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학생의 관계를 한마디로 정의한 군사부일체(軍師父一體)의 의미를 보면 스승은 임금과 아버지와 동등한 관계로 보았다.

또한 사회적 권위의 상징으로 인생의 길잡이 역할을 한 것에 대한 예우와 함께 존경의 표시가 함께 들어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의식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생활수칙이 되어버렸다. 이는 스승이 단순히 불호령을 내리는 공포의 대상이 아닌 존경과 예의의 상징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예쁜 여선생님은 화장실도 안가는 줄 알았다.

그런 스승이었지만 요즘엔 그 스승이란 단어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선생님이라는 호칭보다 '쌤'이란 속어를 더 많이 쓴다.

이제는 학생들에게 있어 스승은 더 이상 근엄한 존재도 아니고 존경의 대상도 아니다. '스승의 그림자를 밟지 않는다'는 계율이 깨진지도 오래다. 일찍부터 '스승의 똥은 개도 안먹는다'로 전락됐다.

이제 스승은 인성, 전인교육을 실시하는 교육자가 아닌 지식만을 전달하는 노동자로 변했다.

그러다보니 일부 교사들이 돈봉투를 밝히면서 아이들을 편애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기보다는 부정을 저지르는 모습을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보여주면서 전체 스승에 대해 왜곡된 가치관을 갖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사들은 때로는 엄중한 가르침으로 올바른 길로 인도했고, 반항을 하거나 불순종하는 제자들을 따뜻한 사랑의 힘으로 감싸 안아 주었다.

제자들은 부모 같은 선생님의 사랑을 먹고 자랐으며 또 선생님은 밝게 자라는 제자들을 보면서 힘을 얻고 기뻐했다.

무엇보다도 스승과 제자는 서로에게 기쁨을 주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이런 관계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존경받는 스승과 자랑스러운 제자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오래 전 학창시절 스승의 날 전날 밤, 밤을 새워가며 습자지에 빨강, 파랑물감을 들이고 철사에 꿰어 만든 종이 카네이션을 선생님들 가슴에 달아드리며 선생님 은혜에 감사하다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리고 그날 오후에는 교실에 맛있는 음식을 장만, 선생님을 모셔다 식사를 대접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대부분 작고하셔서 다시 뵈올 수조차 없게 되었다.

가물가물 떠오르는 선생님들의 환한 모습,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아쉬움 속에서 반백이 된 내 눈에 회한의 눈물이 맺힌다.

문득 미술선생님이 생각난다. 편애가 심했던 선생님에게 항의를 했더니 어느날 미술실 구석에서 등목을 하시던 선생님이 등을 밀어달라고 하셨다.

그때 난 기회는 이때다 하고 복수심에서 선생님의 등가죽이 벗겨질 정도로 밀어 상처를 낸 적이 있었다.

선생님은 시리고 아픈 상태에서도 화를 내지 않으시고 "후우...네가 나한테 감정이 많았나보다. 오해가 있었으면 풀려무나. 솔직히 난 너를 좋아한단다"고 웃으시며 눈을 찡그리셨다. 내 속마음을 들킨 것이다.

얼마나 시리고 아팠을까, 그 연한 살을 벗겼으니….
그 때의 심술을 생각하면 지금도 죄송한 마음이 든다. 마음속으로나마 선생님께 용서를 빌었다.

이젠 그런 이야기조차 다 옛이야기로 되어 버렸다.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도 없어졌다. 스승이 조폭의 대상으로 바뀌고 제자가 스승을 감금하고 심지어는 폭행까지 하는 희한한 세상, 요지경의 슬픈 세상이 되어 버렸다.

다세대일 때는 예의도 바르고 했는데 핵가족이 되면서 제 새끼 귀한 줄만 알고 금지옥엽(金枝玉葉)으로 키우다보니 학부모와 자식들이 버르장머리가 없어졌다.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르는 이기적인 자들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제는 이구동성으로 교권이 붕괴되고 학교교실이 무너졌다고 한탄하는 소리가 들린다. 불행하게도 스승의 날인 5월15일은 촌지 근절을 명목으로 휴교일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교권이 붕괴된다해도, 시간이 흐르고 세태가 바뀐다해도 스승의 은혜는 영원하다는 것을 필자는 확신한다.

이처럼 스승의 날이 왜곡되어져 휴교일이 되었다고 해서 스승의 진정한 가르침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라도 스승의 날,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보는 우리가 되자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주신/ 스승의 마음의 어버이시다/ 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5월15일 스승의 날이 되면 스승의 노래가 어김없이 교실 이곳 저곳에서 울려 퍼지는 정겨운 풍경을 다시 찾아 볼 수 있는 그런 날이 쉬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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