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뱉은 말은 바람에 날린 닭털과 같은 것

부정적인 말과 더럽고 유치한 말, 거짓된 말이 난무하는 가운데 경쟁을 하듯 남의 흠집을 내며 호재를 만난 듯 험담하는 정치인들의 작태를 보면서 한 신부님의 일화가 생각났다.

그 신부님이 작은 도시에서 사목을 할 때인데 교우인 30대 중반의 과부 집을 하루가 멀다하고 드나들다보니 자연스럽게 동네 아낙네들의 입방아에 올라 좋지 않은 소문이 퍼졌다. 얼마 후 그 과부가 죽으면서 불치병에 걸린 과부를 기도로 위로하기 위해 돌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장 신부를 헐뜯었던 여자가 가책을 느끼고 신부를 찾아와 용서를 빌자 신부는 말없이 닭털을 주면서 버리고 오라고 했다. 그 여인이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 닭털을 모두 들판에 가서 날리고 오자 신부님이 다시 그 닭털을 주워 오라고 하는 게 아닌 가.

당연히 여인은 바람에 모두 날아간 닭털을 어떻게 모두 주워 올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울상을 지어보였다.

그러자 신부가 하는 말이 “내게 용서를 비는 것은 내가 용서 할 수 있지만 한번 내뱉은 말은 바람에 날아간 닭털 같아 다시는 주울 수 없을 뿐더러 살인하는 것 보다 더 무서운 것” 이라고 말했다.

신부는 “살인의 경우 살해당한 사람만 상하지만 험담은 ‘험담을 하는 사람’ 과 또 ‘그것을 아무 생각 없이 듣는 사람’, 그리고 ‘그 험담의 대상이 된 사람’ 등 세 부류의 사람들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 한다”고 했다.

말(言語)이란 한 인간이 갖고 있는 인격의 실체를 담고 있는 그릇에 비유 할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어떤 모양의 그릇에 담기느냐에 따라 똑같은 물(水)이라도 맑고 시원한 청량음료가 될 수도 있고 오염된 물(廢水)이 될 수도 있는 탓이다.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나님은 구조적으로 생각하고 말을 할 수 있는 지각(知覺)을 가진 우수한 인간을 창조하셨다.그런 하나님은 말씀(言語)으로 존재하셨고 말씀으로 온 우주를 창조하시며 또 역사해 오셨다.

어떤 의미에서 볼 때 인간의 역사는 말(言語)에 역사이기도 하다. 말에는 창조의 능력이 있고 사람을 변화 시키는 능력이 있다. 이 밖에도 말은 환경을 바꾸는 능력, 생명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능력을 갖고 있다. 반면에 말에는 독소가 있어 사람을 넘어지게 하고 상처를 입게 하고 또 파멸에 이르게까지도 하는 무서운 힘을 갖고 있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자 얼굴이다. 결국 인격이자 얼굴인 그 말 한마디가 자신뿐만 아니라 남에게 갈증을 해소 하는 생수가 될 수도 있고 병을 만드는 더러운 물이 될 수도 있다. 좋은 말을 하면 좋은 사람이 되고 아름다운 말을 하면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맑고 밝은 말, 긍정적인 말, 상대방을 배려하는 말을 한다면 건강한 마음에서 아름다운 소망을 이룰 수가 있지만 부정적인 시각에서 남을 탓하는 말을 하면 실패와 좌절감에 빠져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는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던진 한마디가 때로는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될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어리석음만을 드러낼 뿐 다른 사람의 마음에 치유 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심어줄 수도 있다.

우리 모두가 너 나 할 것 없이 말 한마디에도 상대를 생각하며 신중함을 보이는 인격의 소유자가 된다면 우리의 인생도 멋지게 바뀔 것이고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밝은 세상이 될 것이다.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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