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이 APT 앞을 청소하는 경비 근무자가 있었는데 그 분은 이른 아침이면 어김없이 APT 길을 마치 자기집 마당을 쓸 듯 항상 열심히 청소를 한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 성실하게 지저분한 길을 치우며 일을 하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큰 감동을 주는 것 같다. 늘 미소를 머금은 채 땀을 흘리며 일하는 그 길은 언제나 깨끗했다.

어느 날인가 필자가 지나가다 그에게 "참 행복해 보이십니다. 연세도 많으신 것 같은데 이렇게 밤을 새우시고 또 그 힘든 일까지 하시면서 늘 즐겁게 보입니다."고 말을 건넸다.

육순이 훨씬 넘었다고 하는 그 분은 "전에는 사는데는 별 문제가 없지만 할 일이 없어 무료한 시간을 보내느라고 힘들었는데 이제 일거리가 생겼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거기다 돈도 벌구요."라고 답했다.

과거 교편생활을 하셨던 분인데 교감을 끝으로 퇴직한 후 연금이 나오는 게 있고, 또 이제는 편히 쉬어보자는 생각에서 집에만 있었더니 친구들도 잃고, 찾아갈 곳도 없어지고 쓸쓸한 마음에 병까지 생기더라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을 다르게 갖고부터 자신의 삶이 달라지고 사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면서 건강도 찾았다며 과거와 현재의 삶은 그대로이지만 생각과 마음은 바뀌었다고 했다.

아파트 경비직을 천하고 우습게도 볼 수 있지만 육십이 넘은 이 나이에 일자리가 있고 또 아침마다 운동삼아 청소도 하고 돈도 벌어 손자, 손녀들 용돈도 줄 수 있으니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되묻는다.

그 분은 또 "제가 하는 일이 비록 APT 경비직이지만 APT 주민을 보호하고 또 APT 앞을 깨끗하게 치우는 것이 제 일이라고 생각하니 보람을 느낍니다."라며 허허 웃었다.

이런 감동적인 사람이 또 한 분이 있다. 전에 잠깐 전문지 기자 생활을 했다고 하는 택시기사의 이야기다.

같은 동네에 살다보니 우연히 식당에서 알게된 분인데 그 분 역시 항상 웃는 얼굴에 자기 직업에 대해 보람을 느끼며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이다.

대부분의 택시기사들은 박봉에 일도 고달퍼 마지못해 호구지책으로 그 일을 한다면서 직업에 대한 불만이 높은데 반해 이 분의 사고는 전혀 달랐다.

40대 初로 보이는 그 택시기사는 전에 기자생활을 하던 습성이 있어 몇 해동안 일자리를 알아보면서 편한 곳만 찾다보니 겉은 번지르르한데 실속이 없어 오래 있지를 못하다 택시기사직을 선택, 3년이 훨씬 넘게 운전대를 잡고 있다고 했다.

이어서 그는 택시기사를 하다보니 사무직이 불쌍해 보인다고 했다. 이유는 자신이 택시를 몰다보니 돈을 들이지 않아도 많은 명승지를 갈 수 있고, 또 여름이면 시원한 바람을 쐬며 자연의 풍경을 감상하고 돈도 벌고 여행도 하고, 꿩 먹고 알 먹고란다.

그리고 이 분 역시 고객을 안전하게 모시며 서비스하는 일을 하니 이 일에 보람을 느끼고 행복한 삶을 산다고 했다.

이 모든 것들이 결국 '사랑'이 없으면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런 사랑에는 반드시 희생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비록 자신의 일을 한다고 하지만 그들의 희생과 고통이 없이는 거리가 깨끗해질 수 없고, 승객이 안전한 여행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어두운 현실속에서도 사랑이 지배하는 세상을 만들어 가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개개인의 삶 속에서 사랑과 희생을 실제적으로 행동하도록 투신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뜻도 된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가 늘 자신에게 해야할 질문이 있는데 그것은 "나는 누구이며, 과연 나의 삶은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나는 과연 어디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끼고 살고 있는지?" 사랑의 눈, 순결한 마음의 눈만이 참다운 자신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진정한 '자기' '행복한 자'가 되지 못하고 방황하며 불행한 자로 생각하는 이유는 우리 자신이 어느 정도로 눈이 멀어 있는가를 깨닫지 못하는데 있다.

만약 우리 자신이 많은 것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탐욕을 버리면 우리는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쩜 경비 아저씨와 택시기사처럼 '행복'을 찾을 수도 있다.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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