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E 억제제와 이뇨제 혈압 조절 효능 상반 주장

신약이거나 비싼 약일수록 이뇨제보다 고혈압을 조절하는데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고혈압 치료제와 관련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구 후원 기관의 차이에 따라 후원업체에 유리하게 임상을 수행했다는 의혹도 낳게 하고 있다.

호주의 연구진이 수행한 이번 연구결과는 불과 두 달 전에 미국의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사례의 결과와 정반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 13일자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 of Medicine)에 게재됐다.


6,083명의 자원자들을 대상으로 4년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뇨제를 사용하는 경우에 비해 ACE 억제제를 복용할 경우 심장마비나 이로 인한 사망 위험이 무려 17%까지 감소했다.

ACE 저해제가 심장마비의 발생과 이로 인한 사망 위험을 줄이는데 있어서 이뇨제보다 더 좋은 효과적이라는 것.

이는 지난해 12월 미국의학회지(J.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발표된 결과와 배치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해 미국 연구진은 4만 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10년에 걸친 추적 조사 결과, 이뇨제가 다른 고혈압 치료제에 비해 고혈압을 조절하는데 대등하거나 오히려 더 좋은 효능을 보이는 경우까지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를 근거로 하면 고혈압 환자들에게 이뇨제를 1차적으로 처방한 후 상태에 따라 2차적으로 ACE 억제제를 투여하는 것이 순서에 맞는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를 근거로 삼을 경우에는 사정이 반대로 변한다.

이뇨제는 과량의 수분을 체외로 배출시킴으로써 혈압을 낮추는 효능을 나타낸다.
이뇨제를 투여한 후 환자가 소변을 더 자주 보게 되면서 과량의 수분이 몸 밖으로 제거된다. 이에 반해서 ACE 억제제는 혈관이 수축하도록 유도하는 물질을 차단하는 약리 기전을 갖고 있다. 혈관 수축이 차단되면 혈액이 이동하는 혈관의 표면적이 넓은 상태로 유지되기 때문에 혈압을 낮출 수 있게 된다.

두 연구진이 수행한 임상에 상반된 결과가 얻어진데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두 연구들이 완전히 일치하는 조건에서 수행된 것은 아니다.

호주팀은 참여자의 95%가 백인이었는데 반해 미국팀은 흑인들이 35%를 차지했다. 또한 전자의 연구에서는 흡연자들이나 당뇨병 환자들이 더 적었고 임상 연구에 사용한 이뇨제와 ACE 억제제 제품도 서로 달랐다. 공통점이라면 남성과 여성 모두가 참여했다는 정도이다.

그러나 두 연구는 후원사가 각각 다르다.

호주의 후원자는 머크(Merck & Co.)이다. 머크는 대표적인 ACE 억제제인 에날라프릴(enalapril)을 제조, 판매한다. 또 호주 국립보건·의학연구협의회(National Health and Medical Research Council)와 보건 당국도 이번 연구를 후원했다.

미국의 경우는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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