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인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농담으로 연봉이 4~5천만원이 된다는 지역의원에 출마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는데 예상외로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유를 묻자 그들은 한결같이 필자가 정치인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사기꾼 거짓말쟁이가 아니고 또 돈도 없기 때문에 의원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하기야 우스개 말로 한강에 도둑질한 사람과 정치인이 빠지면 얼른 정치인을 먼저 꺼낸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알아보니 한강물이 오염될까봐 그렇다고 했다.

웃음이 나오기에 앞서 어떻게 하다 정치인들의 위상이 이렇게 실추되었나 하는 마음에 서글픈 생각이 든다.

언제부터인가 인간은 정직과 진실을 잃어버린 채 욕심과 야합에 빠져 거짓된 삶을 살아가며 이 세상을 온통 거짓된 세상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런 거짓말이 요즘 들어 더욱 기승을 부리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 같다.

거짓말을 당연하게 여기는 정치인이나 상술을 활용하는 자영업자와 의료인들 그리고 어느 직업에 종사하던 인간사회가 온갖 거짓투성이로 얼룩지고 있다.

특히 정치인들의 말을 듣다보면 어디까지가 거짓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헷갈리며 판단할 수조차 없다.

한 예로 3.1절 골프회동과 관련, 총리 자리에서 밀려난 前 총리의 경우 '진실'과 '거짓'의 공방 상태가 뜨겁게 달구어졌지만 아직도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의혹투성이다.

그렇게 부인했던 것들이 하나하나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황제 테니스'로 지탄을 받고 있는 서울시장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고위 공직자가 되면 당연히 그런 거짓말을 하게 되는지는 몰라도 전 총리처럼 처음에는 부인을 하다가도 들통이 나면 사과를 하고 시인을 하면서도 자기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모두가 자기 마음은 그게 아닌데 입이 '원수'라고 입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또 핑계를 댈 것 같다.

거짓말은 책임, 처벌을 피하고 명예를 지키기 위한 방어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하는데 심리학자들은 이를 '본능'과 '자아(自我)', '초(超)자아'로 나누어 설명하기도 한다.

즉, 충동과 욕구를 지향하는 본능, 이를 견제하고 감독하는 초자아, 현실에 대한 분별력을 담당하는 자아가 균형을 상실했을 때 거짓말이 나온다는 것이다.

거짓말을 숨쉬듯 하는 요즘 정치인들을 보면서 윤동주의 '서시'에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라는 시구가 생각난다.

이 시는 우리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가르쳐주면서 도덕성을 나타내고 있는 교훈적인 시라 할 수 있다.

거짓이란 사람의 마음속에서 한 점의 씨앗으로 싹트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없이 독버섯처럼 퍼져 거짓이 죄가 되는지 조차 모르게 된다.

거짓된 삶은 자신을 망치게 될 뿐만 아니라 이웃에게 피해를 입히면서 사회를 퇴보시키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거짓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성격에도 문제가 있다. 이들은 충동, 욕구, 조절을 제대로 못해 반사회적 인격장애자가 되기 쉬워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한다. 거짓말도 신경증으로 진단되는 질병이다.

5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는 거짓말쟁이는 뽑아주지 말자. 그리고 현직에 있는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의 경우 물러나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인격장애자인 그들을 사회 환기차원에서 정신과병원에 격리수용, 치료를 받게 하자.

그리고 이 땅에서는 행세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거짓된 정치인이 없는 밝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정직은 흥하지만 거짓은 망한다.

윤동주의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시구처럼 그런 마음의 정치인, 원칙을 아는 정치 문화가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새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논설위원 안호원(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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