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항공료 숙박비 등 지원....해외 학회까지도

일부 제약사들이 합법을 가장한 과도한 학술활동 지원 등이 자행되고 있으나 제약협회의 공정경쟁협의회는 이같은 내용을 알고도 눈을 감아 주는 것인지 아니면 모르고 넘어가는 것인지 한건의 실적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4월부터 시작된 의사들의 춘계학술대회 시즌에 동승 제약사들의 과도한 지원이 제약협회 공정경쟁협의회 실무위원회를 비웃고 있으나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현행법을 피해가기 위한 갖가지 교묘한 수법들이 난무하고 있으나 이를 단속하고 지도 계몽해야 할 공정경쟁협의회는 뒷북치기에 바쁘다.

물론 공정경쟁협의회 운영이 인력부족에 예산부족이라는 현실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제약계의 불공정 행위를 근절해야할 중 차대한 임무를 맡고 있는 이상 이같은 문제를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그동안 공정경쟁협의회는 제주, 경주, 무주 등지에 실무진을 파견하는가 하면, 외국의 경우 정보라인까지 가동 과도한 경품 제공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의 조사결과를 지난달 집중 논의해 적발된 업체의 처리방안을 결정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2일 공정경쟁협의회는 적발현황 보다는 각 제약사에 과도한 경품제공은 물론 숙박비, 항공료 일체를 제공하지 말라는 협조공문만 보낸 채 일단락 했다.

그러나 공정경쟁협의회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다국적사는 물론이고 일부 국내 제약사들도 보란 듯이 합법을 가장한 불공정행위를 저질러 온 것이 확인되고 있다.

다국적사인 ㅇ사는 미국에서 개최된 학술발표회에 여러명의 의사(부인 동반)를 데려가면서 다른 업체를 앞장세워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처럼 행사를 마치고 돌아왔다.

또 다른 다국적사인 ㄹ사는 제주도에서 열린 학술대회를 후원하면서 식대와 항공료까지 지원하고서도 여전히 발뺌하고 있다. 관련 제약사는 식대 이외는 지원한 것이 없다고 하는 반면, 학회는 오히려 항공료를 지원 받은 것이 무엇이 잘못이냐며 되레 큰소리를 치고 있을 정도다.

최근에도 제주에서 열린 간, 소화기 학회 학술대회에 국내·외 제약사들이 지원한 것을 두고도 말썽이 많다.
"의사들이 자기 돈주고 몇 십 만원 하는 호텔에 숙박할 수 있겠느냐" "예전에 제약사들이 다 지원해줬는데 지금이라고 안 하겠느냐" "제약사들의 지원 없이 굳이 제주도에 가서 할 이유가 있겠는가."등 잡음이 많다.
그러나 관련 제약사들은 하나 같이 식비 외는 제공 한 사실이 없다고 일관하고 있다. 모든 경비는 학회, 즉 의사들의 돈으로 갔다 왔다는 것이다.
학회 기금이 얼마나 축적돼 있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제주도를 1박2일 그것도 특급호텔 숙박을 기준으로 할 때 1인당 50만원 이상은 족히 들어간다.

국내 제약사 한 관계자는 "학술대회나 세미나 등을 할 수 있는 장소가 굳이 제주도에서 가지 않더라도 많은데 이를 마다하고 제주도를 가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냐"며 "학회 기금을 물 쓰듯 한다면 회원들의 회비로 어떻게 학회가 운영되겠냐"고 반문했다.

뿐만아니다. 최근 ㅎ제약사는 제주도에서 열리는 학술대회를 지원하면서 합법을 가장한 골프예약까지 마친 것으로 확인됐으나 태풍 때문에 이를 취소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만약 이날 태풍이 오지 않았다면 분명히 참석자들은 골프를 즐겼을 것이 뻔하다.

이런 행위들이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음에도 공정경쟁협의회는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편 이런 학회를 후원하는 제약사들은 각 치료제 별로 다수의 약품을 보유한 곳이 대부분 이어서 반 강제적 요청을 쉽게 뿌리칠 수 없다.

제약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의료 군별로 관련 약이 있는 제약사들은 당연히 그 단체의 행사후원 문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실제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한다.

심지어는 괴심죄에 옥죄기 싫어 의료계의 후원요청을 은근히 바라고 있는 제약사도 있다고 한다. 이런 제약사들은 큰돈이 투자되더라도 학회 시즌이 의사들에게 자사 제품을 제대로 알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일부 제약사들은 신제품 출시를 겨냥해 신제품 발표회를 가지면서 관련학회를 앞장세워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또한 과도한 특혜라는 지적

불공정행위를 막아보겠다고 설치된 공정경쟁협의회는 결국 죽도록 고생하고서도 오히려 제약사들이 불공정 행위를 더욱 교묘하게 하도록 부채질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공정경쟁협의회가 조금만 신경을 써 관련 의사들에게 확인 전화라도 해서 진위를 알아봤다면 분명히 제약사와 다른 해답을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왜 국내 제약사보다 다국적제약사들의 후원이 많은지' '왜 학회와 관련된 제약사들이 후원에 앞장서는지' 이런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다면 제약협회 공정경쟁협의회 실무위원회는 있으나 마나한 위원회라는 질책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제약사들의 공정경쟁은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의료계와 제약사간의 오랜 관행속에 토착화되다 시피한 불공정 행위는 여전히 춤을 추고 있는 것을 볼 때 당국의 근본적인 대책이 강력히 촉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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