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의과대학교 길병원 신경과 신동진

질병에 대한 정의와 해석은 과학 발달과 함께 끊임없이 변한다.

원인을 밝혀내기 어려운 질환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그 대표적인 예로 간질을 들 수 있는데 "하늘이 내려준 계시"부터 "귀신들린 천한 병"까지 참으로 다양하게 변천해 왔고, 그에 따라 치료법도 여러 가지 모습으로 바뀌어 왔다.

간질이 뇌의 손상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밝혀진 19세기 이후 지금까지도 간질에 대한 많은 오해가 있고, 주술적인 측면이 강조된 불치의 병으로 알려지고 있다.

간질은 대뇌에 존재하는 신경세포의 이상흥분상태로 야기되는 의식 및 신체장애 증상인, 간질성 발작이 만성적으로 반복되는 질환을 말한다.

이러한 간질성 발작은 갑작스럽고 예측할 수 없이 나타나며, 신체증상이 매우 격렬하고 비정상적이며, 의식장애를 동반할 수 있기 때문에 악마나 귀신에 의한 질환으로 오인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간질의 발작증상은 일시적인 대뇌기능 장애로 인한 일시적인 신체변화로 곧 정상으로 회복되며 두통, 현기증과 같은 하나의 신체증상이다.

간질은 1000명 중에서 5명 정도로 발생하며, 매년 우리나라에서 3만 명 정도의 새로운 간질환자가 발생한다고 추정된다.

간질의 원인으로는 유전적인 질환을 포함해 원인을 밝혀 낼 수 없는 경우가 65%정도이며, 원인이 확인된 경우는 뇌의 외상, 뇌의 염증질환, 뇌종양, 뇌혈관 기형, 뇌졸중 등 뇌의 손상을 일으키는 모든 질환이 해당된다.

최근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뇌졸중 환자와 교통사고 등이 증가해 간질환자의 발생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기존에 사용해오던 항간질제와 1990년 이후 새로이 개발된 많은 항간질제 등의 약물을 이용해 간질환자의 80%를 치료하고 있다. 그러나 20%는 약물에 잘 반응하지 않는 약물 저항성 간질로 수술적 요법이나 전기자극 술이 고려된다.

아직 간질의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 개발되지 않아 완치될 수 없는 질환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실제 약물 치료나 수술적 요법 등으로 완치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약물 치료의 성공은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약물의 선택뿐 아니라, 환자의 치료 호응도가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다. 환자나 가족, 사회 모두가 간질을 잘 이해하고 환자가 적극적으로 치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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