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 건국초기에 태조 이성계와 무학대사의 유명한 일화는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좋은 교훈으로 남아 있는 것 같다.

이씨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가 어느 날 무학대사를 초청한 자리에서 무학대사에게 "대사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돼지 상일세 그려."하며 호탕하게 웃었다고 한다.

이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무학대사 왈 "제 눈에는 임금님의 모습이 마치 부처님과도 같이 아름답게만 보입니다."라며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더라는 것이다.

이 태조가 다소 당황도 하고 민망도 하여 아무리 신하와 군왕의 이야기이지만 농담은 어디까지나 농담인데 그런 식으로 말을 하면 공평하지 않다고 지적을 하자 무학대사가 빙그레 웃으며 "누구든지 자기 마음에 있는 그대로 보이는 것인데 임금님의 마음은 돼지 같아 나를 돼지 같이 보셨고, 저의 경우는 제 마음이 부처 같으니 부처님 같이 보일 수밖에요."라고 답을 해 태조 이성계가 감탄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 생각대로 사물을 생각하고 판단하며 살아왔다.

다시 말해 자기 색깔에 맞는 색안경을 끼고 모든 것을 자기 기준에 맞춰 생각하고 말을 해왔다.

그래서 행동 역시 자기 마음대로 행동한다. 마음에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듣지를 못한다. 그저 온통 자신의 소리뿐이다.

정작 다스려야 할 자기 마음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다보니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결국 이 사회는 아수라장이 되는 것이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마음에서 세상을 바라보니 옳게 보일 리가 만무하다. 즉, 붉은 색안경을 끼고 파아란 가을하늘을 본들 그 색을 제대로 구분하고 말할 수 있겠는가.

불교에서 말하는 과(果)와 인(因)이 있다. 그에 대한 실례를 들자면 이렇다.

누구든지 어릴 적 한번쯤은 겪었을 소풍가기 전날 밤의 설레임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모처럼 왕계란을 먹고 음료수도 먹을 수 있다는 설렘.

그 설레이는 마음으로 잠을 자고 난 아침이면 밤새 입력된 대로 즐거운 마음으로 깨어나 기쁜 하루를 맞이할 수 있다.

그러나 무슨 걱정거리가 있거나 밤새 악몽에 시달리다 아침에 잠을 깨면 머리가 무겁고, 또 걱정과 두려움 속에서 새 아침을 맞게 된다.

즉, 전날의 한 과정에 따라 어제의 과(果)과 오늘의 인(因)이 되고 오늘의 인(因)이 또다른 내일의 과(果)가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끝없이 돌고 도는 우리네 인생살이라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자기가 어떻게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며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다.

문득 철부지 코흘리개 어린 시절의 마음으로 되돌아가고픈 심정이 된다.

덥거나 춥거나 할 것 없이 때를 거르지도 않고 덥든 춥든 불평 없이 뛰어 놀며 얼굴엔 함박웃음꽃이 가득하던 그 어린 시절에 넉넉한 마음이 한없이 그리워진다.

그런 천진난만한 어린 시절의 우리 모습이 달라지면서 어른이 된 우리네 모습은 웃음을 잃어버린 모습으로 변하고 마음마저도 인색해졌다.

이는 탐욕에 찌든 이기적인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다보니 모두가 믿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무학대사의 비유처럼 내 마음 안에 어떤 마음이 들어 있느냐에 따라 상대의 모습이 다르게 비춰질 수도 있다.

지구촌 인구가 60억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그 60억 인구 중 막상 내 곁을 지나치거나 함께 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런 까닭에 그 같은 만남을 우리는 아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어린 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가자. 그리고 색깔 있는 안경을 벗어 던지고 세상을 바로 보는 우리 마음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아울러 빛 뒤에는 어둠이, 어둠 뒤엔 밝은 빛이 반드시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언젠가는 하루를 마무리하고 긴 잠자리에 들 때처럼 일생동안 걸쳤던 낡은 옷(육신)을 벗어버리고 떠나는 마음이 홀가분해질 수 있도록 마음을 맑게 닦고 다스리는 자가 되어야 한다.

성경에도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城)을 빼앗는 자보다 낫다, 자기 마음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어느 용사보다 더 위대하다"고 했다.

논설위원 안호원(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장. 교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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