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국민건강, 속으론 사익추구 급급

보건복지부(장관 유시민)가 국민의료비 부담 및 건보재정 절감 등을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약제비 절감정책이 이익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시행도 전에 위기를 맞고 있다.

이해 당사자인 한국제약협회(회장 김정수)와 다국적제약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회장 마크 팀니)는 물론, 국회의원(한나라당 박재완 의원)까지 나서 ‘딴지’를 걸고 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한국은 복제약 천국이다. 한가지 성분 또는 2~3가지 성분을 배합한 복제약이 우후죽순처럼 난립돼 의약품 시장을 흐리고 있다.

겉으로는 국민건강을 외치면서도 기업의 사회적 연대성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상당수 기업들은 오너 일가의 배를 불리는데 급급하고 그들을 위한 사기업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그러한 기업들이 “산업발전에 장애가 된다”며 정부의 약제비 절감정책에 발목을 잡는 모습은 참으로 가소롭기 그지없는 일이다.

한국을 의약품 도매시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다국적제약사 한국법인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그들은 “포지티브리스트(의약품 선별등재목록)를 시행하면 신약접근성이 떨어져 그 피해가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얼핏 들으면 그들의 주장에 논리가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그러나 ‘신약’이라는 초대형 무기를 소지한 그들은 특허권이라는 또다른 무기까지 등에 업고 배짱을 부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꿈의 신약으로 불리는 ‘글리벡’은 대표적 사례다.

이 약물은 특수한 상황에서 강제실시권을 발동하면 복제약 생산이 가능해져 돈없는 백혈병환자들도 부담없이 복용할 수 있지만,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지 않아도 혁신적 신약 운운하며 약값을 좌지우지하려는 다국적제약사들이 아닌가.

그러한 자들에게 약값의 통제권마저 넘어간다면 돈 없는 서민들은 치료의 길이 있어도 죽음이라는 한계 상황을 극복할 수 없게 된다.

다국적제약사들은 “정부 정책이 한국시장 개척에 걸릴돌이 되고 있다”고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이미 본전을 수십 수백배를 빼고도 남은 특허만료 신약값을 기존대로 인정받고 여기에 특허기간까지 연장하려는 처사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어떤 속셈을 가지고 정부 정책을 반대하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꼴두기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고 했던가.

국민부담 해소에 앞장서야할 국회의원까지 나서 정부 정책에 발목을 잡는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26일 "포지티브 리스트 제도는 포괄적인 위임입법을 금지한 헌법 제75조와 신뢰보호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복합제의 비급여전환 등 정부의 약제비 절감정책은 정부가 가격·수량 관리책임을 포기함으로써 국민의료비 부담이 증가하고 보장성은 오히려 후퇴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여러 가지 무리가 따른다.

우선 헌법은 상식과 사회적 통념 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단순히 법 논리만을 근거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세상에 온전한 것은 존재할 수 없다.

보장성이 후퇴할 것이란 주장도 마찬가지다. 그의 주장대로 라면 수없이 쏟아지는, 굳이 없어도 될 모든 복제약에까지 급여혜택을 주라는 것과 다름없다.

박 의원의 주장은 ‘염불보다 젯밥’에 관심이 많은 제약사 오너들의 입을 대변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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