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최고의 첨가물 실력자였던 내가 회사를 그만둔 이유는 나도 내 가족 구성원도 소비자였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일본 첨가물업계의 산 증인 아베 쓰카사는 이 책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에서 과자 및 가공식품의 맛을 만들어내는 주요한 성분, 내 아이와 가족의 혀를 마비시키는 식품첨가물의 실체와 제조 과정을 낱낱이 밝히고 있다.

조작된 맛, 가공식품 속 식품첨가물
우리 부엌의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싹 비워라

언론을 통해 첨가물에 대한 유해성이 어느 정도 인식된 것도 사실이다. 라면 스프에 나트륨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 짜게 먹는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간 지도 얼마 안 됐다. 아이들이 먹는 과자 및 음료에 들어가는 색소나 향료 및 유화제, 계면활성제 등등이 아토피를 일으킨다는 한 방송사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그렇다면 이 책은 또 한 번 가공식품의 유해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이 책에서 가장 문제시하는 것은 안 먹고 줄이면 되는 과자 및 유해식품이 아니라 엄마가 만들어주었기 때문에 당연히 첨가물이 안 들어가 있을 것이라 여기는 음식에도 알게 모르게 첨가물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어묵이나 게맛살, 햄 등의 가공식품, 편의점에서 먹는 삼각김밥, 샌드위치는 물론 우리 음식의 맛을 내는 바탕 재료, 즉 간장, 고추장, 된장, 설탕, 소금 등도 첨가물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

된장찌개를 끓일 때 넣은 시판 된장이 단지 콩과 누룩만을 이용해 만들었다고 생각하는가? 전통적으로 해오듯 메주를 띄워 소금만을 이용해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또한 우리가 그동안 먹어왔던 소금과 설탕도 정제되는 과정에서 영양 성분은 모조리 빠져나가고 짠맛과 단맛만 남아 있는 결정체일 뿐이다.

가공식품 제조의 현실에 망연자실

시장과 마트에서 우리가 사먹고 있는 식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값 싸고 편리하다는 ‘빛’ 뒤에는 대량의 식품첨가물 사용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참으로 소름끼치게 만드는 책이다. 마치 맛있는 요리를 다 먹은 뒤 “사실 아까 그 요리에 바퀴벌레를갈아 섞었어”라는 말을 들은 기분이다. 게다가 규제 범위 안에서 사용되는 첨가물도 다른 첨가물과 함께 섭취했을 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저자의 지적은 단순한 폭로를 넘어선다.

지금까지 식품업계의 첨가물 남용은 알게 모르게 소비자들의 지지에 의해 지속되어왔다. 생산자와 판매자가 제시한 파격적인 가격과 간편함에 소비자들이 부응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첨가물 사용에 대한 지지를 접자. 이제 소비자들이 직접 나서야 할 때다.

올해 9월부터 우리나라도 ‘첨가물 표기 의무화’가 확정됐다. 이제 모든 식품의 뒷면에는 원재료와 첨가물 표시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일본과 마찬가지로 여러 첨가물이 들어가 있어도 일괄적으로 표시할 수 있는 일괄표시 규정이라든가 개별 포장에는 표시 면제되는 식품들이 있어서 문제점은 역시 남아 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100% 식품 정보 공개. 100% 소비자들이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일미디어. 지은이 아베 쓰카사. 역자 안병수. 216페이지. 정가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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