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학기 초 이전 이맘때만 되면 가슴을 졸이면서 핸드폰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안절부절 하는 부류가 있다.

그리고 전화내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등 가정에서도 십 수번 이상 이혼 위기에 시달리며 삶에 대해 회의감과 더불어 갈등을 느끼는 공동의 특징을 갖고 있는 부류다. 이런 부류가 바로 하이칼라로 불러지는 대학 강사들이다.

대부분 이런 부류에 대학 강사들의 경우 시간 배정을 받으면서 어떤 이는 희색이 나도는가하면 또 어떤 이는 애써 표정을 감추면서 개똥을 밟은 듯한 인상이 되고 만다. 똑같은 과목을 갖고 강의를 함에도 불구, 제도적인 잘못으로 매 학기마다 형식적인 심사를 거쳐 재계약을 반복하면서 강사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그나마도 강사로 계약된다 해도 그 기쁨은 잠시, 시간 당 2~3만원에 불과한 강사료를 받다보니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아 자연스럽게 무능한 남편, 무능한 가장, 무능한 아버지가 되어 졸지에 무력한 사람으로 전락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 시간대의 강의를 위해 전임보다 몇 배의 시간을 더 준비해야하고 그 가운데 학교 눈치, 학생 눈치, 아내와 가족눈치를 보면서 십중고(苦)의 심적 고통을 감수하는 등 인내로서 긴 시간을 보내야 하는 고등 빈자의 부류로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런 환경이 반복적으로 지속되다보니 모두가 자연스럽게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낙심을 하기도 하고 때론 애꿎은 세상을 원망하며 쓰디쓴 독주를 마시기도 한다. 더구나 방학 때도 급여를 받는 일반 교직자와는 달리 제도적 모순으로 강의료 마저 차별화 되다보니 엉뚱하게도 불특정 다수 특히 사회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갖게 되고 사소한 일에도 울분을 터뜨리게 되는 부류로 분류됐다.

흔히 말하듯 참으로 '빛깔 좋은 개살구'가 되는 것 같다. 15년 전 학위를 받고 이 날 이때까지 지방대 등 몇 개 대학을 전전긍긍 하면서 50대가 넘도록 강사 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는 모 강사가 이번 학기의 경우 학교 수도 줄고 강의 시간마저 1/3로 줄어들자 심한 갈등과 함께 좌절감에 빠져 낙담하는 모습을 보니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 강사에게 "좌절이 온다 해도 우리에게 포기는 없다. 씨를 뿌리고 열매를 맺기까지 기다리는 농부 같은 인내심을 갖자"며 자조 섞인 위로의 말을 했다. 사실 인간을 무너트리는 것은 거대한 산(山)이 아니라 작은 돌멩이에 걸려 넘어지는 것이다. 작은 일에 너무 민감하다보면 큰일을 그르치게 된다.

아울러 실의에 빠진 그 고참강사에게 누구에게나 기회는 주어지는 것이고 단지 늦고 빠른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했지만 별 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가 있었다.

허기사 필자 역시 지난해는 두 개 대학을 출강했고 그래서 지난해의 경험을 살려 나름대로 방학 중 교육계획을 세우기도 했지만 안타깝게도 한 개 대학만 출강하게 되어 허탈감에 빠지기도 했다.

다행히 강의시간 수가 엇비슷해 이번 학기도 무난히 넘어갈 것 같다. 문득 진나라 육사형(陸士衡)의 '갈불음 도천수'(葛不飮 盜泉水:아무리 목이 말라도 도천의 물은 마시지 않겠네)와 아무리 더워도 악목(惡木) 그늘에서 쉬지 않겠네 라고 고결한 선비 정신을 읊은 글귀가 생각난다.

십 수년간 언론 생활을 한 바 있는 필자로서는 현재 생활이 힘들고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좌절감에 빠지기도 했지만 더 불행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특히 재물과 직위는 빼앗기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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