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약 판매 설득력있는 근거 제시해야

보건 시민단체들이 폐암치료제 ‘이레사’의 약가 인하 정당성을 주장하며 4일 서울 삼성동 한국아스트제네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단체는 성명에서 한국아스트라제네카(HAZ)측에 약가인하 집행정지 행정소송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혁신성이 없는 신약에 대해 지금의 보험약가는 과다한 것이며 지난 7월 18일 복지부가 약값을 적정한 수준으로 인하한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의 강주성 대표는 “아스트라제네카측이 환자들의 생활상태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높은 약가를 통해 연구개발비의 몇십배에 달하는 이득을 취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에 맞서 HAZ측도 맞대응 성명을 내고 “복지부가 약가인하를 고시한 사안에 대해 정당한 사유로 그 집행 정지를 요청한 것은 당연한 권리 요구”라고 주장했다.

HAZ는 “이레사의 약효는 다양한 임상을 통해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에게 우수한 효과가 있음이 인정되었다”며 “이레사의 혁신성이 상실되었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은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와 의료관계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HAZ 의 신용에도 커다란 손실을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경위야 어찌됐든 우리는 이 대목에서 다국적제약사가 좀 더 설득력 있는 논리를 펴야한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우선, 시민단체의 주장대로 한국의 약값이 경제대국인 미국보다 훨씬 비싸다면 HAZ의 주장은 국민적 공감을 얻기 힘들다.

HAZ는 시민단체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자료를 제시해야한다.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혁신성이나 이미 확정된 보험약가라는 이유만으로 과다한 약값을 인하할 수 없다고 고집한다면 시민단체의 주장대로 ‘고리대금업자와 같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둘째, 다국적 제약사들은 신약의 원가와 매출액, 그리고 이와 관련한 마케팅 비용과 R&D 투자액 등을 세밀히 공개해야한다.

자신들의 장부(?)는 철저히 비밀에 붙이면서 “약값이 비싸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고리대금업자보다 더한 장사꾼’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1개 신약을 개발해 원가를 빼고도 수십, 수백배의 이윤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 않은가.

“다국적제약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일제시대 같으면 나라 팔아먹는 친일파라고 했을 겁니다”(시민단체 관계자)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들은 글로벌 마이드만 외칠 게 아니다. 환자의 건강권을 주장하는 자신들의 모습이 국민들의 눈에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지도 한번쯤 되돌아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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