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는 건설적인 태도 변화 촉구

국민들이 의사를 바라보는 눈길은 매섭다. OECD국가 중 최저의 진료비로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받는 국민들은 왜 의료계에 불만이 가득할까.


 


최근 미국산 쇠고기 파문을 시작으로, 인터넷은 뜨거운 논쟁 중이다. 그 한편에서는 의료계가 돈만 밝히는 집단으로 비판받았다. 국민들과 네티즌들은 그저 의사들이 의료서비스로 돈 벌기에 혈안이 돼 있다고 생각한다. 그 중심에는 광우병에 대한 대한의사협회의 애매한 행동이 깔려 있다.


 


국민들의 광우병 불안은 곧 의협의 불신


 


“히포크라테스가 거짓말을 해도, 그 말이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바로 국민입니다.”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김기찬 교수(現 가톨릭대 경영대학원장)는 얼마 전 의협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발표가 못내 아쉬웠다. 그 당시, 국민들은 의협이 미국산 소가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아 특정위험물질과 30개월 이상 된 소의 수입을 막아야한다고 주장하길 원했다. 그것이 국민의 뜻이었다. 하지만 의협은 돌연 ‘사람광우병에 대한 의협의 입장’이라는 자료를 발표하면서, “기본적으로 광우병은 소의 질병이기 때문에 사람으로 넘어오는 과정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결국 네티즌들은 “초등학생도 아는 걸 의사들이 모르느냐. 역시 뻔한 집단이다”며 냉소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김 교수는 그때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수의사단체보다도 못하다는 비난까지 받았다. 이젠 의협 스스로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자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사들이 자율적으로 모여 광우병에 대한 컨퍼런스를 여는 등 의학적인 광우병 위험에 대해 분석해야 합니다. 그것이 의료계의 불신을 씻는 한 방법입니다. 국민들은 광우병을 감정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의사들이 과학적으로 풀어서, 사태 해결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진정한 의료인의 자세가 아닐까요?”


 


신뢰의 회복을 넘어 이상적인 의협을 추구해야


 


그는 단순히 이 사건만으로 의협의 문제점을 국한하지 않는다. 그는 일명 ‘히포크라테스의 거짓말 론(論)’으로 의협의 총체적 난국을 설명한다.


 


“히포크라테스가 거짓말을 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믿을까요? 안 믿을까요? 아마 믿을 겁니다. 하지만 의협이 진실을 말해도 국민들은 믿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히포크라테스와 의협의 차이점입니다.”


 


그는 의협이 국민의 관점에서 국민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국민에게 의협은 ‘의료서비스’라는 공공재를 생산하고 있는 의사들이다. 어쩌면 국민들은 ‘의협’이라는 단어 자체를 잘 모르고, 단순히 ‘의사집단’으로만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이런 국민들에게 의협은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바쁜 단체로 인식되고 있다”며 “국가의 건강을 위해 희생하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의협은 철저히 소통 창구로만 이용돼야 한다”면서 “국민을 질병으로부터 ‘안전’, ‘안심’하게 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국민의 건강을 과학적으로 ‘안전’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문학적으로 ‘안심’시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


 


“흔히 의사들은 경쟁상대로 한의사, 약사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의료서비스 수요자인 국민들은 의사의 반대말을 궁금해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가의 건강을 믿음직하게 책임지는 사람들이 필요한 것입니다.”


 


국민들이 듬직하게 생각하는 의협의 모습은 또 있다. 최고의 엘리트 인력을 최상으로 활용해, 국가 발전에 기여하라는 것. 근 20여 년간 대한민국의 수재는 대부분 의학대학에 진학했다.


 


그는 “의협이 이렇게 우수한 인력들을 바탕으로 의료 신기술과 의료 서비스 등을 발전시키면서, 고령화 등 사회변화에 따른 케어(care) 집단이 돼야 한다”면서 “사회 공공성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는 “국민들에게 ‘행복하고 건강한 삶, 튼튼하고 밝은 나라’라는 꿈을 심어주는 의협이 된다면, 분명 넘치는 사랑이 쏟아질 것”이라며 “의협이 국민과 국가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문집단이 돼야 한다”고 전했다.


 


반복된 논리는 접어야 할 때


 


그는 “그동안 의료계의 관심은 배분이냐, 수익이냐는 논리에 맞춰져 있다”며 “국민에게 신뢰받는 의협이 되기 위해 이런 논리에서 벗어날 때”라고 충고했다.


 


“의협이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어떤 비전을 추구해야 하는지 등을 스스로 돌아볼 때입니다. 전문가 단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그 날까지 의협은 반드시 변해야 합니다.”


 


그는 “공공재를 창출하는 의협이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기보다 대한민국의 비전을 건설해가는 데 힘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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