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3대 명절의 하나인 음력 8월 대보름 한가위 추석이 되면 넓은 들판에 오곡이 무르익어 황금빛으로 물들며 온갖 과일이 풍성하다. 그러나 이렇게 풍요로운 추석에도 자칫 방심하면 탈이 날 수도 있다. 평소에 잘 먹지 않던 차례음식도 접하고 고향을 향한 장거리 여행 등의 익숙하지 않은 환경이 일종의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추석은 10월 6일로 5일부터 4일간 추석연휴에 들어간다. 더욱이 3일 개천절이 끼어 '샌드위치 휴일'까지 고려하면 최장 8일까지 휴일이 가능하다.

우리민족 최고의 명절을 맞아 소홀해 지기 쉬운 추석연휴 건강관리에 대해 고향으로 향하기 전 마음의 준비로부터 실질적인 대처방법까지 건양대병원 가정의학과 유병연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고향길.. 느긋하고 여유롭게

창문을 닫고 장시간 운전을 하다보면 산소 부족으로 인해 몸 안에 이산화탄소가 축적돼 하품이나 졸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단순한 반복 작업으로 인한 근육피로가 일어나기 쉽다. 자주 창문을 열고 실내공기를 바꿔주고, 적어도 1-2시간에 한번쯤은 차에서 내려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간단한 체조나 심호흡,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운전시 나쁜 자세를 취하게 되면 운전피로가 가중된다. 장거리 운전을 하는 동안 등받이를 뒤로 젖히는 것은 나쁜 습관이며, 등받이는 90도로 세우는 것이 좋다. 엉덩이는 뒤로 바짝 밀착시키고 운전대와는 발로 클러치를 밟았을 때 무릎이 약간 굽혀지는 정도의 거리가 바람직하다. 푹신한 방석을 깔면 서 있을 때보다 허리에 두 배나 되는 하중이 가해져 허리 통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잠을 쫓기 위해 커피를 많이 마시는 경우가 있는데 커피는 일시적으로 각성 효과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피로를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차가 밀리거나, 끼어들기나 갓길 주행 같은 얌체 운전하는 사람을 볼 때 받는 스트레스도 운전이 가져다주는 건강에 해로운 불청객일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 가능한 한 마음에 여유를 갖고 운전하는 것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장시간 걸리는 귀경길에는 평소에 당뇨나 고혈압 등의 만성 질환을 앓고 계시는 분은 미리미리 약을 잘 챙기도록 하여 낭패를 겪는 일이 없도록 하고 응급상황 시 대처를 위해 주치의와 미리 잘 상의하여 준비토록 한다.

▲과음. 과식... 특히 식중독 주의

가을철은 수인성 전염병은 물론 식중독도 심각한 문제다. 특히 수해지역의 물과 음식은 모두 오염됐다고 보고 반드시 끓이고 익혀 먹어야 한다. 만일 야채를 날 것으로 먹을 때에는 수돗물로 여러 번 잘 씻은 뒤 먹어야 한다. 열이 나거나 복통, 구토, 설사 등 장염 증세가 나타날 때에는 즉시 병원에서 수액 및 항생제 치료를 받는 게 좋다.

포도상구균이 음식 속에 증식하면서 내뿜는 독소는 아무리 끓여도 파괴되지 않기 때문에 조리한지 오래된 음식은 버리는 게 좋다. 포도상구균은 고기, 우유, 마요네즈 등에서 번식하기 쉽다. 따라서 각 종 음식으로 인한 전염병 예방을 위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음식과 물을 반드시 익히고 끓여서 먹고 마셔야 한다. 또 식기나 도마, 행주 등 주방 기구는 끓는 물에 소독을 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냉장 보관을 했던 음식물이라도 상하지 않았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하고 식수나 음식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물에 젖었던 음식을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 1~2일 정도 계속되는 설사는 특별한 치료 없이도 증세가 좋아지지만 탈수현상을 막기 위해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하며 열까지 동반되거나 설사가 지속되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많은 음식을 먹어서 나타나는 급체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않고 한 두끼 정도 위를 비우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심하게 체했을 때는 구토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토사물에 의한 질식을 예방하기 위해 몸을 비스듬히 눕히고 벨트나 넥타이는 풀어준다. 토한 뒤에는 체온이 떨어지므로 몸을 따뜻하게 하고 주스나 스포츠음료로 수분을 보충시킨다.

