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곳곳에서 스트레스나 신변을 비관한 자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얼마 전에는 연예인 이은주씨가 자살을 선택하여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이러한 대부분의 자살 원인은 “우울증”이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고 있으며, 타인의 도움을 거부하곤 한다는 것이다.

우울증 환자들은 마치 헤어나기 어려운 늪에 빠진 것처럼 혼자 발버둥치다 결국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우울증은 마음을 독하게 먹는다고 치료되는 것이 아니라 신경생리학적 이상이 있는 상태이므로 꼭 치료를 받아야 한다. 여자가 남자보다 많이 발병하며, 여자는 평생 10-25%에서, 남자는 5-12%에서 적어도 한번은 우울증에 걸린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면서 또다시 관심이 모아지는 우울증에 대하여 건양대병원 김지웅 교수의 도움말로 원인 및 치료법 등을 알아본다.

■우울증은 의학적 질환
우울증은 정신력이 약해서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빨리 치료하지 않고, 가능한 한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이와 더불어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는 것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함을 느끼면서도 선뜻 치료를 받을 생각을 못한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들은 모두 잘못된 상식에서 기인한다.

우울증은 고혈압, 당뇨병 등과 같이 의학적인 질환이다. 물론, 여러 가지 생활상의 어려움 들이 우울증을 유발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로 인해 생긴 우울증이라는 질환은 의학적 질환이기 때문에 마음을 굳게 먹는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실제로 많은 우울증 환자들은 마음을 강하게 먹음으로써 우울증에서 벗어나 보려고 하지만 결국 실패하게 되고 이로 인한 좌절로 인해 더 자신을 자책하고깊은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질환도 스트레스로 인해 유발 또는 악화되지만, 이를 정신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은 매우 적다. 그보다는 의학적인 치료를 받으려고 한다. 우울증도 마찬가지이다. 마음을 강하게 먹는 것도 일부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가장 필수적인 것은 의학적 치료를 받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 계속되는 좌절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우울증의 원인
가족력이 있을 경우 발병의 위험성이 높으며, 이 위험성은 조울증인 경우 더 높다. 그러나 유전적 취약성이 있다고 모두 발병하는 것이 아니며, 명확한 부가요소인 환경적인 스트레스나 다른 정신적·사회적 요인이 우울증 발병에 깊이 관련된다. 주요 우울증은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유전적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가족력이 없는 사람에게도 발병할 수 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뇌의 신경 전달물질의 조절 이상이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심리적 요인 또한 우울증에 큰 영향을 끼친다. 자존감이 낮거나, 지속적으로 자신이나 세상에 대한 허무감을 갖는 사람, 혹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우울증에 잘 걸릴 수 있다. 또한 심각한 상실, 만성질환, 대인관계에의 어려움, 경제적 문제 혹은 일상 생활에 있어서 좋지 않은 변화도 우울증을 유발시킬 수 있다.

즉 생물학적, 심리적, 환경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우울증의 유발에 관련된다.

■우울증의 증상
우울증 환자에게서 보이는 우울감, 불안, 불면증, 의욕상실, 부정적 사고, 자살 사고 등의 증상 중 상당히 많은 부분을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대인관계에서의 좌절, 가정의 불화, 과도한 스트레스 등이 지속되면 신체의 균형이 깨지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호르몬 및 신경전달 체계에 생기는 문제인데 이로 인해 불면, 식욕저하, 면역기능 저하 등의 신체증상이 나타나게

<우울증의 일반적인 증상들>
* 계속되는 우울, 불안, 혹은 공허감
* 절망적인 느낌, 염세적 사고
* 죄책감 무가치 혹은 무기력감
* 불면, 아침에 일찍 깨거나 과다한 수면
* 식욕 감소나 체중 감소, 과식이나 체중 증가
* 힘이 없고 피로하며 몸이 처지는 기분
*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생각, 자살 기도
* 초조감, 쉽게 짜증남
* 집중력 및 기억력 저하, 의사결정의 어려움
* 성생활을 포함하여 한때 즐거웠던 일이나 취미생활에서 의욕 및 흥미상실
* 두통, 소화기 장애 또는 만성 통증 등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고 계속되는 신체 증상

우울증 환자에서 이러한 증상들이 모두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몇 가지만 나타나고 어떤 사람은 많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증상의 심한 정도도 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게 된다.

■우울증의 종류
우울증은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으며, 그 증상의 정도 및 지속 기간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주요 우울증 : 심한 우울증으로서 업무능력, 수면, 식사 등을 저해하는 여러 증상의 복합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우울증의 심한 상태는 일생동안 한두번 혹은 여러번 나타날 수 있다.

▶신경증적 우울(기분부전 장애): 가벼운 우울증으로 치명적이진 않지만 완전한 기능을 못하게 하고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가 장시간 지속된다. 간혹 주요 우울증의 상태를 보이기도 한다.

▶조울증 : 우울증과 조증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형태로 다른 우울증보다 흔하지는 않다. 간혹 갑자기 기분이 바뀌기도 하나 대개는 서서히 변한다. 조증은 생각, 판단 그리고 사회적 행동에 영향을 미쳐 심각한 문제나 당혹감을 가져오기도 한다. 예를 들면 조증의 시기에 무리한 사업이나 재정적으로 현명하지 못한 결정을 하기도 한다.

