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할 야당 대표에게 뭘 얻겠다는 속셈인가

김철수 병원협회장 등 병원계 대표들이 16일, 퇴임을 앞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찾아가 민간병원의 전공의 수련보조수당 지원을 요구했다는 소식은 우리를 또한번 우울하게 한다.

현재 정부는 흉부외과 등 9개 진료과의 전공의 기피현상을 막기 위해 월 50만원씩 수련보조수당을 지원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핵심 진료과목인데도 전공의들이 지원을 기피하는 바람에 진료차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원대상은 국립병원과 특수의료법인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민간병원까지 확대해 달라는 것이 병원계의 주문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한심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민간병원은 엄연히 사기업이나 다름없다. 민간기업이 폐업위기에 처했다고 해서 정부예산을 지원해주는 나라도 있다는 말인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민간병원이 어렵다고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국민의 세금을 거저 달라는 비양심적 행태다.

병원계는 민간병원을 국공립병원과 등등한 조건에서 바라보는 시각부터 접어야한다.

병원계가 어렵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이같은 어려움은 의료시장이 개방되면 더욱 가중될 수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체질개선이고 의료의 선진화와 효율화이다. 무엇보다 경쟁력 확보를 위한 병원간 M&A는 시급한 과제다. 필요할 경우, 경쟁 병원간 합종연횡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러함에도 우리 병원계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대로 가면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오너들의 기업 소유욕 때문에 M&A가 잘 되지않고 있는 민간제약사와 흡사한 구조다.

이 때문에 지금의 병원 경영난은 '자업자박' 또는 '엄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5월말 현재, 전국의 병원급 의료기관수는 925개로, 불과 1년 사이에 47개가 늘어났다.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워도 부족할 판에 어렵다는 병원수는 늘어만 가고 있는 것이다.

병원협회의 주장대로라면 이들 병원에도 모두 전공의 수련보조수당을 지급해야할 판이다.

병원의 공공성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김철수 회장은 국가에 손을 내밀기 이전에 자구 노력부터 해야할 것이다.

이제 막 임기 한달을 넘긴 상황에서 "잘하고 있다"는 말은 듣지 못할망정, "안봐도 비디오"라는 비아냥은 듣지 않아야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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