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병원 우진하 간호사

▲건대병원 우진하 수술팀장
하얀 가운을 입은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로 대변되는 간호사.

아직까지 우리사회는 간호사를 여성만의 ‘전문직’으로 여기는 편견이 남아있는 게 현실. 그러나 ‘간호사’라는 직업은 더 이상 금남의 벽이 아니다.

건국대학교병원 수술팀장인 우진하 간호사(46)는 임상현장에서 활동하는 남자 간호사의 대표 주자로 통한다.

18년 경력의 우 간호사는 1989년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93년 삼성서울병원을 거쳐 2004년 12월부터 지금의 건국대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내가 간호사라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간호사라고 하면 여자간호사를 떠올리는 경향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 간호사는 “국내 10만 명의 간호사 중 500여 명이 남자 간호사이고, 이들 중 200여 명은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간호사=여성’이라는 등식은 깨진지 오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간호사를 선택하기 까지는 곡절도 많았다.

우 간호사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직장생활을 하다가 23살이 되어서 간호대학에 입학했다. 남들이 졸업을 할 나이에 ‘지각 대학생’이 된 셈이다. 그것도 아주 특별한 분야에….

"사람과 부딪치며 남을 도와주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에 늦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요. 여자만 다니는 간호대학에 입학했으니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은 당연했겠죠.(웃음). 그나마 몇몇 남학생이 같이 입학한 덕에 위로가 되었어요”

당시만해도 간호사는 여성직업이라는 편견이 강했다. 병원들조차 '입사지원 자격’을 ‘미혼 여성'으로 제한하던 때였다.

졸업을 앞 둔 그는 고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사회적 편견을 무릎쓰고 힘들게 공부한 분야가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접어야하는 것 아닌가하는 불안감도 들었다.다행히 그를 눈여겨본 교수들이 노력한 끝에 서울대병원이 간호사의 지원자격을 ‘미혼여성’에서 ‘미혼자’로 바꾸었다.

그 덕분에 우 간호사는 1989년 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서울대병원 간호사로 첫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간호대 재학 중 3년 내내 장학금을 받을 만큼 간호학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던 그는 최종 합격자 50명 중 유일한 전문대 출신이었다.

"환자의 절반은 남성이고 비뇨기과 등 특정분야의 환자들은 오히려 남자간호사가 더 편할때도 있지 않겠어요” 당시 서울대병원의 유일한 청일점이었던 그는 남성간호사의 필요성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는 “특히 기계조작이 능숙해야하는 수술실의 간호사는 여성보다 체력이 강한 남성간호사가 더 유리하다”고 말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간호사는 환자와 가족에게 자신 있는 태도를 보여 안정감과 신뢰감을 심어줄 필요가 있는 거지요” 그가 말하는 남성간호사의 또다른 강점이다.

근래들어 남성간호사들의 영역은 넓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수술실과 응급실, 정신과병동 등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이제는 비뇨기과, 정형외과 등에서 근무하는 남성간호사도 적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국내 간호대학에 재학중인 남학생은 1200여 명. 우 간호사는 후배 간호사들에게 "남자로서의 특권의식을 버려야한다"고 주문한다.

"성별 구분을 하지 말고 동료라는 의식을 갖고 끊임없이 자기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게 그가 말하는 이 시대 남자간호사의 첫번째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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