▶멜랑콜리아(melancholia) : 명백한 우울 기분, 정신운동 지연 또는 격정, 일찍 잠이 깸, 오전에 악화, 반응의 감퇴, 쾌락이 없음, 심한 식욕 감소와 체중 감소, 심한 죄책감이 특징이며, 원인적으로 반응성이 아닐 때 이를 멜랑콜리아라고 한다.

▶가면성 우울 : 우울증상이 연령층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소아기에 겪는 상실에 따른 우울증에서는 이별 불안, 학교공포증, 애착행동, 행동과잉, 성적 저하 등을 보일 수 있다. 사춘기 때는 반사회적 행동, 가출, 무단 결석, 알콜남용, 약물 남용, 성적 문란 등이 나타난다. 성인에서는 약물남용, 알코올중독, 도박, 정신신체장애 등도 우울증의 한 표현일수 있으며, 노인에게는 건강염려증, 가성

▶산후우울증 : 출산 후 4주 이내에 발생하는 것으로, 출산에 따른 호르몬의 균형상태가 깨지는 것과 관련되며 어머니가 되는 것에 대한 불안과 심리적인 갈등이 원인이 된다. 원하지 않던 아이일 때, 남편과 갈등이 있었던 산모인 경우, 또 아들을 낳아야 하는 것이 몹시 부담스러워 했던 산모가 딸을 낳은 경우, 평소 우울한 성향이 있었던 성격의 소유자, 또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환자의 경우에 발생된다.

▶갱년기우울증 : 갱년기 우울증은 갱년기에 처음 발생하는 우울증을 말하는데 초조성 우울증, 심한 절망, 사소한 지난 일에 대한 극도의 후회 등을 주 증상으로 한다. 갱년기는 내분비와 생식선의 감퇴가 시작되는 시기여서 신체의 대사장애, 생화학적 변화가 일어나고 자율신경계의 평형이 깨진다.

■우울증의 치료
우울증을 앓고 있을 때 느끼게 되는 절망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것이다. 이로 인해 우울증 환자들은 자신은 치료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정신과 질환에 대한 한국 사회의 편견과 잘못된 믿음은 이들을 더욱 더 절망하게 한다.

그러나, 일단 치료를 받게 되면 확실한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치료를 시작한지 약 2-4주 정도가 지나면 확연하게 나타나기 시작한다. 먼저 불면증, 심각한 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울감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자신과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도 점차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우울증에 회복된 사람들은 새로운 일들을 시작하게 되고, 건강한 대인관계를 맺게되며, 어려움에 직면하더라도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은 이들을 보면서 사람이 달라졌다고 말하게 된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치료를 받는다면 우울증은 반드시 회복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우울증의 치료로는 정신치료 또는 약물치료를 시행하며, 대부분의 환자들은 증상의 신속한 회복을 가져오는 약물치료와 일상적인 문제를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는 정신 치료를 병행함으로써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 특히, 정신 치료는 의사와의 대화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환자가 자신의 병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갖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일상생활에서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
1. 말없이 참지 않아야 한다. : 우울한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전문가나, 부모, 친척, 친구, 이웃, 성직자 등 누구라도 자신이 편하다고 느끼는 누군가에게 최대한 도움을 구해야 한다.

2. 스트레스를 줄인다. :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는 좀 기분이 나아질 때까지 큰 결정사항이나 일에 대해 잠시 유보한다. 그리고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을 하고, 균형 잡힌 식습관을 갖으면 정서적인 저항력도 강해진다.

3. 가벼운 소설이나 잡지를 읽는다. : 기분이 우울하고 머리가 복잡할 때는 기술서적이나 복잡하고 어려운 책보다는 가벼운 소설이나 잡지를 읽으며 기분을 전환하는 것이 좋다.

4. 잠이 안오면 억지로 잠을 청하지 말고 산책을 한다. : 우울증이 있으면 밤에 잠을 잘못 자거나 또는 잠을 자도 새벽에 깨는 일로 인해 괴로움을 많이 겪는다. 억지로 잠을 청하려고 하면 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므로 잠이 안오면 억지로 잠을 청하지 말고 잠이 올 때까지 산책을 하거나 무언가 다른 일에 몰두하도록 한다.

5. 오랜 기간 집에 혼자 있는 것을 피한다. : 집에 혼자 있게 되면 우울한 기분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친구나 애인 또는 모임에 나가 이야기도 나누고 어울리면 기분이 훨씬 좋아질 수 있다.

6. 즐거운 생각을 한다. :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부정적인 생각은 모든 일에 흥미를 떨어뜨리고, 자신을 무가치한 사람으로 여기게 하므로, 이러한 생각을 없애려는 노력과 더불어 자신이 할 수 있는 즐거운 생각을 하도록 한다.

우울증은 무기력하고 절망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행위가 불가능하고, 오히려 타인에게 불쾌한 느낌을 주기가 쉽다. 친구나 가족 등 주위에서 우울증 환자를 돕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우울증 환자에게 이해, 인내, 공감과 격려를 해주는 것이다. 대화에 참여시키고 주의 깊게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 자살에 대

또한 환자에게 너무 조급하게 강요하지 말고, 갑자기 태도를 바꿀 것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우울한 사람에게는 친구가 필요 하지만 너무 많은 요구는 좌절감을 증가시킬 수 있다. 결국 적절한 치료를 함으로써 대부분의 우울증환자가 좋아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시간을 갖고 격려하고 도와주면 분명히 좋아질 수 있다.

<건양대병원 정신과 김지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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