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그룹의 대표이사들이 최근 일명 ‘3X3’라는 캠페인을 전개했다는 소식이다.

보령제약을 비롯, 보령메디앙스, ㈜보령, 보령바이오파마 대표가 선두에 나서 “이제 뭔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것이 이 캠페인의 요지.

요리사 복장을 하고 등장한 대표들은 1일 아침 본사 1층 로비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기업문화 변화의 선두에 서겠다’는 내용을 담은 ‘3X3 캠페인’ 설명서와 비타민제 ‘보령센스비타’를 나눠주는 이벤트를 가졌다는 것.

직원을 대상으로 매일 3회 이상 또는 3명 이상 칭찬을 하여 신명나는 직장문화를 선도하고 주3회는 현장결재를 실천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도모하며 매월 3주차 수요일은 펀데이(Fun-Day)로 지정, 즐거운 직장문화를 구현한다는 것이 3X3의 주요 골자란다.

보령은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즐거운 기업문화를 만들고, 올해 경영목표를 달성하는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날 이벤트에 대표이사들이 나선 것도 먼저 솔선수범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보령제약측은 설명한다.

의도야 열번 옳은 말이다.

하지만, 유망제약사로 관심을 모았던 한 기업의 신년 메시지 또는, 세레머니 치고는 좀 어설프고 아날로그적 발상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모름지기 21세기 제약기업이라면 이맘때쯤 좀 더 구체적이고 궁극적인 비전을 제시했어야 하지 않을까.

이를테면, R&D 비용 및 연구인력 확충 등 신약개발을 위한 인프라 구축 방안 마련, 신제품 발매 및 퍼스트제네릭 개발계획 수립, 생산 및 유통구조 개선, 해외시장개척, 인재육성, 영업 및 마케팅력의 극대화 방안 등 분야별 사업모델을 찾아 글로벌기업으로 부상하기 위한 비전을 담아야한다.

세계 유수의 제약기업들이 바이오기업 등과의 제휴를 통해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제네릭 개발 등 단기적 수익 창출에 나서는 것은 지금의 제약시장 환경이 그리 만만치 않은 까닭이다.

하물며 모든 면에서 취약한 구조를 탈피하지 못한 국내 제약기업이 여전히 구시대적 세레머니에 안주하고 있는 모습은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경영문화 혁신과 같은 세레머니 문화는 20세기 말 벤처기업 수준에서 성행하던 구시대적 산물이 된지 오래다.

보령제약은 2004년 10월에도 위장약 '겔포스엠'의 대대적인 붐업(Boom-Up)을 위해 '속쓰림 참지 말자'라는 슬로건 아래 전사적인 캠페인을 전개한 바 있다.

또 같은해 12월에는 겔포스엠, 용각산쿨(진해거담제), 립타임(입술보호제) 등 3개 제품의 매출확대를 위한 문화마케팅을 펼친 적이 있다.

소비자들의 ‘입맛’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서 과연 기존 제품의 브랜드 파워에 안주하는 듯한 이러한 세레머니가 제품의 매출확대에 얼마나 힘이 됐을까.

보령제약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5.9% 감소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제약기업의 생명은 첫째도 연구개발, 둘째도 연구개발이다.

선진 제약기업과의 공동연구 제휴, 국내외 연구소 설립, 산-학-연 공동연구 등을 통해 유망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경영 합리화를 꾀하기 위한 비용구조 개선은 물론이고 특히, 기존의 주력품목에 안주하려는 태도는 과감히 버려야한다는 게 제약산업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제약산업은 국민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공익성이 강하다.

이윤 추구가 최대 목표인 일반 ‘사기업’과 동일선상에서 접근할 수 없는 이유다.

보령제약이 향후 어떠한 비전을 제시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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