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전은 역사의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왕실 및 권력자들의 호화로운 거주지로, 당대 최고의 건축과 예술, 그리고 문화가 응집된 아름다운 창조물이다.

위대한 군주부터 잔혹한 독재자까지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 권력자들의 안식처이자 정치적, 문화적, 예술적 중심지였던 궁전은 그들의 찬란한 전성기와 쓸쓸한 몰락의 역사를 묵묵히 증거한다.

진정한 주인은 역사의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가고 없지만, 오늘날까지 당당하고 우아한 위용으로 현대인을 압도하는 세계의 화려한 궁전들은 여전히 세계인의 눈길과 발길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세상을 바꾼 궁전>은 동서양의 아름다운 궁전과 성 54점을 엄선하여 예술적, 건축학적, 문화적 가치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사랑하고 고뇌하면서 역사의 주도적인 흐름을 형성한 왕족들의 황홀한 이야기를 생생한 사진 250여 컷을 통해 다채롭게 보여준다.

화려한 궁전에서 사치스러운 왕실 연회를 열곤 하던 왕족들은 이제 우리와 다른 세상에서 존재감 없이 살고 있는 태엽 인형으로 여겨지거나 아이들의 동화 속에 등장하는 고릿적 인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피와 살로 이루어진 그들 역시 보통 사람처럼 희로애락을 공유했으며, 지금도 그들이 이룩한 위대한 문화유산인 궁전과 함께 시간을 거슬러 생동한다.

예컨대 이 책은 격변하는 역사의 한가운데 자리했거나 예술과 문화의 혁신을 불러온 궁전과 그곳의 진정한 주인으로 군림했던 왕족 및 최고 권력자의 숨겨진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준다.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대공의 사랑의 보금자리인 윈저 성, 연금술에 몰두했던 루돌프 2세의 프라하 성, 엄격한 궁전의 법도 대신 자유를 꿈꾼 푸이의 쯔진청, ‘보석의 시대’를 연 미하일 표드로비치의 테렘 궁전 등등.

이 책을 펼치고 있으면 세계의 궁전으로 들어서는 순간 세상을 바꾼 역사의 현장에서 사랑하고 질투하고 고뇌하고 음모를 꾸미는 한 인간을 만날 수 있다.나폴레옹이 이별을 고한 퐁텐블로 궁

프랑스 국왕의 사랑을 받았던 퐁텐블로 궁은 프랑스 혁명의 불길로 폐허가 되다시피 했지만, 스스로 프랑스 황제로 취임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눈에 띄어 전면적으로 보수됐다.

퐁텐블로 궁의 곳곳이 나폴레옹의 상징인 거대한 금빛 N자가 가운데 있는 월계관으로 장식됐다. 그러나 나폴레옹의 퐁텐블로 시절은 그리 길지 않아 황제에 폐위된 후, 명예의 정원에서 자신의 군대에 감동적인 이별을 고했다. 그 후로 명예의 정원은 이별의 정원으로 불렸다.

주부 마리아 테레지아의 왕국, 쇤브룬 궁

오스트리아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는 지혜롭고 가정적인 여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알뜰한 살림꾼이었지만, 사냥용 별장에 지나지 않았던 쇤브룬 궁을 수리하고 확장하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는 아이들을 위해 왕실의 엄격한 예법도 느슨하게 풀어주어 쇤브룬 궁은 화목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그녀는 쇤브룬 궁에서 어린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를 만났는데, 하프시코드 연주를 끝낸 모차르트가 그녀를 안고 뽀뽀를 퍼부었을 때도 넓은 아량을 베풀었다.

에르미타슈 미술관의 기초가 된 겨울 궁전

겨울 궁전은 러시아의 차르 표트르 대제의 딸 옐리자베타 페트로브나가 지은 왕실 거주지로, 이 궁전의 건축과 함께 러시아 왕조의 황금기가 시작됐다. 겨울 궁전에서 산 최초의 러시아 차르는 옐리자베타의 왕위 계승자였던 예카테리나 대제였다.

그녀는 위대한 화가들의 훌륭한 회화 작품들을 무수히 수집했는데, 그녀의 높은 안목으로 수집한 그림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에르미타슈 미술관의 기초가 됐다.

128쪽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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