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인생에는 두 가지 삶이 있는데 그 중 한가지는 기적 같은 건 없다고 믿는 삶이며 또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믿는 삶이다"라고 말했다.

이 중 필자가 생각하는 인생은 후자의 경우라고 생각된다.

며칠 전 이미 작고하신 부친께서 집 보증채무와 관련, 모친에게 등기 이전을 하면서 '상속포기서'를 제출치 않아 피고인의 자격으로 재판을 받게 됐다.

IMF 때도 보증 잘못 선 죄로 3년간 재판에 시달려 이골이 난 바 있는 본인으로서는 여간 난감하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억울할 수 밖에 없었다.

2년 전부터 이 문제로 시달려 왔는데 이번에도 이의신청(진술)을 하면서 마지막 재판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법무사나 관계자들에게 자문을 받아보아도 한결같은 대답은 필자가 패소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사정이 그렇다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실정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법의 보호는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다만 재판에 출두, 진술을 함으로써 감액 정도는 호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말뿐이었다.

억울하지만 아무도 믿을 수 없었고, 믿을 데도 없는 현실이었다.

별수 없이 재판을 받으러 가면서도 어떻게 '감액'이라도 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재판을 받으면서도 이판사판이라는 맘에서 피고 진술을 통해 이 문제(상속)와 관련, 법률사무소로부터 어떤 언질도 받지 못해 법 제도를 올바로 숙지하지 못했다는 점을 진술하고 비록 본인이 법의 무지로 인해 이런 결과를 초래했지만 실정법 적용에 앞서 정상을 참작해 주시고 불량채무자가 아닌 법제도 내의 억울한 보증 채무자로서 강한 채권자 앞에서 약자로서 보호받기를 원한다며 아울러 현명한

열변을 통해 최후 진술을 끝낸 후 판사가 원고 측 대리인에게 피고의 진술을 듣고 어떻게 정상을 참작, 부채를 감액해 줄 맘이 없냐고 물으니 예상외로 법적 소송비만 받게 해주시면 정리하겠다고 하는 게 아닌가.

결국 앞서 언급한대로 내게 또 한번의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아내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 재판이 순조롭게 끝나면서 시장기를 느낀 것이다.

지방에서 귀가하면서 기독교인으로 새삼 느낀 것은 하나님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달라는 기도를 하는 게 아니라 그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한 마음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득 사도 바울이 말한 "내가 그를 위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김은 그리스도를 얻고자 함"이란 성경 구절이 생각났다.

그 말씀이 생각나니 이번 재판을 통해 내 손에 쥐어지지는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돈을 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울러 지금 내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 아무것도 손해를 보았다며 가슴 아파하거나 이익을 얻었다는 기쁨의 유혹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도 내게 몇 백만 원을 줄 사업가가 있는데 한 해가 다 지나도록 전화 한 통화 없다. 야속하지만 기다릴 뿐이다.

그런 나를 아내는 무척 한심하게 본다. 그럴 때마다 아내에게 참다보면 곧 좋은 일이 생기고 하나님께서 물질의 축복을 주실거라고 앵무새 같은 말을 되풀이 하지만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더욱 가슴아픈 것은 그런 내가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코디'가 되어 넥타이며, 와이셔츠며 이것저것을 갖다주고 입혀주며 현관까지 배웅을 하면서 씨익 웃는 아내의 선한 모습을 보는 것이다.

특히 요즘 동문회다, 각종 모임 참석 등으로 바쁜 나를 두고 작은딸에게 "얘, 니네 아빤 요즘 신선(神仙) 놀음한다"며 웃기는 말을 하지만 난 그 소리가 찡하게 와 닿는다.

그렇지만 난 내일의 희망을 기다리는 사람이고 또 확신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사랑하는 아내와 귀여운 딸이 내 곁에 있고 또 따뜻하게 나를 맞이해 줄 가정이 있는 이상 나는 언제나 풍요로운 사람이다.

많은 것을 움켜쥐고 있는 자가 풍요로운 자가 아니라 많은 것을 나누며 베풀 수 있는 자가 풍요한 자라고 생각된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환난을 당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겼노라."라는 성경 말씀대로 내일을 바라보며 담대한 삶을 사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논설위원 안호원(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장. 교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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