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매력으로 한국을 휘어잡았던 맥 라이언의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보면 주인공 샐리가 식당에서 해리와 논쟁을 하던 중 오르가즘을 가장하는 신음소리를 낸다.

에로틱한 분위기라곤 하나도 없던 상태였는데도 그녀의 연기는 어느 포르노 여배우에 뒤지지 않는다.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이 모두 눈이 동그래져 쳐다보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그녀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보면 내 아내, 내 여자친구도 저런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절로 생기게 한다.

실제로 부부클리닉을 운영하면서 성문제로 고민하는 부부들을 만나다 보면 많은 아내들이 오르가즘을 가장하며 지내고 있다. 하루 종일 밖에서 사회생활에 지친 남편이 자신의 품에 달려들면 서로가 알몸으로 안고 있고, 부부관계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흥분되기는 하지만, 성관계 자체에서 오는 쾌감은 거의 못 느꼈다는 것이다.

결혼 전에 성경험이 많으면 다른 남자와 비교라도 해 보겠지만, 경험이 적거나 없는 여자라면 원래 그런 거라고 세상은 섹스가 전부가 아니라고 자신을 세뇌시키는 경우가 다반사다. 어떤 경우는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남편이 불안해하지 않게 기꺼이 ‘샐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부부가 솔직한 대화로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아내면 문제는 덜하다. 아무런 해결책이 없이 임신과 출산을 치르고, 서로의 몸이 변하면서 그나마 성에 대한 관심이 멀어진 주부들이 의외로 많다. 애들이 자라고 남편이 외도를 하는 기미가 보이면 그간 참았던 자신의 감정이 억울해져 부부클리닉을 찾는 것이다.

부부를 각각 면담해 보면 그들 중 많은 수가 남편의 ‘조루증’을 문제 삼는다. 남편은 남편대로 사정이 너무 빨라 부인이 못 느낀다고 자책하면서 자꾸 부부관계를 꺼린다. 아내는 내가 너무 둔해서 남편이 싫어하는가 보다 오해를 한다.

남편이 안간힘을 쓰면서 참는 모습이 역력할 정도인데 자신은 약간 이상해지려다 말아버리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부들의 외부성기 감각을 검사해 보면 정상인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보아 남편들이 나서서 자신의 문제만 해결한다면 많은 이혼위기의 가정들 중 상당수가 위기를 넘길 수도 있으리라 짐작한다.

조루증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다. 성기 주위, 특히 귀두 부분의 감각이 너무 예민하거나, 정신적(심리적)인 원인이 있다거나, 요로계통의 다른 이상이 간접적으로 사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치료도 각각의 원인 중 어떤 부분이 더 문제가 되느냐에 따라 수술치료, 약물치료, 또는 원인질환의 치료 등으로 나뉘며, 두세 가지 원인이 같이 문제가 된다면 우선순위에 따라 차례로 치료해 나가면 된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다.(02)779-4500

[명동이윤수비뇨기과 원장·비뇨기관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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