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가 화려하게 꽃피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교황의 권좌를 둘러싼 암투와 음모, 증오와 사랑를 다룬 장편역사소설 <교황의 연인>(1, 2권)이 도서출판 ‘다른우리’ 에서 출간됐다.

<교황의 연인>은 “소설은 있을 수 있는 현실의 모습을 그린다.”라는 프랑스 문학평론가 알랭 로브그리예의 말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예컨대, 소설이 갖출 수 있는 훌륭한 덕목 중 하나인 ‘리얼리즘’과 ‘로망스’를 제대로 구현하여, 중세 봉건사회의 교황과 성직자, 권력자의 다양한 파노라마를 보여주는 데 성공한 작품으로 꼽힌다.

“오 주여, 사랑이 무엇입니까?”

바티칸을 둘러싼 암투와 음모, 사랑이 긴박감 넘치게 전개되는 중세로의 초대.

이 소설에 등장하는 15~16세기 유럽은 교황과 황제의 권력이 충돌하고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갖가지 문예부흥 사건이 풍부한 광휘를 펼치던 시대였다.

소설의 주무대인 바티칸은 서양사에서 ‘중세’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장소이다.

이 소설은 실제로 중세 로마에서 벌어졌던 알레산드로(교황 바오로 3세)와 실비아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 가령 줄리아 파르네세, 로드리고 보르자, 줄리아노 델라 로베레, 로렌초 데 메디치 등은 모두 당대 실존인물들이었다.

<교황의 연인>은 이처럼 교황권을 둘러싼 권력 실세들의 피비린내나는 암투와 도를 넘어선 애정행각 등 정사(正史)와 야사(野史)를 넘나들며 황홀한 중세로 안내한다.

<소설속 주인공은 누구?>

주인공 알레산드로 파르네세(Alessandro Farnese. 1468~1549)는 후에 로마교황청의 개혁교황으로 청사에 길이 빛나는 교황 바오로 3세이다.

알레산드로는 1468년 2월 29일 이탈리아의 저명한 파르네세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려서부터 레투스와 메디치 가문에서 인문학에 관한 기본적인 소양을 익혔으며 훗날 교황 레오 10세가 되는 조반니 데 메디치와 친분을 맺는 등 활발한 청년시절을 보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알레산드로는 밤의 세계에 탐닉하며 종교 지도자의 숭고한 사명감을 망각한 채 여러 여자들과 애정행각을 일삼는 등 세속적인 사교계 인물로 더 알려져 있었다.

젊은 시절 그는 여러 로마 귀족 부인들과 염문을 뿌렸지만 결국 그의 사랑은 오직 실피아 루피니뿐이었다.

훗날 둘 사이에는 피에르루이지(Pierluigi), 파올로(Paolo), 라누치오(Ranuccio) 등 세 명의 아들과 코스탄차(Costanza)라는 딸을 두었다.

알레산드로는 1509년 교황 율리오 2세로부터 파르마 주교로 임명된 후 사생활을 정리하고 종교인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 후 1534년 67세의 나이로 추기경들로부터 만장일치로 교황으로 선출된다.

교황으로 등극한 첫해부터 바오로 3세는 대학을 복원하고 도서관의 중요성을 부각시켰을 뿐만 아니라 화가와 건축가들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게 하는 등 르네상스 시대의 문예부흥을 적극적으로 지지한 교황으로 눈부신 업적을 쌓게 된다.

특히 문학과 예술을 사랑한 교황은 미켈란젤로에게 <최후의 심판>을 그리게 하고 산피에트로 대성당 설계도를 완성하도록 하였다.

문예부흥과 맞먹는 교회개혁운동도 힘차게 전개함으로써 후세 사가들에게 ‘첫 번째 개혁 교황’으로 평가받는다.

바오로 3세는 공공연하게 로마 가톨릭을 부인하던 헨리 8세를 파문시켜 영국 성공회의 탄생 계기가 되었고, 프랑스의 프랑수아 1세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카알 5세를 설득하여 니스에서 휴전 협정을 조인하게 한다.

그는 국내외적으로 적극적인 가톨릭신장운동과 정치활동을 펼쳐나갔다.

<주인공의 빛나는 업적>

그의 업적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공의회 소집이었다.

1545년 3월 15일 트리엔트에서 공의회를 개최한 후 신앙의 규범으로서의 성서의 역할, 정경(政經), 의화, 성사, 원죄 교의 등을 확정하고 개혁 규범 등도 선포했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교황 알렉산데르 6세는 수많은 교황 중에서도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애정편력이 심했던 교황’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1492년, 로드리고 보르자가 알렉산데르 6세로 교황에 등극할 때 나이는 61세였다. 그는 35세에 이미 추기경이 돼 교황으로 가는 길목에서 엄청난 부를 쌓았다.

그리고 청년 시절부터 이미 여러 명의 여자들과 복잡한 관계로 여섯 아들과 세 딸을 두었다.

알렉산데르 6세의 연인 중 가장 아름다운 여자는 줄리아 파르네세로 교황의 정부가 되었을 때 겨우 15세에 불과했다.

줄리아는 교황의 정부가 됨으로써 친오빠인 알레산드로가 후에 최고성직자가 되는 데 큰 힘이 되어 주었다.

<빛바랜 그림 한 장으로 드러나는 운명적인 사랑>

이탈리아의 볼세나의 성에서 델 드라고 영주가 한 작가에게 여인의 초상화를 소개하고 있다.

그림의 주인공은 실비아 루피니라고 추정되는 여인…

단아하면서도 슬픈 눈빛이 고혹적인 매력을 뿜어낸다.

실비아가 남긴 글을 통해 역사 속에 숨겨져 있던 교황의 사랑 이야기가 밝혀지게 된다.

어느 여름날, 실비아는 뜻밖의 사건으로 천진난만한 유년시절을 마감한다.

노상강도들이 덮쳐, 어머니를 살해해버린 것이다. 마침 사냥을 나왔던 알레산드로에게 구조되어 더 큰 화를 면하게 된다.

두 사람은 운명적 사랑을 느끼지만, 교황에게 트집을 잡힌 알레산드로는 천사의 성에 있는 감방에 감금되고, 실비아는 아버지에 의해 수녀원에 보내진다.

알 수 없는 끌림에 둘은 몰래 비밀 편지를 주고받는다. 서로 끊임없이 그리워하면서도 알레산드로는 성직자의 길로 들어서고, 실비아는 한 남자의 아내가 되기를 결심하는데….

<교황의 연인>은 교황의 권위가 절정에 이르렀던 15~16세기의 교황과 그 주변 인물들을 통해 ‘사랑’과 ‘절대권력’이라는 두 주제를 절묘하게 뒤섞어 독자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