그럼 국내 시장이 우선인건가?

국내시장이 우선이라기 보다는 좋은 약을 제대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거다. 회장님도 제품에 충실하라는 말씀을 하신다. 이게 사실 마케팅의 핵이다. 제품이 좋으면 소비자는 따라오게 돼 있다. 소비자를 현혹하거나 과대포장하기 위해 투자되는 돈을 제품력을 높이는데 쓰자는 게 회장님 생각이다.

자체 제품의 개선이 바로 마케팅인 셈이다. 우리의 경쟁상대는 우리이기 때문에 스스로 품질을 올리는 것이 향후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청심원의 자기소개를 못 들었다.

언제 질문하나 했다. 많이 기다렸다(웃음) 나는 30가지 약제가 들어가 있는데 그중 핵심적인 성분이 사향과 우황, 영양각과 금박이다. 천연사향은 CITE 협약으로 인해 해외에서 사향원료를 수입하기 힘들어 졌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영묘향을 개발했다. 다른 회사들은 영묘향을 쓰지 않고 L무스콘 성분의 인공합성 물질을 대체 사향으로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천연 물질로만 쓴다. 천연사향과 영묘향을 고집하는 이유는 전통성을 살리기 위한 것이다.

청심원은 본래 태평혜민화제국방이라는 책에서 최초로 기술됐고 이후 동의보감에도 기술된 내용이 나온다.

동의보감에 기술된 그대로 만드는 것을 원방이라고 표현하는데 시중에 판매되는 것은 변방이다. 변방은 500년 동안 원방을 처방하다 경험에 의한 노하우가 쌓여 함량을 낮춰서 만든 것을 말한다.

아까 변화 이야기를 했는데 우황청심원도 환제에서 액제로 변화하고 있다. 광동이 그걸 처음으로 시도했고 지금도 제품이 고르게 나가고 있다.

아까 변화에 대해 물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나도 꽤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성공한 것은 액제지만 제형을 변경하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해왔다.

소환이나 과립, 캡슐로 외형에 변화를 줄까 했지만 원료의 휘발성으로 인한 한계가 있었다. 아직도 지속적인 연구는 하고 있고, 약효가 제대로 나올 수 있으면서 변화도 줄 수 있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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