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미 “소비자 불만 정책 도입 시급” 쓴소리

“약가 인하와 관련해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소비자인 환자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제약업계와 정부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가고 있는데 왜 환자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나. 약제비를 내린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환자가 부담하는 약값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정부도, 제약업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날로 거세지고 있는 약가인하 논란에 대해 소비자 입장을 고려해 달라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그 중심에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본부장이 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줄곧 소비자입장에서 정책 변화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부도, 제약업계도 소비자인 환자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 그는 “소비 주체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지난 7월에는 한 토론회 패널로 참석해 “정부의 정책 방향이 소비자 차원에서 고려되지 않고 정부 목적(약가인하로 인한 보험재정 절감)으로 가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여 관심을 받았던 그를 지난 22일 <메디팜스투데이>가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 논조를 보이며 약가인하에 대한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조 본부장은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환자의 약가부담율은 오히려 줄어야 하는데 여전히 증가추세에 있다”며 “약제비용 처방일수를 줄이지 않는 한 환자의 약가부담율을 더 높아질 것”이라며 정책의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소비자인 환자의 약가 부담률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약력관리 시스템’ 도입과 ‘저용량처방 자제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약결관리시스템과 관련, 조 본부장은 의약분업 이후 실시돼야 했던 약력관리가 제도 도입을 무색케 할 만큼 그 취지를 잃어버려 환자들의 중복약 처방율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의 처방시스템으로는 환자의 부담률은 그대로 가고, 정부의 약가인하 노력도 제약사만 옥죄는 상황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본부장은 약품비 감소를 위해 정부가 규제정책에서 벗어나 처방시스템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메디팜스투데이 문윤희 기자
다음은 조윤미 본부장과의 인터뷰 전문

-환자의 약제비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는데?

약제비 증가율이 매년 14%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OECD 평균 2.1배의 약제비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보건의료비 중 약품비 비중도 28.8%로 OECD 평균 17.8%보다 높은 수준이며 계속 증가하고 있다.

왜 이렇게 증가하고 있나를 심평원이 조사한 적이 있는데.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부분으로 약품의 사용량 증가를 꼽았다. 건당 처방일당 약베지와 건당 처방일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처방일수 증가의 주요 원인은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 환자수 증가에 있다고 나왔는데, 결국 장기적으로 약을 복용하는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노령인구의 증가로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중복 복용 등 약제의 과다 처방이 원인이기도 하다. 고가약 사용 비중이 점차 늘어나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고가약 사용 비중이 높아지는 이유가 있다고 보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게 ‘오리지널’을 선호한다. 제네릭을 ‘밀가루약’이라고 표현하는 것에서 보여지 듯 오리지널에 대한 신임도는 높은 편이다. 결국은 고령화 사회가 돼서 만성질환 때문에 약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 문제를 환자의 탓으로 돌릴 수 없다.

환자들이 오리지널을 선호하더라도 의사가 설명하면 얼마든지 제네릭을 선택할 수 있다. 약가의 문제로 보자면 처방과정에서 오리지널을 택하는 게 더 문제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약품의 품질강화를 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유통투명화와 보험의약품관리, 선별등제, 보험품의 상한금액 등을 정해놓고 가야하지 않겠나. 정책이 아무리 많이 나오더라도 결국은 사용과정에서 문제 때문에 약가가 올라가고 있다.

정책의 포커스가 선별등재, 보험약가 통제로 가는 것 보다 사용과정에서의 오남용을 막고 투명한 약제시스템을 도입하는 쪽으로 가야한다고 본다. 그러나 정부는 사용량과 그 과정의 중요성에 대해 간과하고 있다.

정부가 약가인하로 소수의 제약사를 다루는 것이 다수의 의사들을 상대하는 것보다 쉽기에 제약사들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통제하기 쉬운 쪽으로 정책을 펼치다 보니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난 정책들을 남발하는 것이다. 문제는 처방 행태에 있는데 약가만 인하한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나. 약품 소비량이 증가하는데.

-의약품 사용평가제도를 확대 도입해야 한다는 말인가?

적절한 약을 쓰도록 하자는 말이다. 의사가 처방해서 심평원에 보험료를 청구하면 그에 대한 평가를 해서 보험료를 줄지 말지를 결정하는 제도인데 이게 현재 도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미국과 같은 해외에서는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은 보험사들이 약가에 대한 급여를 주고 있으니 의사들이 약 처방에 대해 더 민감하다. 의사들의 처방행태를 통제하는 시스템이 공보험제도인 우리나라에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사실 어렵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병용금기약이나 소아에게 처방하는 약만 사용평가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 더 광범위하게 적용을 시켜 약제 사용량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약제비를 절감하는데 사용평가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환지의 약가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정책으로 도입되어야 할 것들이 있다면?

먼저 약력관리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 우리나라 처방약은 중복처방이 많다. 약력관리를 철저하게 해서 중복약이 없도록 해야한다. 약국이 의료기관과 연개가 되어 처방약을 관리 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이 시급한데 안되고 있다.

본래 약력관리시스템은 의약분업의 주목적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봐라. 적용시키지도 못하고 있다. 새나가는 약값이 너무 많다. 잘 갈 수 있었던 정책을 취지에 맞게 적용하지 못해 결국 약제비가 새고 있다.

결국 환자의 약제비 부담 인하를 위해서는 약력관리시스템의 적극적인 도입과 저용량처방의 축소, 의료계의 인식 변화 등이 필요하다.

의사와 약사간에 올바른 정책을 위한 대화 시도가 있어야 한다. 환자들의 부담은 날로 높아져만 가는데, 정부 정책은 제약사에만 집중돼 있고, 의사와 약사는 두 손 놓고 있고, 환자는 약물 오남용으로 지쳐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규제 일변의 정책으로만 갈 것이 아니라 약품 과다 처방을 감소시킬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 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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