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인 5월이 예외없이 지나가고 있다.

5월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8일), 스승의 날(15일), 성년의 날(15일), 청소년의 날(29일) 뿐만 아니라 2004년부터 법정 기념일로 제정된 부부의 날(21일), 세계 UN이 지정한 가정의 날(15일)까지 이름과 내용도 다양하다.

특히 5월은 내게 하나님이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아내를 만나게 해준 날(6일, 오후 3시40분)이 있어 특별한 의미를 더해주는 달이다.

게다가 '장미의 계절', '계절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5월은 많은 커플들이 결혼을 계획하는 달로서 모두 평화와 사랑을 기원하는 상징의 날들이 있는 달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에게 편안함을 주지 못하고 왜곡된 역사속에서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 5.16 군사혁명과 5.18 광주항쟁의 날이 끼어 있는 침울한 달이기도 하다.

그런 가정의 달은 매년 돌아오는데 정작 가정의 달이 가정의 달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며, 오히려 그 같은 행사 때문에 고민까지 해야 하는 괴로운 달이 되어 버렸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심지어는 UN이 지정한 가정의 날까지 제정되었지만 부부의 이혼율이 건국이래 최고치를 갱신하며 부끄럽게도 세계 2위로 올라간 우리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매년 요란스럽고 시끄럽게 행사를 치름에도 불구, 결손가정의 어린이들이 늘고, 자식들에게서 버림받은 노인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필자의 좁은 소견에서는 우리의 가정교육, 학교교육이 잘못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한 인격체로 사람이 되게 하는 교육보다, 남이야 어떻게 되던 '나만 잘되면 된다'는 식의 지식위주의 교육이 되다보니 기계처럼 똑똑하고 정확해지지만 사람이 갖는 따뜻함과 용서와 사랑이 결핍되면서 자기만을 위한 이기적인 인간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런 교육이 이루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모와의 관계, 부부관계, 스승과의 관계, 형제자매의 관계는 물론, 이웃과의 관계에서까지 질서가 깨지고 부모와 스승에게까지 폭력을 휘두르는 어처구니 없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제1,2 외국어가 늘고 전문과목의 시간도 느는 추세이지만 사람이 되게 하는 인성교육의 과목인 윤리교육이 점차 학교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나마 과목이 설정되어 있는 학교도 선택으로 바뀌면서 참여율이 저조한 상태다.

예(禮)를 모르는데 그까짓 어버이날, 부부의 날, 스승의 날, 가정의 날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가정이 화목하고 나라가 평화스럽게 밝은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어느 교육보다 인성교육이 필요하다.

오래 전 유행했던 유행가 가사에 "사랑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고 말하겠어요"라는 노랫말이 있던 것으로 기억된다.

물론 유행가로 생각하고 그냥 넘길 수도 있는 가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남녀간의 사랑을 천박한 풋사랑 정도로 가볍게 여겼다고 볼 수도 있다.

누군가 남자의 '사랑해'는 '현재는'이라는 단서의 생략이고 여자의 '사랑해'는 '당신이 사랑하는 한'이라는 조건의 생략과 같다는 말을 한다.

무조건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이 조건의 사랑이 되면서 고귀한 사랑이 풋사랑으로 전락, 가볍게 사랑하고 쉽게 헤어지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조건적인 사랑은 머리에서 나오지만 헌신적인 사랑은 눈빛에서 나온다. 그리고 사랑은 마주 잡은 손안에 있고 어루만지며 포옹하는 따스한 가슴속에 있다.

진정한 사랑은 서로에게 예속되는 동시에 속박이 아닌 자유를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을 하는 윤활유다.

사랑으로 이루어진 가족은 참으로 아름다운 생명의 공동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가족 제도의 틀을 벗어나 핵가족이 되면서 서로간에 올바른 이해와 배려없이 오직 '나'만을 강요하고 '내 생각이 곧 당신 생각'이라는 그릇된 사고를 갖게 되다보니 사랑의 본래 뜻이 희석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행복한 가정, 소중한 가족관계가 이루어지려면 무엇보다 부부관계가 원만하고 화목하며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그래서 가족들이 가정이 따뜻하고 포근한 안식처라는 것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서로가 각기 다른 환경과 교육을 받았는데 만족할 수는 없다. 함께 살다보면 서로의 치부가 드러나면서 실망도 하고 때론 배신감을 느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마다 결혼 전날 밤의 설레임과 사랑을 상기하며 서로의 허물을 감싸주고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마음을 갖고 위기를 넘겨야 한다.

이제라도 서로가 "당신은 하나님이 내게 주신 최고의 선물"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고백하며 하루에 한번이상 서로를 위로하고 칭찬하며 살아있음을 감사하는 부부가 되자.

하나님의 축복으로 시작된 가정, 목숨걸고 지켜나가는 것은 조개속의 진주처럼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모국어인 국어도 못하는 어린아이에게 조기 영어교육을 시키기에 앞서 조금은 부족해도 사람의 도리를 할 수 있는 윤리교육을 시키는 어른이 되자.

비록 가정의 달인 5월이 지나가고 있지만 우리 모두가 진정한 가족, 부모와 형제자매를 내 몸같이 소중하게 여기는 새로운 의미의 가정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행복한 가정의 비결은 인내로 지키는 것이다.

[시인.수필가]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