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 조직 생활을 하다보면 누구든지 조직에서 떠나야하는 그런 날이 있다.

퇴직이라고 하는 이 시점에 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인생의 끝으로 생각하고 눈에 빛을 잃고 무기력해지기 쉽다.

이제는 직장생활도 끝났으니 무엇을 하고 살까하며 심한 경우 우울증에 빠져 건강을 해치기도 하고 심하면 목숨을 잃기도 한다.

그러나 인도 사람들은 다르다고 한다. 그들은 퇴직을 하고 나면 오히려 눈이 밝아지며 얼굴에는 생기마저 돈다고 한다.

이는 그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家長)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미뤄왔던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퇴직을 하면서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사고를 갖고 있기 때문이란다.

지난 겨울 스님들이 자신의 수행을 위해 동안거에 들어가 밤잠을 잊은 채 정진을 한 후 중생에게 부처의 말씀을 설파하고자 하산(下山)을 한 바 있다.

문득 환경파괴로 위험에 처하게 될 수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불교 승려를 비롯해 가톨릭 신부와 수녀, 그리고 개신교 목사, 원불교 교무 등 다양한 종교인들이 삼보일배하며 자기 자신의 소중한 건강과 생명까지 걸고 대중적 자각을 이끌어 내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은 하나의 목적 앞에서 자신들의 종교를 배타적으로 내세우지 않고 오직 환경파괴로 인해 일어날 위험에서 수많은 생명을 잃게 하지 않기 위한 신념에서 힘든 삼보일배로 한 걸음 한 걸음을 딛고 전북 부안 갯벌에서 서울까지 온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종교로서 기독교의 '사랑'과 불교의 '자비'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며 중생들에게 보여준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진정한 종교는 그 어떤 정치적 맹세보다 효과적으로 이 사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우리의 종교생활은 사랑과 화합보다는 교파간 교계간의 분열로 점철되어 왔던 것을 부인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타 종교지도자들도 이 사회에서 목탁의 역할을 하기 위해 밤을 지새우며 공부를 하지만 자기 수행에 정진하면서 크게 성취한 스님들도 많다.

그 대표적인 예로 우리나라 최초의 법관을 지낸 효봉스님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효봉스님은 법관생활 10여년만에 처음으로 내린 사형 판결로 고뇌하다 출가를 한 분으로도 유명한 스님이시다.

서른여덟의 나이에 출가한 효봉스님은 스승이신 석두스님이 일생생활의 그 모든 것들이 다 수행이요, 공부이니 한 순간도 함부로 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뼈를 깎는 수행을 하시고 한번 앉으면 절구통처럼 움직일 줄 모른다고 별명이 '절구통 수좌'로 불릴 정도였다는 일화도 있는 분이다.

깨닫기 전에는 죽어도 나가지 않겠다며 토굴속에서 정진하던 스님이 1년 6개월만에 마침내 무(無)자 화두를 깨치며 자기 수행에 정진해왔다.

5월5일은 어린이날이자 부처님이 오신 날이기도 하다. 특히 이날 불자들은 부처님 은혜에 감사하며 연등을 단다. 또 나를 밝히고 전체를 밝히고자 등을 단다.

매순간 불자들은 각양각색의 연등을 달고 불을 밝히며 소원을 빈다. 그리고 부처님 은혜를 갚고자, 부처님처럼 그런 삶을 살고자 수행정진하는 마음으로 등을 단다.

그러나 그런 등은 음력 사월초파일 하루만 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나이도 잊고 생사도 잊고 '부'와 '명예'도 잊고 참 '나'가 되어 수행정진하는 마음으로 매일같이 다는 등이야말로 속세에서 가장 큰 등을 밝히는 것이며 부처를 생각하는 삼보일배의 진정한 마음의 등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자신을 태워 불을 밝히는 촛불처럼 자기를 태워서 버리는 참선의 마음으로 등을 달아야 한다.

이날 하루만이라도 더러운 물에 떠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나는 연꽃봉오리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우리가 되자.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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