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식물과 서식지 다양…혼동 가능성 높아"

약(藥)이란 참살이(Well-Being)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근원이다.

제대로 알고 이를 이용하면 몸에 이로운 약(藥)으로 작용하나 오용하거나 남용하면 독(毒)이 될 수 있어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특히, 한약은 기원식물과 서식지가 다양하고 많은 별명을 갖고 있어 약재를 혼돈하여 사용하는 예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발간한 생약정보지를 통해 혼돈하기 쉬운 한약재 '백수오' 감별법을 소개했다.

한약재 '하수오'는 일부 고서(古書)의 기록에서 “적자(赤者)와 백자(白者)가 있다”고 하여 '적하수오' 및 '백하수오'라고 부르고 민간에서는 이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 약재의 정확한 명칭은 '하수오'와 '백수오'이다.

'하수오'는 하수오 Polygonum multiflorum Thunberg(마디풀과 Polyconaceae)의 덩이뿌리로 보간, 익신, 양혈, 거풍의 효능으로 한방 임상에서 많이 사용되는 약재중 하나이다. 중국과 일본의 약전에 수재돼 있으며 우리나라는 대한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에 수재돼 널리 사용한다.

그러나 '백수오'는 은조롱 Cynanchum wilfordii Hemsley(박주가리과 Asclepiadaceae)의 덩이뿌리로 대한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과 북한약전에만 수재되어 있어 우리나라에서만 복용해 온 고유의 한약이나 처방과 약리작용이 명확하지 않다.

5767종류의 중약을 수록하고 있는 중약대사전에서 조차 은조롱 Cynanchum wilfordii Hemsley 을 기원으로 하는 약재(백수오)는 없으며 중국의 일부지역에서 백수오로 쓰고 있다고만 간단히 기술돼 있다.

'하수오'와 '백수오'의 기원식물은 분류체계에서 과(Family)가 다르며 연구보고에 의하면 함유하는 성분도 전혀 다르다.

하수오는 마디풀과 식물로 anthraquinone 류의 chrysophanol, emodin, rhein 등을 주로 함유하고 있으나 백수오는 ’90년대부터 성분연구가 진행돼 Acetophenones 류의 2'5'-dihydroxyacetophenone, 4'-hydroxyacetophenone, 2'4'-dihydroxyacetophenone 등과 cynandione 등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약리작용도 하수오는 오래전부터 다양하게 보고돼 왔으나 백수오는 주로 국내에서만 일부 연구되고 있어 매우 미미한 실정이다.

일부 한약학계에서는 백수오가 '백하수오'라는 별명으로 많이 부르고 있어 '하수오'와 혼돈될 수 있으므로 공정서에서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사용된 한약으로 안전성문제가 제기되지 않았고 고유의 한약으로 개발될 수 있는 약재라고는 하지만 처방 및 약리작용 등에 대한 근거가 미약하므로 공정서에서 삭제하는 것도 깊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한약재 '하수오'와 '백수오'는 다른 한약이므로 혼돈하지 말고 명확히 구분해 사용해야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중국에서 자라는 식물 이엽우피소(耳葉牛皮消)를 일부지역에서는 우피소(牛皮消)라는 민간약으로 이용한다.

식약청에 따르면, 백수오의 별명(別名)인 '우피소'와 명칭이 유사해 이 이엽우피소를 일부 국내 농가에서 잘못 알고 도입하고 있다.

이 식물은 은조롱과 식물형태가 유사하고 뿌리의 생산량이 많아 몇몇 농가에서 은조롱 대신 약용작물로 재배하고 있어 백수오라는 약재가 유통되고 있다.

수확성이 은조롱보다 뛰어나 농업기술원에서는 백수오의 기원식물로 이를 추가해 줄 것을 건의하기도 했으나 지난해 6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심의에서 부결됐다.

식약청은 "별명(別名) 또는 이명(異名)이 한약을 오용할 수 있다는 좋은 사례"라며, "국가에서 정하고 있는 명칭으로 바르게 사용해야한다"고 밝혔다.

식약청은 생약정보지 4호에서 '백수오'의 손쉬운 감별법을 소개하고, 은조롱과 혼돈할 수 있는 이엽우피소의 식물사진과 함께 현미경으로 각각의 뿌리 내부형태를 쉽고 명확하게 감별할 수 있도록 감별 포인트까지 제시했다.

약재의 절단면을 현미경으로 관찰할 때 표피세포층이 10층 이상이며 유즙관이 없고 중앙유관속이 3~4각으로 팽대한 각을 이루면 한약재 백수오이다.

그러나 유즙관이 있고 표피세포층이 5~7층으로 얇고 중앙유관속이 4~5개로 분리돼 흩어져 보이면 위품 이엽우피소의 뿌리인 것이다.

식약청은 2004년 말부터 혼돈하기 쉬운 한약재의 감별법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정립하면서 '생약정보지'를 발간, 홍보하고 있다. 이미 오가피와 향가피 감별법(제1호), 방기 감별법(2호)이 소개된 바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더 이상 이엽우피소의 뿌리가 한약재 '하수오' 또는 '백수오'로 사용되는 잘못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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