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두 글자는 언제나 들어도 가슴을 설레이게 하고 포근하게 한다. 그리고 황홀감에 빠지기도 한다.

의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사람은 사랑에 빠지는 순간 대뇌에서 화학작용이 시작돼 만족이나 기쁨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뇌 화학물질이 분출하게 된다.

갑자기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착각속에서 멍해지고 평범한 쾌락을 넘어 강렬하며 신비스럽고도 압도적인 느낌에 때론 가슴에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이와 함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행복감에 취해 눈과 귀까지 멀게 된다.

이같은 심리적 상태에서는 자신감을 불러일으키고 아울러 성취욕구를 강화시켜 모든 일에 대해 적극적으로 임하게 한다. 사랑은 위대한 열매를 맺게 하는 강한 힘을 갖고 있다.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트는 가장 성공적인 삶이란 사랑할 수 있고 또 일할 수 있는 삶이라 했다. 이처럼 사랑이란 두 글자가 우리의 삶에 활력소가 됨에도 불구하고 옛날 같은 사랑의 가치가 사뭇 떨어지고 있다.

필자만의 느낌인지는 몰라도 눈과 귀를 멀게 하고 가슴을 설레게 하며 역사를 바꾸고 서로 다른 사람들을 뜨겁게 불태웠던 눈물의 사랑이 점차 가벼운 신체적 끌림과 성적 만족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 사랑은, 열정은 있어도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진다.

심리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사랑에는 열정(Passion), 친밀감(intimacy), 책임(commitment)의 세가지 요소가 있다고 한다.

사랑은 뜨거운 신체적 끌림의 열정뿐만 아니라 상대와 대화하고 공감함으로써 갖게 되는 이해와 배려, 정서적지지, 친밀감과 같은 따뜻한 요소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또한 그 사랑을 장기적으로 완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를 방해하는 여러 유혹을 물리치는 책임감이나 의지와 같은 사랑의 차가운 요소도 필요하다.

이처럼 완전한 사랑이 되기 위해서는 뜨거운(hot) 열정, 따뜻한(warm) 정서적 친밀감, 그리고 차가운(cool) 책임과 결심이 함께 공존해야 한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같은 세가지 요소를 갖추지 못한다면 열정만 있는 도취성 사랑, 단지 책임만 있는 공허한 사랑 등 불완전하고 지속될 수 없는 동물적 사랑의 형태가 될 수 있다.

지난 14일은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사탕을 선물로 준다는 화이트데이였다.

화이트데이는 14일이지만 주일인 12일 내가 출석하는 교회 여신도들에게 포도맛이 나는 포도알 사탕을 하나씩 선물했다.

비록 알사탕 하나이지만 모두가 환한 웃음으로 사탕을 받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름다운 사랑을 느꼈다. 권사 한 분이 "목사님, 저도 사랑하는 거예요?" 한다. 그래서 "그럼요. 예수님의 사랑처럼"이라고 했다.

또 13일에는 신학대학에서 함께 강의를 듣는 여학생들에게 일일이 알사탕을 나눠 주었다. 뜻밖의 선물에 모두들 즐거워하며 자상하신 목사님 복 받고 모든 일이 다 잘 될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비록 하는 말이라해도 기분이 좋았다. 작은 알사탕 하나가 자신을 인정받고 더불어 기쁨을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면 그것처럼 가치있는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누구든지 자신이 하고 있는 사랑이 아릅답고 완전하기를 바랄 것이다.

화이트데이, 그날 하루 사탕바구니를 주고받기에 앞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사랑이 뜨거운 열정과 따뜻함과 책임을 느끼는지 다시 한번 자신을 돌이켜 보며 그 의미를 생각해보자.

우리나라 밖에 없다는 '화이트데이'. 비록 상술(商術)에서 나온 것이겠지만 매일매일을 화이트데이로 정해 새콤달콤한 알사탕 같은 사랑을 나누는 우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논설위원 안호원(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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