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의 영적 지도자, '지두 크리슈나무르티'의 마지막 강연을 담은 <지구별 어디로 가고 있는가> 출판사 물병자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25년 동안 크리슈나무르티와 관련된 책을 번역하고 강의를 통해 그를 소개해 온 김기호 씨의 번역으로 그의 사상을 간결하고도 명료하게 전달하고 있다.

“진리는 길이 없는 대지다… 나의 유일한 관심은 사람들을 절대적으로 자유롭게 하는 것”이라는 말을 남기며 자신을 추종하던 사람들과 교단마저 해체했던 크리슈나무르티.

그는 자신이 말하던 내용을 몸소 실천하여 진정한 자유로 돌아가고자 했던 거의 전설이 되어 버린 사상가이다.

20세기가 시작될 무렵 서양의 지성사회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던 신지학회(Theosophy Society)에 의해 새로운 시대의 메시아로 선택된 것이 불과 14세 때의 일이었다.

이후 추종자들이 생기고 그를 후원하기 위한 집단으로 ‘동방 별의 교단’이 만들어졌으며, 크리슈나무르티에게는 막대한 재산과 권위, 영향력이 주어졌다.

그러나 33세 되던 해, ‘진리는 길이 없는 곳’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그는 어떤 종교나 교단을 통해서도 진리에 이를 수 없음을 말하며 ‘동방 별의 교단’의 해산을 선언했다.

충격적인 포기선언 이후 60여년 동안 크리슈나무르티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강연을 했다.

이 책은 그가 91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기 바로 전 해, 1985년 영국 브록우드(Brockwood)에서의 마지막 대중 강연 내용을 담은 것이다.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에서 동기나 선택 없이 그저 자신의 마음을 지켜볼 것을 말했던 그는, 이제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개인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고통과 갈등이 가득한 세상을 말이다.

■위기의 시대가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

크리슈나무르티는 세상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외면하지 말고 바라보라고 한다.

그는 종종 제자들에게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세계가 폭력과 갈등 속에 어떤 상태인지를 잘 바라봐야 한다고 가르쳤다.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나와는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삶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들로부터 멀어지고 만다는 것이다.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어떤 일인가?

저기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나와는 상관없다는 태도로 외면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 머나먼 어느 분쟁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단지 뉴스의 한 장면으로 무덤덤하게 보아 넘길 수는 없게 된다.

너와 나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 그것은 두려움을 낳고 모든 갈등의 원인인 분열을 만들어낸다.

개인들의 내면의 분열, 너와 나의 분열, 종교적인 분열, 정치적·민족적인 분열 등등.

도처에 널린 분열은 모든 슬픔과 고통의 근원이다.

크리슈나무르티는 이러한 사실을 알았으면 이제 어디에도 매이거나 의존하지 말고 ‘홀로 서서’ 바라볼 것을 말한다.

이 거대한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개인과 사회 사이의 심리적 분리선이 사라진 상태에서 관찰하라는 것이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곧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이므로,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세계를 본다는 것은 자신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이야기가 된다.

■더 단순하게 더 직접적으로!

강연을 끌고 가는 그의 스타일은 더 단순하고 직접적이 되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이에 대답하기 위해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를 스스로와 청중들에게 묻는다.

이렇게 질문을 거듭하다 보면 어느새 답에 도달해 있으며, 진실은 명쾌한 통찰에 있지 복잡한 수사나 이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크리슈나무르티가 내내 강조하듯이, 답은 이미 질문 안에 들어 있으며 이는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찾아내야 할 일인 것이다.

그가 말하는 ‘스스로에게 있는 진리를 찾는 것’에 있어서 강연만큼 적합한 방법도 없을 것이다.

일방통행식의 내용전달이 아니라, 말하는 도중에 끊임없이 “지금 스스로에게 묻고 있습니까?” “여러분이 묻고 내가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함께 하는 것입니다.”라고 일깨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슈나무르티의 표현을 빌자면, 그의 육성은 그가 말하는 것을 듣게 하는 게 아니라 결국 ‘우리 자신들의 반응과 생각과 느낌까지를 다 듣게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이 책은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세계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를 계속해서 묻고 있다.

이것이 근본적인 쟁점이다.

1부에서 다루어진 광범위한 주제들―생각과 분석, 두려움에서 비롯된 집착, 마음의 상처, 이기심과 슬픔 등―은 결국 그런 마음을 갖게 하는 데 방해물이 되는 것들에 대한 탐구이다.

이 책의 1부는 1972년 스위스 자넨(Saanen)에서 있었던 강연으로,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고 있다.

각 장은 하루의 강연 내용을 담은 것이며, 한 주제에 대한 크리슈나무르티의 이야기가 마무리 지어지면 청중의 질문을 받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제에서 다소 벗어나는 듯한 질문들에도 크리슈나무르티는 그의 삶을 관통하는 통찰력으로 대답하여 그가 말하는 내용이 결국은 하나임을 가르쳐준다.

때로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거절함으로써 대답하기도 한다.

2부는 1985년 영국 브록우드(Brockwood)에서 이루어진 그의 생애 마지막 대중 강연이다.

마지막 강연임을 그도 직감한 것일까.

스스로 답을 얻을 것을 끊임없이 격려하고 다그치는 목소리로 더 자주 호소하고 있다.

청중과의 질문과 대답은 진리에 대한 추구와는 상관없이 살아가면서 누구라도 느낄 수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까지를 포괄해서 다룬다.

벗어날 수 없이 가까운 관계이거나 경제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사람에게서 정신적인 피해를 입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몸의 고통이 갖는 의미는?

또한 크리슈나무르티가 말한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한 청중의 솔직한 질문들에도 답하고 있다.

이 책은 위기의 시대를 이해하고 희망을 찾고자 갈망하는 독자들에게 그 답을 찾는 훌륭한 동반자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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