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제안 10계명'을 만들었던 개그맨 김형곤 씨가 얼마전 우리곁을 떠났다.

한국 개그계에 시사풍자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기도 했던 그의 돌연한 죽음 앞에서 많은 사람들은 가슴을 아파하며 웃음 전도사의 마지막 길에 명복을 빌었다.

특히 그가 근년의 좌절을 딛고 최근 새 출발을 한데다 카네기 공연을 목전에 두고 잠을 잊은 채 연습에 몰두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남은 이들에게 아쉬움을 더해주고 있다.

더구나 생전에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그가 시신 기증까지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은 감동을 넘어 뭉클했다.

자신의 운명을 예감이라도 한 것일까. 죽기 직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 마치 유언처럼 되어버리고 말았다.

"세상에 웃는 것보다 더 소중한 건 없다. 하지만 웃음은 저절로 오는 게 아니다. 우리가 웃음 곁으로 자주 가야한다. 친구 하나라도 엔돌핀이 돌게 해주는 사람을 만나라."

대한민국의 웃음 전도사를 자처해왔던 그는 웃음이 넘치는 나라만이 미래가 있다는 지론을 펴온 진정한 개그맨이었다.

특히 공포의 삼겹살로 유명했던 그가 남긴 일화 중 KBS '유머 1번지'의 '회장님, 우리 회장님'의 코너와 손바닥을 비비며 '잘 돼야할텐데' '잘 될 턱이 있나' 등의 유행어는 한 시대를 풍미한 절정의 자막이었다.

당시 뚱뚱한 몸매에 혀 짧은 그의 유행어는 말장난이 아니었다. 권위주의 정권과 기득권층을 간접적으로 꼬집은 촌철살인의 유머로서 서슬 퍼렇던 5공 시절, 힘겨운 삶을 이어가던 서민들에게 일종이 카타르시스였다.

80년대에서 90년대까지 코미디계를 주도하며 '시사풍자'를 통해 우리를 웃긴 사람. 그가 이제 우리 곁을 떠났다.

그가 떠난 지금 더욱 가슴 아픈 것은 그의 순탄치 못한 삶이다.

그는 2000년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했으나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했고, 사업이 실패하는 아픔도 겪었다.

거기에다 설상가상 부인과 이혼까지 하고 하나 뿐인 아들마저 영국으로 유학을 보내고 외로운 삶을 살아왔던 것이다.

“풍자없는 개그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개그계의 변화를 강조했던 고 김형곤씨.

참여정부 들어 대통령이나 권력 실세들에 대한 풍자가 사라진 요즘의 개그는 썰렁하다 못해 보는 이들을 식상하게 한다.

그가 개그에서 강조했던 것은 국민에게 진정한 웃음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지도자들의 자질향상을 추구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웃음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해지는 것이다.”

이제 그의 육신은 우리 곁은 떠났지만 그의 고귀한 삶의 정신은 우리 모두의 가슴에 깊이 배어있다.

요즘 같은 세상 웃을 일이 많지 않지만, 그가 바라던 '모든 국민이 웃은 그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해 본다.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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