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하면 안돼

전국 180개 대학에 있는 강사가 5만6400여명에 달해 전체 교원 11만3400여명의 49.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더 정확하게 세분해보면 교양과목의 63.5%, 전공과목의 36.5%가 시간강사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 교수인 강사들이 강의를 하고 있지만 적은 수당에 신분보장 마저 되지 않는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더구나 강의능력 등에서 전임교수들과 동일한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단지 시간강사라는 이유로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상황은 매우 열악하기 그지없다.

특히 결혼한 사람들, 가장(家長)의 경우 별다른 소득이 없는 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솔직한 표현이다.

대학강사의 강사료가 학교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시간당 3만원 정도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시간배정이라도 많이 받으면 좋겠지만 학교간의 거리 등 여건 관계로 몇 시간 정도를 받다보니 자연스럽게 가정불화까지 일어나고 심지어는 가정파탄에 이르기도 한다.

거기다가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최근 들어 깊은 불황에 취업난까지 겹치고 학부제 실시로 학생수가 줄다보니 강좌를 맡기가 훨씬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나마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몇 시간이라도 맡으려다 보니 교수임용에 관련된 각종 비리가 발생되기도 한다.

170만원대 '환경미화원'을 부러워할 정도가 된 대학강사들은 대부분 박사급이지만 정규직 교수들과는 달리 1년 중 방학기간에 해당하는 4~5개월은 그나마 강사료 조차 받지 못하는 백수가 되는 등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지만 개선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대학교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학강사 신분이 이처럼 불안정 하지만 그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그나마 밥줄이 끊길까 하는 걱정 때문에 불만이 있어도 표현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당사자들이 이 모양이 되다보니 교육당국이나 학교도 매몰차게 외면한 채 강사들을 혹사시키고 있다. 현실적으로 볼 때 대학강사의 존재를 무시하고선 우리나라의 대학교육 발전은 불가능하다.

교육당국과 학교는 흔히 '보따리 장사'라며 착취 구조속에서 학교가 운영되고 있다는 자조섞인 말을 하는 대학강사들의 처지를 관심있게 보고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어떤지를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다행히 교육부가 대학의 실무위주 교육을 권장한다는 차원에서 겸임교수제를 도입했지만 학교당국이 상업적으로 이를 이용, 강사들의 입장에서 볼 때 열악하기는 마찬가지가 되어 버렸다.

관계법 규정이 3명의 겸임교수를 채용하면 1명의 전임교수 채용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학교입장에서는 고임금과 취업난 타개와 더불어 현장 중심 교육의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효과를 보면서 적은 비용이 드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

결국 전임교수 1명 채용에 드는 비용으로 5~6명의 교수 확보가 가능해지면서 많은 대학들이 전체 교수의 20% 가까이를 겸임교수로 확보하고 있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나마 겸임교수의 경우 위촉장도 받고 계약기간이 명시되지만 시간강사의 경우는 그렇지만도 않다.

별다른 사유가 없는 한 재임용 되기는 하지만 시간강사의 경우 매학기 마다 몇 시간을 맡기 위해 애를 태우며 속을 끓이고 있다. 더구나 겸임교수제가 실시되면서 전임으로서의 상승은 더욱 아득하기만 해졌다.

백년대계를 계획하는 대학은 한시적인 취업과 돈벌이를 위한 학문에만 매달리지 않고 요양과 균형잡힌 인격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데 그 존립 의미가 있다.

대학강사 문제가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또 쉽사리 치유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단정지을 수만은 없다.

20년 넘게 시간강사를 한 박사 출신의 지우(知友)가 "2학기는 2개 대학에서 다행히 20시간을 배정 받았지만 또 다른 학교는 거리 관계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로 안타까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씁쓸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환경미화원 수준의 수입이 되려면 강사들로서는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하고 또 그 만큼의 시간을 배당 받아야 하는데 대다수는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어쩔 수 없는 환경조건 때문에 무겁고 커다란 가방을 메야 했고, 학교간의 이동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적은 수입에도 불구, 차를 갖고 다녀야 하는 것이 시간강사들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어떤 경우는 일당직인 '노동'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게 보았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교육부와 대학은 대학강사의 교육적, 사회적 역할과 권위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지위를 보장해줘야 한다.

아울러 현행 교육관계법을 개정, 대학강사에게도 명확한 신분을 갖도록 하고 강사료와 처우개선을 제도화함으로써 시간강사도 인격자이자 한 가장으로서 최소한의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다 더 높은 관심을 가질 때인 것 같다.

열악한 환경조건에서 그나마 후학들을 위해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학문탐구에 전념하는 시간 강사들에게 더 이상 눈물을 흘리며 가정불화가 일어나게 해서는 안된다.

그들의 아픔과 한(恨)을 이루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교육당국이나 학교가 더 이상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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