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람들은 삶의 여정을 여행으로 비유하기도 하고 혹자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언덕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이들은 인생을 연극으로 비유하기도 하고 마라톤 주자에 비유하기도 한다.

대다수 사람들은 그런 마음으로 한 생(生)을 살면서 자신의 성공된 삶을 희망한다.

과연 성공된 삶의 기준은 무엇인가 생각을 해보았다. 우선 떠오르는 것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은 부(富)를 축적하고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는 것을 성공된 삶의 기준으로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제일 중요하게 여기게 되고 결국 그 같은 돈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다보니 어떤 과정보다는 결과만 생각하게 되고 급기야는 인간이기를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또 어떤 이들은 출세하고 높은 자리에 앉는 것을 성공한 삶을 산 사람으로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돈을 많이 벌었다고, 명예와 명성을 얻어 유명해졌다는 것으로 성공했다고 말 할 수 는 없을 것 같다. 이 세상에는 다른 이들에게 널리 알려지지도 않았고 명예도 없고 돈도 많지 않았지만 자기의 삶은 오로지 자신의 선택과 가치관에 달렸다고 생각된다.

인생에서 진정한 성공은 ‘진정한 자기’를 회복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철학자 하이데카는 “인간은 던져진 존재” 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인간은 던져진 존재라고 가정 할 때 ‘나’ 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성립되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성공 된 삶을 산다고 할 수 있다.

필자를 아는 지우(知友) 중 몇몇 분이 필자를 대하면서 놀라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것은 깨끗하고 고급스럽게 보이는 명품의 양복과 바바리를 보고 필자를 생각했다가 정작 내 옷을 자세히 보고는 놀란다.

그 이유는 헤진 양복 옷소매와 헤진 바바리 깃을 뒤집어 누벼 입은 것을 확인할 때, 그리고 번쩍이는 구두의 뒤창이나 뒤축을 꿰맨 것을 볼 때였다. 명품을 자처하는 양복은 덤핑할 때 주로 사 입은 것이고 바바리는 20여년이 지난 옷이다.

헤진 바바리 깃을 뒤집어 수선을 한 탓으로 아무리 추워도 깃을 세우지 못하는 단점이 있기도 하다. 또한 구두는 이만 오천원짜리 군용구두다. 그래도 이것 역시 명품으로 3년 넘게 신고 있다. 길이 들어 운동화를 신은 만큼 발이 무척 편한 장점이 있다.

거기에다 손가방은 11년 전 졸업기념 선물로 받은 것인데 이제는 흐물거려 제대로 세워지지도 않는 빛바랜 역사의 가방이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얼마 전 20여년 넘게 사용한 면도기가 내 곁을 떠나 폐품처리가 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난 명품(名品), 고품(高品), 고품(古品)의 많은 물건을 소유하고 있다. 거기다가 27년이 훨씬 넘은 고품(古品, 高品)의 내 아내가 늘 곁에 있다. 모두가 오랜 세월 함께 하며 나의 땀이 배여 있는 아주 소중한 고품들이다.

아무튼 이런 일상 속에서 마음과 생각이 통해 아주 작은 것에만 감사하며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곁에 두고 함께 할 수 있다면 바로 그것이 자신의 존재가 있어야 할 이유가 성립되는 것이다.

하루하루를 시행착오와 실수로 이어가지만 믿음과 애정으로 허물을 덮어주고 변함없이 나를 지켜주는 가족과 이웃이 있어 묵묵히 힘이 되어 준다면 분명 그는 있어야 할 존재로서 충분하기 때문이다.

‘나’ 라는 존재가 없다면 지금의 나와 관련된 내 가정, 내 직장, 내 교회, 내 이웃 그리고 앞서 열거한 명품들이 아무 의미가 없다. 나 혼자가 아닌 ‘우리’ 라는 이름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삶 속에서 내가 그 일원이 된다는 그 자체가 존재의 이유가 되고 건강한 삶, 소중한 삶, 성공된 삶을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높은 지위와 돈과 명예를 갖고 있어도 다른 이들의 판단과 상관없이 자신의 길을 가지 못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재할 이유가 분명치 않으면 그 인생은 결국 실패한 인생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살아 존재할 이유가 있다면 바로 나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님과 자식들, 그리고 벗들과 이웃이 곁에 있기 때문이다.

성공된 삶이란 인성을 갖춘 인간으로서 이 사회에서 필요한 존재의 이유가 분명한 삶을 살 때이다.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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