▲성묫길 전염병 주의

성묘를 갈 때에는 긴 옷을 입어 피부를 보호하고 풀밭에 눕는 일은 삼가야 한다. 또 맨발로 걷지 말며, 귀가 후 목욕을 하고 옷은 꼭 세탁해야 한다. 쯔쯔가무시, 유행성출혈열, 렙토스피라증 등 가을철 전염병은 특히 추석을 전후해 집중 발생하므로 농민과 성묘객 모두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쯔쯔가무시병은 야산에 서식하는 진드기에 물려 전염되는데 1~3주의 잠복기를 거쳐 갑자기 오한과 발열, 두통 증세가 나타나며 어린이의 경우 심한 경련을 일으키기도 한다. 쯔쯔가무시병은 예방백신이 없으므로 야산에 갈 때는 벌레 등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피부발진과 발열 등의 증세가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유행성출혈열은 들쥐의 대소변에서 나온 균이 피부에 난 상처를 통해 감염되는 질병으로 가을 추수기나 수해지역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발병하며 침수지역의 논에서 벼 세우기를 하는 사람에게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가을철 전염병은 초기에는 고열과 함께 머리가 아프면서 근육통이 생기는 등 감기와 유사한 증세를 보이므로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어 위험할 수도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명절증후군... 가족의 배려가 최고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서 많은 여성들이 이유 없이 1~2주 전부터 머리와 가슴이 짓눌리고 답답하며 소화도 안되고, 손발마비, 가슴 두근거림 등의 증상을 나타내는 주부들이 늘어난다. 시댁에 가서 겪을 정신적, 육체적 피로에 걱정이 앞서면서 몸이 아파옴과 동시에 우울증까지 드러내는 스트레스성 질환인 '명절 증후군' 탓이다. 이 증후군은 전통적인 관습과 현대적인 사회생활이 공존하는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특이한 현상으로 명절 전후 2~3일에 제일 심하며 보통 1주일쯤 지속되며 명절을 지내고 나면 대개 풀린다.

명절(며느리) 증후군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주부 스스로 명절 동안에 잠시라도 적절한 휴식을 자주 취해서 먼저 육체적 피로를 줄여야 한다. 또 일을 할 때도 주위 사람들과 흥미 있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심리적인 부담감이나 압박감이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명절 동안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면 명절 후에 충분한 휴식을 갖고 가능하면 자신만을 위한 여가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남편을 비롯한 가족의 충분한 이해와 세심한 배려, 적극적인 협조가 절대적이다. 즉 주부가 겪어야 하는 육체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고통을 온 가족들이 함께 나눠 가지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특히 며느리가 여럿인 집에서는 일을 서로 잘 나누어서 하도록 하고 혼자에게만 짐을 지도록 하고 나머지는 돈으로 적당히 해결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안전사고 주의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가장 중요한 것은 무리하게 서둘러 병원으로 이송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능한 한 119 같은 전화를 이용, 구급차가 올 때를 기다리는 게 좋다. 다급한 마음에 환자를 병원으로 옮길 경우 이송과정에서 자칫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벌에 쏘인 경우 : 벌에 쏘였을 때 벌침이 박혀 있으면 핀셋 등으로 제거하고 암모니아수를 바른다. 이때 쏘인 부위가 여러 곳이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으므로 현기증, 호흡곤란 등의 전신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으로 간다. 벌이나 벌레에 물리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음식물은 냄새가 나지 않도록 싸서 두고, 향수는 피해야 한다.

-독사에 물린 경우 : 독사에게 물렸으면 일단 물린 부위를 움직이지 않고 환자를 안정시킨다. 흥분하거나 움직임이 많으면 피의 순환이 빨라져 독이 빨리 퍼지기 때문이다. 상처보다 근위부를 가볍게 묶고 심장보다 낮게 해 신속하게 병원으로 가야한다. 빠른 시간내에 병원에 갈 수 없거나 독이 많이 주입된 것으로 판단된 경우에만 입안에 상처가 없는 사람에게 입으로 독을 빨아내게 한다.

-상처 및 화상 : 음식 장만하면서 날카로운 물체에 베였을 때 먼저 깨끗한 물로 씻어내고 압박 지혈한 후 상처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하고 병원을 찾는다. 만약 손가락 등이 절단된 경우라면 잘린 부분을 깨끗한 젖은 천에 싸서 비닐봉지에 넣은 후 얼음물에 담아 응급실로 간다. 뜨거운 물이나 기름에 화상을 입었을 때 깨끗한 찬물로 통증과 열이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10분 정도) 상처를 식히고 물집이 생겼으

-골절 : 산이나 들에서 굴러 넘어져 뼈가 부러졌을 때 가장 중요한 처치는 골절 부위를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목뼈가 부러지는 등의 중상인 경우 목을 1cm만 서투르게 움직여도 생명을 잃거나 사지마비가 될 수 있으므로 그대로 현장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출혈이 있는 경우 혈압이 떨어져 사망할 수 있으므로 지혈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일단 출혈부위를 깨끗한 헝겊 등으

[도움말 : 건양대병원 가정의학과 유병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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