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은 쇠에서 생긴 것인데 점점 그 쇠를 먹어버린다" 불경 '법구경'에 나오는 말이다.

오래 전 중생(衆生)들에게 법정스님은 이 말씀을 인용하면서 "남을 미워하면 저쪽이 미워지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이 미워진다. 또한, 미운 생각을 지니고 살아가면 결국 그 피해자는 바로 나 자신이 된다"는 설법을 했다.

하루하루를 그런 식으로 살다보면 인생 자체가 얼룩지고 병이 든다는 것이다. 속세란 땅덩어리 위에는 미움으로 얼룩진 인생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숱하게 많다.

그렇게 사는 게 인간관계이며 그런 관계 속에서는 언제나 애증(愛憎)을 동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5·31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대한민국 사회에 그런 증오와 독선과 오만함이 넘실거리며 어질기만 한 '백의(白衣)의 민초(民草)'들의 눈과 귀를 아프게 했고, 월드컵을 대비한 축구대표팀 평가전이 열릴 때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빨간 T-셔츠를 입고 태극기를 흔들며 열광하는 단합의 힘을 보았다.

이번 선거전에서는 민의(民意)를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증오감으로 편가르기를 하고 양극화를 시키면서 그 피해를 자기편이 다 뒤집어썼다고 말하는 독선과 민주개혁을 위한다면 상대 당에 표를 몰아주지 말라는 오만방자함을 우리는 지켜볼 수가 있었다.

결국 외부 정적에 대한 편견과 증오 때문에 자라난 녹이 쇠마저 먹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며 예상치 못한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아무튼 인간들은 무엇인가에 자신을 포장해 살고 있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가식속에서 참 자기의 모습을 감춘 채 무엇인가에 미쳐 정신없이 살고 있다.

돈으로, 지위로, 학위로, 명예로 자신을 포장해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인간은 우선 본능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사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은 좀 더 냉철하게 생각할 줄 아는 지각이 있는 존재다.

육체적 본능에만 이끌려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인간이라 할 수 없지만 바른 생각을 하고 그 생각에 따라 사는 사람은 바른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그런 사고와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간은 행복하기도 하고 불행을 자초하기도 한다. 먹고, 입고, 자는 것 등 육적인 생활은 어떤 부류의 사람이든 너나 할 것 없이 대동소이하다. 다만 차이가 나는 것은 그 사람의 생각에서 나타난다.

이는 생각의 바탕에 인간됨의 가치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생각을 어떻게 하고 관심은 어디에 두고 사느냐에 따라 인생의 목적이 설정되고 그 같은 목적에 따라 가치관과 세계관이 결정되는 것이다.

증오는 흔히 독선과 편견을 낳고 오만과 아집으로 모양을 바꾸면서 쇠를 먹는 녹이 될 수도 있다.

"원한이란 누군가에게 던질 요량으로 시뻘겋게 달궈진 석탄 덩어리를 집어들고 흔드는 것 같아 막상 화상을 입는 것은 자기 자신일 뿐이다" 석가의 말인데 유대교인인 유대인들이 이를 더 잘 알고 실천해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지나친 자기 실현의 욕구로 인해 상대를 헐뜯으며 인간답지 않은 모습으로 지혜롭지 못한 행동을 하며 추함을 보인 이번 5·31 선거를 통해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어떤 생각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배우고 또 체험한 바 있다.

다수의 정치인들이 뒤늦게 가슴을 치고 후회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었다. 이는 민초들을 우습게 보았다가 당하는 자업자득이다.

좌파·진보를 지향하던 저들이 완패를 당한 것은 참으로 우리 모두에게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된다. 이제는 이념과 이기적 욕구로 가득찬 인간들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것을 국민들이 싫어하고 또 어떤 것을 바라는지를 여·야 깨달았을 줄 믿는다.

이번에 압승한 야당 정치인들도 '오십보 백보'이며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이런 때일수록 자중하고 승리감에 취해 자만해지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된다. 언제나 자기를 낮추고 겸손해야 한다. 그리고 지난 일들을 교훈 삼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지혜로운 삶을 사는 방법이고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들은 의미있는 삶, 보람있는 삶을 추구하며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이다.

2년 후 총선에서는 학벌, 명예, 재물로 포장된 상품(인물)이 아니라 인간다운 인간이 선출되어 바른 정치로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으로 거듭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아울러 증오와 미움의 녹을 닦아 많은 국민들로부터 추앙받는 인간다운 정치인으로 기억되어지기를 바란다.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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